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 크래몬드(Vanessa Cramond),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자맘(Jamam) 난민캠프 의료 코디네이터
뉴질랜드 출신의 간호사인 바네사는, 수단 블루나일(Blue Nile) 주에서 국경을 넘어 남수단으로의 피난길에 오른 35,000명의 난민들이 자맘(Jamam) 캠프에 도착하기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어떻게 진료, 물 공급, 보호소 제공 등의 활동을 벌였는지 자세히 전합니다. 우기의 시작, 발병률이 치솟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 안전한 물의 전반적인 부족, 길고 힘든 피난길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상태는 취약해지고, 의료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구호활동을 벌이며 맞닥뜨린 도전과제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5월말부터 블루나일(Blue Nile) 주에서 어퍼나일(Upper Nile) 대규모 인구이동에 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이 신규 난민 집단에 대해 재빨리 응급상황 평가하고 구명의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4주 동안 우리는 신규 난민들을 상대로 3,000건이 넘는 의료 상담을 진행했고, 주로 설사, 호흡기 감염, 영양실조 등을 치료했습니다.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이 신규 난민들 중에는 며칠 동안 피난을 계획한 이들도 있지만, 서둘러 길을 떠나느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가져온 것도 없어 피난길 동안 스스로를 돌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담요, 조리도구, 생필품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요. 제 몸 건사하기가 정말 힘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4,000 가구(약 20,000명)를 대상으로 물통, 담요, 비닐 깔개 등 특히 어린 아이나 임신한 여성들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비식량 물품 및 응급 구호 물품을 급히 분배했습니다.
물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손을 씻고 가족의 위생을 해결할 안전한 물이 충분치 않습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작은 임시 보호소를 같이 쓰고 있는데, 이렇게 가깝게 서로 접촉해 있는 것 자체가 건강에는 위험요소지만,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하피르(hafir, 자연 저수조)에서 물을 떠 마시기도 합니다만, 설사를 앓는 사람들의 비율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습니다. 의료상담의 약 40%가 설사와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국경에서 자맘까지는 약 50~6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물도 없이 걸어서 가기에는 매우 긴 거리이지요. 우리는 [비공식 통과거리] 43km 지점(K43)에 설치된 집결지의 악조건 속에서도 가능한 최선을 다했지만, 그곳에서도 물이 빠르게 바닥 났습니다. 피난민들은 물을 찾아 18km 지점(K18)까지 걸어야 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재빨리 정수처리 시설을 세우고 길을 따라 구강 수분보충소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급성 탈수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목숨을 살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쇠약해진 몇몇은 숨을 거두었습니다. 우리는 K18 지점에 이동 진료소를 세우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구호 물품을 긴급 배분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물이 몇 주 정도 버티기에도 부족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더 안정적인 피난처를 찾아 여행을 계속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및 다른 기관들이 바틸(Batil)에 새 캠프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였고, K18지점의 일부 난민들은 그곳으로 이주를 시작하였습니다. 비가 내리는데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쉬운 여정은 아니었습니다만, 난민들은 날씨가 허락하는 대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우리는 버스와 트럭에 탄 사람들을 상대로 여행에 적합한지 검사를 하여 이들을 도왔습니다. 우리는 피난길을 견디기 힘들어 보이거나 바틸 캠프의 생활조건을 버텨낼 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후송하였습니다. 설사, 호흡기 감염, 급성 영양실조 지원에도 나섰습니다. 지난 주에는 말라리아 증가도 파악하였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체 피난민들 사이에서 눈병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피난민들이 위생을 챙기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몸을 깨끗이 하고 옷과 담요를 빨 물이 아예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데,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작은 체구로는 체온을 조절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열이 얼마나 큰 위험일지 예상하실 겁니다. 담요와 옷이 젖어 감기에 걸립니다. 이미 쇠약해진 아이들에게 닥친 질병 위험이 크고, 일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거의 매 트럭마다 실로 심각한 환자를 보았습니다. 고열을 앓고 있는 아이, 심각하게 탈수 증세를 앓는 사람들, 중증 영양실조 환자, 기면상태 환자와 저혈당 환자를 비롯한 긴급한 의료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4주 동안 우리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탈수, 감염, 중증 영양실조로 이곳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진통을 하면서 버스에서 내린 여성, 말라리아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병원 수준의 24시간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6주 동안 사람들은 더 많은 음식과 깨끗한 물을 받고, 보호소나 진료가 제공되면 설사, 흉부 감염, 피부 및 눈 감염과 같은 가장 흔한 질병의 이환율이 내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자맘 주위에 괴인 물이 위험요소입니다. 바틸과 도로(Doro)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임신한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위험한 말라리아가 크게 발생한 것을 파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콜레라의 위험도 있습니다. 콜레라는 블루나일 주에서 유행하는 것인데, 일부 피난민들이 이미 보균자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에 대응하고 위험요소를 경감하기 위해 노력하며, 발생한 뒤에는 최선을 다해 그 확산을 막으려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규모를 신속히 확장해야 했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지역의 지리적 조건은 활동하고 생활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난민들은 이미 힘든 피난길을 거쳐왔는데, 아직 끝이 아닙니다. 힘든 시기가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이나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활기차고, 웃음을 짓고, 인사를 건네며 차를 함께 나눕니다. 그들이 우리에 대해 배우는 것만큼 우리도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길 기대하며, 미래에는 상황이 더 나아지도록 함께 바랄 겁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1년 11월부터 어퍼나일 주에서 난민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자맘, 도로, 바틸 세 곳의 난민 캠프에서 진료를 하고 아직 이동경로 상 집결지에 있는 난민들을 위해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전 지역에서 일주일에 5,000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공급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