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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U-인도 정상회담에서 ‘저소득 국가들의 약국’ 입지 지켜야

2016.03.30

국경없는의사회, EU 압박에 굴복해 수백만 명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무역 협상에 응하는 일이 없도록 인도 총리에 촉구

 

결핵에 걸린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보여주고 있다. ©Manu Brabo

2016년 3월 30일, 브뤼셀/제네바/뉴델리 – 오늘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인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가 ‘저소득 국가들의 약국’이라는 역할을 계속하는 한편, EU의 압박에 저항해 무역 협상의 독소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촉구한다. 이 독소 조항들은 수백만 명이 저렴한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모디 총리와 EU 관계자들은 두 무역 상대국 간에 9년 넘게 이어진 자유무역협정 회담과 관련해 협상 재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근 3년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은, 아직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는 여러 쟁점들을 둘러싸고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쟁점 중에는 지적 재산권 문제도 들어 있는데, 이는 의약품 접근성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 결과 인도가 저렴한 복제약들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인도는 생명을 살리는 저렴한 복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필수 원천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저소득 국가들의 약국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를 강타한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라며 “세계 60여 개국에서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로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 활동에 필요한 복제 의약품 구매에 관련해 인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HIV, 결핵, 말라리아 등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의약품의 3분의 2는 인도산 복제약들입니다. 만일 인도에서 나오는 저렴한 복제 의약품들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 실상 우리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HIV, C형 간염, 암 등을 앓는 사람들로 이뤄진 단체들의 강력한 압박으로 간신히 몇몇 최악의 조항들은 사라졌으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다. 여기에는 EU가 제안한 지적 재산권 시행 문제도 들어 있다. 이에 따르면, 다국적 회사들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합법적인 의약품들이 인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이 치료를 제공하는 제3자도 특허 논쟁에 연관된 복제 의약품을 구매 혹은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정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복제 의약품을 사람들에게 제때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중단돼, 보건 상황에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EU 옹호 및 정책 자문위원 헬레 아가드(Helle Aagaard)는 “그간 자유무역 협상은 중단된 상태였지만, EU는 지적 재산권 시행에 관해 한층 더 장벽을 높였습니다. 새 상품 규칙들을 포함해, EU를 통해 이동되는 상품들에 대한 조치를 새롭게 내놓은 것입니다.”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조치들을 없애 달라고 계속 요청해 왔습니다. 우리는 저소득 국가 사람들의 구명 치료에 필요한 복제 의약품들이 EU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얼어붙어 있는 것을 봐왔던 과거로 돌아갈 여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활동을 수행하면서 저렴한 인도산 복제약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3만 명의 HIV 감염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구입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의약품의 97% 이상, 그리고 결핵 환자 2만3000여 명의 치료에 쓸 결핵 치료제의 4분의 3이 인도산 복제 의약품이다.

 

Access Campaign 남아시아 대표 리나 멘가니(Leena Menghaney)는 “EU-인도 무역 협상이 재개되면서, 의약품 접근성과 관련해 위기에 처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라며 “EU-인도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유럽에 맞서 굳건한 태도를 취하고, ‘안 됩니다. 인도는 저소득 국가들의 약국으로서 그동안 해온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도 많은 생명들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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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생명을 살리는 저렴한 복제 의약품을 인도에서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보호해 줄 것을 인도 총리에게 요청하는 캠페인(handsoff.msf.org/)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