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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목소리: 파키스탄 카라치의 C형 간염 환자들

2016.03.18

파키스탄은 이집트에 이어 전 세계에서 C형 간염 유병률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인구의 5%가 C형 간염에 걸린다. 치료비도 많이 드는데다 치료 자체도 현지 보건소보다는 병원들에 집중돼 있어, 사람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

2015년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라치에서 C형 간염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라치 수산시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마차르 지구 슬럼가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도 많고 환경도 오염된 이 지역에는 적절한 위생 시설도 없고,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도 쉽지가 않다.

현재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소에서 C형 간염 치료를 제공하고 있어, 이제 환자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까지 갈 필요 없이, 진료소에서 무료로 진단도 받고 양질의 치료도 받을 수 있다. 교통비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누르 알람(Noor Alam)은 카라치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마차르 클리닉(Machar Clinic)에서 C형 간염을 치료받은 첫 번째 환자이다.

아내와 6명의 아이들과 함께, 누르는 슬럼가의 좁은 골목 중간쯤에서 세를 들어 살고 있다. 7년 전쯤, 누르 알람은 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동네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니 C형 간염이었다. 치료비를 대려고 집을 팔아야 했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받아 큰 효과를 보지도 못했다. 파산 위기에 더해 먹여 살려야 할 어린 식구들도 많은 상황 속에서, 누르 알람은 치료 회기를 2번이나 거쳤는데도 낫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 누르 알람은 정부 보건 체계가 제공하는 고도의 치료법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누르 알람은 마차르 지구(Machar Colony)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소식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진료소에 방문해 곧장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치료를 거치는 동안, 누르는 딸 셋을 새우 껍질을 벗기는 시장으로 일을 내보내야 했다. 그래야만 식구들이 그날 먹을 식량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바람에 아이들은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1시간 일을 하면 양동이로 1통 정도 새우를 채울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은 고작 20파키스탄 루피(0.19달러)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최소 6시간을 일한다. 한편, 누르 알람의 첫째 아들은 여전히 학교에 다닌다. 누르는 아들이 교육을 받아 낚시·어업이 아닌 다른 미래를 일구어 나가길 바라고 있다. 다행히도 이제 누르 알람은 C형 간염에서 깨끗하게 나았다.

쿨숨(Kulsoom, 20세)은 이제 막 C형 간염 치료를 모두 마치고 깨끗하게 나았다.

쿨숨은 아잡(Ajab)과 결혼한 지 3년 반 되었고, 슬하에 18개월 된 딸 루마이싸(Rumaissa)가 있다. 3년 전, 남편 아잡의 아버지도 C형 간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8남매 중 한 명인 아잡에게는 형제 넷, 누이 셋이 있다. 동생 셋은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손위 남매 2명이 가족 전체를 먹여 살린다. C형 간염에 걸린 아잡의 아버지가 일찍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자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2명이 생계의 짐을 떠안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아내 쿨숨이 C형 간염에 걸렸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 소식은 가족 전체에게 비상이었다. 아잡은 “우리 모두는 그저 아내가 치료되기만을 바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쿨숨이 치료를 받는 동안 아잡은 아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고, 마침내 치료가 다 끝나 쿨숨이 C형 간염에서 깨끗이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잡은 감격했다. 아잡은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가 프로그램을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비 알람(Nabi Alam, 19세)은 마차르 지구 내 벵갈리 파라(Bengali Para)에 살고 있으며, 형제 셋과 누이 셋이 있다. 나비는 마차르 지구 내 공립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일하면서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을 가르친다. 원래 나비 알람은 중국에 가서 의학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원 과정에서 신체검사서를 준비하다가 자신이 C형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비는 의학 학사를 취득하려뎐 생각을 잠시 접어야 했다. 검사 결과를 아버지께 보여 드리자, 나비 아버지는 아마 임신 기간 중에 나비 어머니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이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지역사회를 두루 다니던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증진팀은 나비를 만나, 마차르 지구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비는 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결과도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나비는 당초 계획을 바꿨다. 학업을 위해 고국을 떠나기보다는, ‘지식의 빛(The Light of Knowledge)’이라는 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낮 동안에는 학교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실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는 지역 아동 400여 명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타히라(Tahira, 41세)는 결혼해 아들(9세), 딸(8세)을 두었다. 이들은 발디아(Baldia) 시의 마디나 지구(Madina Colony)에 사는데, 조부모님을 비롯해 몇몇 친척들도 이 곳에 살고 있다. 9년 전, 타히라는 자신이 C형 간염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개월간 진행되는 치료를 두 번 받았는데, 여러 가지 주사를 맞으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타히라가 치료받는 동안 아이들은 근처에 사는 친척들이 돌봐 주었다.

두 번째 치료 동안, 작업장에서 일하는 남편은 타히라에게 필요한 값비싼 주사 비용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때, 타히라는 마차르 지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클리닉 소식을 듣고, 그 곳에서 세 번째 치료를 시작했다.

“전에 저는 피부도 깨끗하고 예뻤어요. 비록 이 병이 저를 늙게 만들긴 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아니었다면 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나쁜 상황이 벌어졌겠지요.”

타히라는 가깝고 먼 모두 친척들도 C형 간염 검사를 받게 했다. 그랬더니 타히라의 여동생 사이라(Saira)도 C형 간염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 사이라는 임신 중이기도 했다. 그 후 안타깝게도, 사이라의 아기는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