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2012.08.31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두 달 간 시리아 현장에서 내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팀은 시리아 의사 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택을 응급 병원으로 개조해 부상자들을 수술하고 입원 치료도 하고 있다. 8월 중순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3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이 시설에서 입원시켰으며 150건의 수술을 했다.

외과 전문의 안나 노왁 (Anna Nowak)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20개 이상의 구호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노왁은 시리아에서 외과 수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근 돌아왔다.

시리아에서 외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안나 노왁

시리아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 어떻게 이런 긴급 임무를 수립할 수 있었습니까?

우리는 시리아 의사 팀의 도움을 받아서 수술할 장소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장소를 둘러본 후에 빈 주택으로 정했습니다. 방 8개가 있는 2층 집은 아직 공사가 완공되지 않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6일 동안 밤낮으로 일해서 그 주택을 병상 12개와 소독실, 수술실, 응급용 심폐소생술실, 회복실을 갖춘 외과 병원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현지 의료진을 구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현재 시리아에서 의약 용품을 수입하거나 구입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급 문제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환자 수술을 시작했습니까?

병원이 문을 연 바로 다음 날인 6월 22일, 첫 번째 환자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해야 했는데 이는 곧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내전 상황이 악화되자 병원은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며칠 후, 한번에 최대 6명의 부상자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진 재원과 치료 여력을 생각하면 많은 편이었습니다. 곧,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해서 테라스에 병상을 놓는 등 환자를 더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방편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전쟁이나 도로가 차단되었다던가 병원으로 오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부상자들은 낮이 아니라 밤이나 새벽에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간병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긴 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도움을 주려는 간병인들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떤 종류의 부상을 치료했습니까?

보통 총상이나 박격포, 포탄으로 인한 부상자를 치료했습니다. 팔다리나 배 부분 혹은 목과 복부 사이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환자 대다수가 남자이지만 여자나 아동 환자들도 오는데 종종 너무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 약 1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쟁과 폭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부상악화와 심지어 죽음까지 무릅쓰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오늘 날 시리아에서 교통사고 부상자를 포함해서 내전과 관계없는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양질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개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의료진들은 시리아에서 개별적으로 조심스럽게 활동하며 많은 야전 병원이 빠르게 생기는 것만큼 빠르게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이런 의료 시설은 도움이 필요한 부상자들에게 아주 중요하지만 또한 아주 조심스러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안보 문제가 우리 재원과 역량을 제한시킵니다. 보통 전쟁 부상을 입으면 평균 5일 정도는 입원해야 합니다. 우리 시설에서는 아주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 5일 이상 환자를 입원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병원 근처에 살거나 인근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지내는 환자들은 검진을 받거나 붕대를 새로 감으러 병원에 다시 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곳 사람들의 결속력이 뛰어나고 많은 환자들이 임시로 인근 지역에 지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병원을 떠난 일부 환자들의 소식을 다시는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전에서 의료지원의 의미와 딜레마

국경없는의사회에서 9년 동안 일하고 있는 마취과 간호사 브라이언 몰러(Brian Moller)는 현재 응급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7월, 몰러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리아에 외과 병원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취과 간호사 브라이언

현재 시리아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합니까?

우리는 반군 거주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상황이 어떤지 부분적으로밖에 알지 못합니다. 확실한 것은 시리아 사태가 민간인을 배려하지 않는 분쟁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저격수의 표적이 되거나 소위 말하는 “부수적 피해”의 희생자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정규 군대가 시위 군과 대립했었지만 이제는 도심 중심가에서 무장한 반군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 바로는 이러한 반군들은 다양하고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과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리아 정권을 향한 분노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비정부기구인데 한 쪽 편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상황을 어렵게 하지 않습니까?

시리아 정부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의료시설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정부군 지지자들은 공공 병원에 갈 수 있지만 반군과 반군 지지자들은 병원에 가거나 치료받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는 사람들에게 의학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에게 시리아 전쟁의 결과가 원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반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정부군과 반군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했습니다. 의료 전문인들과 우리가 만나는 시리아인들은 이성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사태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그들이 부상당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의료진들은 현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현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도움을 주려는 시리아 의료진의 노력과 의지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환자가 대거 유입되는 상황이나 이런 종류의 부상 치료는 경험도 없고 준비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방면에 경험이 많은 우리 팀은 처음으로 이러한 폭력사태를 겪고 있는 현지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하면서도 현 사태를 잘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환자한테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적극적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하는 것처럼 감정적으로 아주 예민한 상황에서 이성을 찾아야 하는 직원들 간에 긴장과 열띤 논의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보건 및 의료 서비스는 어떠합니까?

이 지역에는 진찰할 수 있는 진료소와 약국도 있지만 수술이나 입원할 여건은 되지 못합니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수술할 수 있는 병원도 있지만 환자를 우리에게 보내서 수술 후 입원시켜서 관리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의료 용품과 약을 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혈액, 진통제, 마취제 등 부족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과 전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접근성과 더불어, 물자 이용가능성과 수송, 공급이 다른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특히 시급합니다. 우리는 시리아 의사 단체와 국경없는의사회 로지스티션의 노력으로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2주간은 버틸 수 있는 안전 재고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민간 기부도 받고 있는데 이는 이 곳 사람들의 결속력을 잘 보여줍니다. 며칠 전, 마을에서 여자 몇 명이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왔는데 가방 속에는 현지 약국에서 구매한 의료용품과 붕대, 약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이 물품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확인하기는 힘듭니다. 마취약의 출처가 불확실 할 때 사용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늦게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9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마취과 의사인 켈리 딜워스는 (Kelly Dilworth) 최근 시리아에서 한 달 간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딜워스는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치료했던 부상자들의 고통과 그 심각한 부상에 대해 떠올린다.

시리아에서 한 달간 활동한 국경없는의사회 마취과 의사 켈리 딜워스

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리아에서 환자 치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합류했으며 약 100건의 수술에 참여했습니다. 그 중 90%가 내전 부상이었는데 폭발과 포격으로 인한 부상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총상 환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병 부대의 희생자가 현저히 많았는데 대규모 파편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민간인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는 사실도 이에 일조했습니다.

우리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봤을 때 중환자가 조금만 많이 도착해도 의료진이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말 그대로 내가 여러 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빴습니다. 팀 내 다른 사람들과 나는 응급실, 수술실, 수술 후 관리 병동에서 일했습니다. 부상자를 소생시키고 수술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후 관리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통각 상실증도 신경 써야 하고 중증 환자는 집중 치료도 해야 하며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과 영양공급도 확실히 해야 하는 등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부상자들은 보통 극심한 고통과 그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병원에 도착합니다. 팔다리와 관절이 뻣뻣한 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심각한 호흡기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150km나 떨어진 곳에서 찾아온 이들도 있습니다. 부상을 당하고 나서 시간이 많이 지난 급성단계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가 많으며 너무 늦게 도착해서 생명을 구할 수 없는 환자도 있습니다. 이들은 수술 후 치료를 전혀 받지 못했거나, 부상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그리고 심지어 그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한 환자들입니다.

호흡기 부전과 과혈증으로 입원한 14세 환자도 있었습니다. 개복술로 비장적출 (splenectomy) 을 했는데 너무 늦게 수술한데다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들것에 “얼어붙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지만 며칠 후 웃으면서 퇴원했습니다.

위독한 상태로 입원했던 부상자가 또 한 명 생각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에 도착하기 며칠 전 수술을 받았지만 그 지역이 폭탄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어서 수술 직후 바로 도망쳐야 했고, 2-3 일이 걸려서 우리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도 회복했습니다. 

이렇게 치료가 늦어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총상이나 포탄 부상자를 치료할 때는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며 상처부위를 바로 봉합해서는 안됩니다. 3-5일 후에 2차봉합을 해야 하는데 부상에 따라 정확히 며칠 후에 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치료하는 부상자 다수는 분쟁이 일어난 곳과 그 인근에서 이용 가능한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외상성 장천공에 의한 패혈성 쇼크로 입원하게 된 15세 환자가 있었습니다. 탱크 포격으로 부상을 당한지 이틀이 지났으며 수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합병증이 많이 발생해서 빠르게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환자를 수술하고 집중치료를 했지만 수술 받고 이틀이 지난 후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