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HIV/AIDS에 맞서 싸우는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16.04.20

아프리카 서부·중부에서 HIV 대응 활동을 급속히 늘리지 않는다면, 2020년까지 HIV 감염을 억제하겠다고 전 세계가 합의한 목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HIV에 감염된 사람들이 계속해서 불필요한 고통을 받고 소리 없이 죽어 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늘 새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이 경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엔 기관들, 유럽 기부 단체들, ‘글로벌 펀드’(Global Fund), 미국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 나아가 HIV의 영향을 받는 각국 정부 및 시민사회에 다음 사항을 요청했다. 이들 모두는 치료 지원이 전체 필요 인구의 1/3에도 미치지 않는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 서부·중부 지역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를 신속히 확대할 계획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 <초점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서부·중부의 수백만 명이 전 세계 HIV 대응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태(Out of Focus: How millions of people in West and Central Africa are being left out of the global HIV response)>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 <초점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서부·중부의 수백만 명이 전 세계 HIV 대응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태(Out of Focus: How millions of people in West and Central Africa are being left out of the global HIV response)>에서는 25개국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HIV 치료 격차의 원인을 알아보고, 이를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등 3개국의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제시한다.

“국제 단체들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내에서 HIV로 큰 부담을 지고 있는 나라들 및 HIV ‘주요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지원이 낮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치료 격차 해소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서부·중부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 4명 중 3명이 HIV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등 필요사항이 막대합니다. 즉, 2020년까지 치료를 시작해야 할 1500만 명 중 50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비극적이고도 전략적인 실수입니다. 아프리카 서부·중부에서 이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활동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전 세계적으로 HIV/AIDS를 억제하겠다는 목표는 위협받고 말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HIV 담당 에릭 고어메어(Eric Goemaere) 박사

아프리카 서부·중부 지역은 전체 인구 중 2.3%가 HIV에 감염돼, 감염률이 낮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한 감염률(0.8%)을 생각해 보면, 이는 3배나 되는 수치이다. 게다가, 일부 지역은 인구의 5% 이상이 HIV에 감염되는데, 이는 높은 감염률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전체 AIDS 관련 사망 중 27%가 아프리카 서부, 중부 지역에서 발생한다. ⓒMSF

언뜻 보기에 감염률은 낮은 듯해도, 전 세계적으로 HIV에 새로 감염되는 사람 5명 중 1명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그리고 AIDS 관련 사망자 4명 중 1명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게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태어나는 모든 아동 중 절반 가까이가 이 지역 출신이다. 그 이유는 치료 지원이 너무 낮기 때문인데, 이 곳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 중 겨우 24%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에 따르면, 아프리카 서부·중부에서는 사람들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 경시되고 있는데다 이 지역에서는 보건 문제 중에서도 HIV가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는다. 한편, HIV에 감염된 사람들은 치료 과정 곳곳에서 장애물에 부딪힌다. 환자들에게는 낙인이 따라다니기도 있고, 진단도구 및 의약품 재고도 없으며, 환자 부담 비용도 높고, 값비싼 치료 서비스는 짐스럽고 질도 나쁘다. 폭력이나 전염병이 발생한 뒤에는 위기 상황이 재발해, 이미 위태로운 HIV 치료 접근성을 악화시킨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른 곳에서 HIV에 맞서 싸우며 이룬 성과에서 얻은 교훈, 치료 지원이 낮은 곳에 잘 맞게 고안한 획기적인 접근법 등을 모두 반영해 HIV 관련 정책과 치료 모델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정책 자문위원 미트 필립스(Mit Philips) 박사는 “아프리카 서부·중부에서 치료 격차를 없애는 일은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지원이 낮은 국가에서는 새롭게 설정한 전 세계 목표를 활용해서 HIV 대응 규모를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라며 “그러나 지금의 치명적인 현상을 해당 국가들이 자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세계가 AIDS 퇴치 목표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지나치게 좁은 초점을 가진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선순위 및 시급성 측면에서, 가장 무시되고 있는 HIV/AIDS 피해자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HIV/AIDS 관련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0년대 후반부터 HIV/AIDS 관련 활동을 해 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19개국, 주로 아프리카에서 20만여 명의 환자들에게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니제르 등 아프리카 서부·중부 지역, 그리고 남수단, 예멘, 미얀마 등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 지원이 낮은 여러 국가에서 HIV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로 작성된 보고서 전문은 첨부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서부·중부 지역 안에는 다음의 25개국이 있다.

베냉, 부르키나파소, 부룬디, 카메룬, 카보베르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콩고,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적도기니, 가봉, 감비아, 가나, 기니,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나이지리아, 상투메프린시페, 세네갈, 시에라리온, 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