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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사나 내 의료시설에서 HIV/AIDS 치료 환자 수 증가

2014.11.20

돌아오는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수많은 HIV/AIDS 환자들이 병의 증상뿐 아니라 사회의 낙인과 차별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예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들도 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환자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당국 및 국제기구들과 협력하여 HIV 환자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는 HIV 환자들이 사회의 낙인을 받지 않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Anna Surinyach/MSF

예멘에서 HIV/AIDS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사회의 낙인과 차별은 여전하다. 하지만 알 줌후리, 알 사빈, 알 주아바이리, 알 자라위, 알 올로피 등의 의료시설에서 이런 일들은 상당히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 예멘 보건당국과 국내외 비정부 기구들이 협력하여 훈련을 실시한 덕분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현장 책임자 히메단 모하메드는, “병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데다 HIV와 연관된 문화적 측면들도 있어서 사람들이 환자들을 차별해 왔습니다. 예멘 의과대학에서 HIV/AIDS 과목은 교과목에 부분적으로 포함될 뿐이죠. 그래서 의료계 종사자들도 병에 대해 정확히 몰라서 HIV 환자 대하기를 두려워하죠. 하지만 지금은 눈에 띌 만큼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2010년 초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수도 사나의 알 줌후리 병원에서 국립 AIDS 프로그램(NAP)과 협력하여 활동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항레트로바이러스 진료소에 등록하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총 105명이 등록했는데, 2014년에는 상반기 동안만 164명의 새 환자들이 등록했다. 또한 2010년~2013년 사이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환자 수도 115%로 증가했다. HIV 환자들의 입원 수도 늘어, 2013년에는 14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9개월 만에 벌써 25명이 입원했다.

또한 2014년에는 작년에 비해 HIV 환자의 분만 및 수술도 증가했다.

나세르 압두(Nasser Abdu)의 아내는 HIV 양성환자였다. 2008년, 진통을 겪고 있는 그녀를 여러 병원에서 거부했다. 나세르는, “아내를 데리고 사나에 있는 병원은 다 가봤어요. 알 줌후리 병원도 물론 가봤죠. 아내가 HIV 양성 환자라고 얘기했더니 바로 쫓아내더군요. 어쩔 수 없이 한 사립병원에 가서 아내의 HIV 상태를 숨겼어요. 그제야 무사히 분만을 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세르 아내가 다시 아이를 가진 2014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세르는, “올해는 달랐어요. 알 줌후리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할 수 있었죠. 제가 아내를 분만실로 데려갈 때도 전혀 차별을 당한 일이 없었고, 의사에게도 아내의 HIV 상태를 그대로 말했어요. 그랬더니 의사가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답하더군요. 장갑, 안경, 일회용 가운 등 일반적인 예방 기구들이 필요했는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그 기구들을 제공해 주었답니다.”라고 말했다.

HIV 환자들을 위한 무료 의료 서비스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현장 책임자 히메단은, “예멘 보건당국이 HIV 환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5곳에서 환자 수백 명에게 HIV 치료 및 기회 감염(전부터 체내에 있던 병원균이 강해져 병이 걸리는 경우) 치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치료의 질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국립 AIDS 프로그램(NAP)과 팀을 이루어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에 제정된 법에 따르면 HIV 환자들은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이 이들을 차별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히메단 현장 책임자는, “HIV 환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알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 법이 전국적으로 잘 시행되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죠. 또한 교육부에서는 HIV/AIDS라는 주제가 예멘 내 모든 학교와 의과대학 교과목에서 다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예멘 대중들은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병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예방을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자 HIV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사나 내 병원 의료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HIV 환자 모임에도 HIV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HIV 환자를 차별하는 일이 벌어지면 국립 AIDS 프로그램(NAP) 및 여러 국제 기구, 비정부 기구로 이루어진 HIV 지지 연합이 나서서 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지역사회에서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힘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예멘 HIV 퇴치 활동

HIV 환자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고자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부터 예멘 국립 AIDS 프로그램(NAP)과 협력해 왔다. 국립 AIDS 프로그램(NAP)에서는 전국 5개 주요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1000명의 환자들이 HIV 치료제를 받고, 1700여 명의 환자들이 기회 감염에 대한 치료제를 무료로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립 AIDS 프로그램(NAP)과의 협력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란 HIV 약물 치료를 말한다. 이 약들이 바이러스 자체를 죽일 수는 없지만, 약들을 혼합해서 복용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줄어들면, HIV 질환도 커지지 않는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들을 일컬어 ARV라고도 하며, ARV를 혼합하여 치료하는 것을 가리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