2022년 4월 3일
1일 오전,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대피(Medevac)*용 전용 기차로 환자를 처음 이송했다. 두 칸에 의료 장비를 갖춘 이 기차는 국경없는의사회와 우크라이나 철도청이 공동 개발했다. 이송 환자 아홉 명은 중증이지만 기차 이동이 가능할 만큼 안정되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Zaporizhzhia)에서 서부 르비우(Lviv)의 여러 병원으로 전원했으며, 아홉 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함께했다. 추후 더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환자 이송을 위해 더욱 고도화된 의료장비를 갖춘 기차를 개조 중에 있다.
* Medevac (의료 대피): 전장에서 환자를 의료시설로 호송하기 위해 의료 장비를 갖춘 헬리콥터, 비행기, 기차 등 운송수단으로 대피하는 과정
국경없는의사회의 전 국제회장이자 현재 우크라이나 의료대응팀의 소아과 전문의 조앤 리우(Joanne Liu)가 이번 호송 과정에 대해 전해왔다.
3월 29일, 우리 팀은 자포리자에 도착해 지역 병원 병원장을 만났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물었는데, 이미 의료 대피용 전용 기차 소식을 알고있었고 마침 자포리자에도 큰 병원으로 이송할 환자들이 있다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로 환자를 살펴보러 갔습니다.
환자 대부분은 마리우폴(Mariupol)에서, 또는 도시를 벗어나려다 부상을 당했습니다. 개방성 골절을 입은 아동 환자도 있었는데 환부 크기가 매우 컸으며 양 다리에 진공관 시술을 받고 있었습니다. 꽤 안정된 상태였지만 중증 부상을 입은 상태였죠.
환자 이송을 통해 과부화된 병원의 가동률을 개선하고 병원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환자가 받고 있던 치료 수준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병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또한 모두가 안전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했죠.
따라서 아동 환자의 부모와 의료 대피 동의 여부를 상의했습니다. 첫 번째 어머니는 “아이를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려면 의료대피가 유일한 희망인 것 같다”며 찬성했습니다. 아이는 우리에게 “다시 걷고 싶다”고 말했죠.
환자를 둘러보고 난 후 시간을 보니 검문소를 통과하려면 서둘러 가야했습니다. 일단 확언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조치를 강구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장과 인턴 의사들은 간곡하게 말했습니다. “이들을 살리려면 꼭 데리고 가셔야 해요. 저희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다음 날, 저와 두 명의 팀원들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를 일일이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집중치료실 수준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가 2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견딜 수 있을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이른 아침, 이송 전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했습니다. 이들이 완전히 안정된 상태인지 재차 확인했습니다.
세 살 밖에 안된 어린 환자가 눈에 밟힙니다. 복부에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였는데, 안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송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 또한 이송하다가 아이가 숨질 것만 같다고 했죠. 지난 30년 동안 소아과 전문의로서 숱하게 많은 환자를 봐왔는데, 경험에 의하면 아이 어머니의 예감은 거의 맞다는 겁니다.
병원 관리자들과 이 아이를 세 번이나 살폈습니다. 목요일 아침, 마지막으로 병원에 왔을 때 이 아이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모두가 아이가 기차로 호송되는 여정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죠.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이 아이는 병원에 남기로 했습니다.
또 기억나는 환자는 폭발물로 인해 안면 부상을 입고 오른쪽 눈을 잃은 여성이었습니다. 환부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여성은 사진 대신 부상을 입기 전 자신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 다시 방문하였을 때 이 여성은 저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라도 다시 예뻐지고 싶어요.”
저는 고작 몇 개의 이야기만 전했지만, 이 이야기는 지금 수천 명이 겪고 있는 실화입니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사람들의 헌신과 열정이었습니다. 목요일 아침 환자를 기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집중치료실 외과의가 직접 와서 도왔습니다. 인턴도 아닌 집중치료실 책임자 역할을 하는 외과의가 직접 와서 다리 부상을 입은 아이를 돌봤어요. 직접 들것을 들어 기차까지 옮기고 아이가 괜찮은지 계속해서 살폈죠. 이 분은 충분히 아이를 보살핀 다음 저에게 말했습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이제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