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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난민캠프: 보이지 않는 상처

2012.11.07

난민이 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개인 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망가뜨려서 힘든 상황을 더 감당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우울증, 불안, 공포는 원인불명의 신체적 고통 호소와 마찬가지로 흔한 증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블루나일(Blue Nile) 주에서 남수단 마반(Maban) 카운티로 건너온 난민들을 위한 캠프에서 심리사회 활동과 함께 의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4살로 보이는 소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소리 지르는 아이들 틈에서 아주 조용하게 앉아있었다. 소녀는 낡고 헤진 잠옷을 입고 앞에 놓인 종이 쪽으로 몸을 숙여서는 그림에 완전히 집중해 있다. 소녀는 가장 무서운 것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심리 전문가 줄리아 스템펠(Julia Stempel)은 몸을 기울여서 이 어린 소녀가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종이에는 대형 항공기가 크게 그려져 있다.
비행기를 그리는 아이들이 아주 많은데 스템펠은,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을 그리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비행기를 그린다. 아이들은 비행기 때문에 피난가야 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스템펠은 심리 사회 활동가 5명, 자원봉사자 10명으로 구성된 팀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것을 그리라고 하면서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준다. 이들은 ‘위험은 이제 끝났다’는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두 번째 그림으로는 안전한 곳을 그리라고 한다. 스템펠의 팀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로(Doro) 정신건강 팀이 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에는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역할극 하기 등이 있다. 그러면서 스템펠이 말하듯이 “신체처럼 마음도 병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난민 캠프의 아이들이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난민 캠프에서 수단 난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

많은 난민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데 이런 스트레스는 두통, 복통과 같이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고통 호소로 나타나며 환자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스템펠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 3개월 간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할머니 이야기를 전했다. 할머니와 함께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가족 전체와 할머니의 상태, 도망쳐야 했던 상황과 캠프 내 생활 상태는 가족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할머니의 손녀 한 명은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식욕도 잃었으며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 중 두 명이 그런 식으로 고통을 받자, 압박을 많이 받던 가족들은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스템펠은 “우리가 다가가서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팀은 캠프 내 다양한 공동체 그룹의 그룹 세션과 가정 방문 그리고 개인 상담을 통해서 가능한 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으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도와서 스스로 치유하고 또 다른 이들을 치유하도록 한다.

스템펠은 “현재까지 가장 큰 성공은 사람들이 정신 건강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지를 보게 된 것” 이라고 말하며 “그룹 내 토론시간에서 사람들이 솔직히 마음을 드러내고 ‘나도 그렇게 느낀다’라고 말할 때 나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다” 고 이어 말했다.

도로 캠프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담당자들은 공동체와 의료 시설 그룹 세션에서 16,489명의 사람들을 도왔다. 개인 상담으로 환자 180명도 보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담당자들은 자맘 캠프에서 매달 심리 응급치료로 개별 세션 약 300건, 개인 상담 50건을 진행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1년 11월부터 수단 블루나일주에서 어퍼나일(Upper Nile)주 마반 카운티로 피난 온 난민들에게 응급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바틸(Batil), 도로, 젠드라싸(Gendrassa), 자맘(Jamam)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보어홀과 수동 펌프 관리를 포함해서 상당한 양의 물 공급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 병원 3개소를 운영하면서 캠프 내 난민 약 100,000명을 대상으로 외래 환자 치료와 입원 치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