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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의 삶”

2014.02.19

2013년 12월 중순, 주바(Juba)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이후, 약 4만명이 주바에 있는 두 곳의 UN기지(톰핑(Tomping) 캠프와 주바 제3캠프)에 피신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 12월부터 이 두 캠프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며 의료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톰핑 캠프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27,000명 이상이 절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심각한 홍역과 설사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인 포브스 샤프(Forbes Sharp)에게 톰핑 캠프 피난민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방식, 그리고 앞으로 취해야 할 후속조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바에서 활동하는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포브스 샤프(우측)

주바의 톰핑 캠프에는 수천 명의 피난민이 살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톰핑 캠프를 묘사할 유일한 표현은 “초만원 상태”입니다. 캠프 안으로 들어가면 도로 옆 덤불숲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좁디 좁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그야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거죠. 분명한 건 이 캠프가 피난민을 위해 설계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도 없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4,000명에서 5,0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현재 27,000명 이상이 모여 극심한 더위와 열악한 조건 속에서 버티고 있어요.

공공보건의 관점으로 볼 때 인구밀도가 이렇게 높은 환경은 시한폭탄과도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집니다. 위생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때 특히 그렇죠. 구덩이에 화장실을 팔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피난민들은 기본적인 위생 유지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진료소에는 설사병 환자가 상당히 많은데, 환경이 이렇게 열악하면 설사병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위급상황시 기준에 따르면 최소한 50명당 1개의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톰핑에는 150명 당 1개의 화장실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숫자에 한참 못 미치죠. 현지의 많은 단체들이 최선을 다해 공간을 찾아 화장실을 더 짓지만, 짓자마자 또 꽉 찹니다. 공간이 부족한 바람에 모든 인도주의 단체의 활동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톰핑 캠프의 피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12월 22일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구호팀은 톰핑 캠프에 외래진료소를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동안 7,7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대개 설사병, 호흡기 감염성질환과 말라리아 환자입니다.
몇 주 전부터 홍역 환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안구 충혈, 콧물과 기침으로 시작해서 발진이 퍼지는 증상을 보이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홍역에 걸리면 면역체계가 약화되는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중복감염에 취약해집니다. 캠프 환경에서 홍역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는 어린 아이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소아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제 2 진료소를 지었습니다. 이로 인해 24시간 집중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현재까지 163명의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거의 전부가 5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소아과병동은 개원 이래 역량의 150퍼센트를 발휘해 오고 있습니다. 환자의 절반이 홍역을 앓고 있는데 이들은 심각한 건강상태로 병원에 도착합니다.

최선을 다 했지만, 제2진료소 개소 이후 16명의 환자를 잃었습니다. 현재 소아과병동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있고 현지 보건 팀을 보내 피난민들에게 병이 심각해지기 전에 서둘러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오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일찍 병원으로 데려올수록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캠프의 주요 난제는 무엇입니까?

공간입니다. 톰핑 캠프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당면한 문제는 공간부족입니다. 우리 진료소는 테니스장 정도의 크기인데 그곳에서 매일 2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진료소가 붐빌 때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갈 공간도 없을 정도입니다. 공간이 귀한 나머지 피난민들은 진료소 주변 울타리를 따라 일렬로 작은 천막을 세워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위가 심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위생 상태에서 아이들은 설사병에 걸리고, 탈수증으로 발전합니다. 소아과 병동으로 이송된 어린 여아 하나는 탈수증이 심해 정맥허탈이 일어난 상태였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간호사 안나(Anna)가 다섯 시간 이상을 아이 곁에 머물며 위장 관을 통해 양분을 공급해주었고, 상태가 약간 호전되기 시작하는 듯했지만, 결국 처치가 너무 늦어 아이는 그날 밤 죽었습니다.

피난민과 관련해서 우려스러운 점은 무엇입니까? 필요한 조처로는 무엇이 더 있을까요?

캠프의 생활조건이 피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자료를 비롯해 톰핑 캠프 전체에서 나오는 새 자료를 보면, 톰핑 캠프의 평상시 사망자 수치는 위급상황시 수치를 넘어섭니다. 현재 정확한 수치와, 이렇게 높은 사망률의 원인을 더 명확히 밝히기 위해 자료를 분석중입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을 보강했습니다. 소아과병동의 규모와 의사와 간호사 수를 두 배로 늘려 피난민들이 좀 더 일찍 치료를 받도록 환자 도달범위를 향상시켰고, 사망률감시체계를 마련한 겁니다. 또한 현지의 다른 단체와 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의논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만들 공간과 이동진료소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과밀이 심하고 가혹한 환경에 내쳐진 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질병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매일 전쟁을 치르죠. 우려스러운 건, 톰핑의 상황이 남수단 전역에서 8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겪는 고통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