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 MSF) 는 오는 30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열릴 세계백신면역연합의 경과보고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동의 수(2012년 기준 2,260만 명)를 감소시키기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Alliance)의 주요 정책에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접근성 강화캠페인 사무총장 마니카 발라세가람(Manica Balasegaram) 박사는 “국경없는의사회는 개발도상국 아동에게 새로운 백신을 제공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사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더 많은 아동이 주요 아동 사망 요인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여러 부문에서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활동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도주의 단체들이 긴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협상가격에 백신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수혜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부담하기에 백신 가격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너무 비싸고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보다 나이가 있는 아동의 예방접종 니즈에는 충분한 지원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이어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네 가지 핵심 정책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도주의 단체에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협상가격 제공: 현재 세계백신면역연합은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인도주의 단체에 협상된 세계 최저 가격을 적용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데에 큰 제한이 따르고 있다. 한 예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높은 아동 사망률을 보였던 남수단의 한 난민 캠프 아동들에게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관료주의 장벽을 뚫고 최종적으로 확보할 때까지 11개월을 소요해야 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이 가격 협상에 비정부 단체 및 인도주의 단체를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난민들이 새로운 백신 혜택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왔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비영리 단체에도 협상가격을 적용해 백신 구매를 가능하게 해야 하며 난민 및 분쟁 피해자들에 대한 새로운 백신 사용 증진 정책 개발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백신 가격 인하 노력 배가: 2001년 이래, 최상의 조건을 적용해 아동 한 명에게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2,700퍼센트 인상되었다(2001년 1.38달러에서 현재 38.80달러).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국가들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의 경우,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지원이 끊길 경우 이러한 가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5년 말부터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지원이 단계적으로 끊기게 되는 콩고의 경우 신규 백신 구매 시 기존 백신 가격보다 20배를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높은 백신의 가격은 면역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며, 추후 정부에 여러 아동 사망원인 중 어떤 질병을 감당하여 실시하고 어떤 질병을 실시할 수 없을지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선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보다 영민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협상하고 신흥 제약회사들이 생산한 백신의 시장 진입 가속화를 지원함으로써 백신 가격 인하를 위한 노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1세 이상 아동 예방접종 확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 백신 접종을 마치지 못한 11개월 이상 아동에 대해서도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백신면역연합은 현재 1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예방접종용 백신만을 구매하고 있다. 이는 필수 예방접종을 마치지 못한 1세 이상 아동이 보건소에 오더라도 백신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주요 아동 사망원인으로부터 아동을 완전히 보호할 기회의 상실을 뜻하며, 종종 예방가능한 치명적 질병의 창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이들 국가들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을 충실히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유통 기간 내내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는 백신 개발 장려: 현재 대부분의 백신은 아동에 접종이 이루어질 때까지 섭씨 2~8도에 보관해야만 한다. 이는 종종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전무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의료 구호단체들 및 보건부에 ‘콜드 체인’ 운송이라는 어려운 부담을 요한다. A형 수막염 백신인 멘아프리백(MenAfriVac) 백신은 최근 포장을 바꿔 섭씨 40도에서도 최대 4일 동안 보관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고온의 외딴 지역에서의 운송 여건이 간편해졌다. 다른 백신들에서도 이 선례를 따라 어떻게 하면 접근이 어려운 아동에게도 쉽게 제공될 수 있을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이러한 노력을 장려함으로써 사용이 편리한 백신이 보급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접근성 강화캠페인 백신 정책 자문관 케이트 엘더(Kate Elder)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이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낸 수많은 성과는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백신면역연합이 앞으로 무엇을 더 개선할 수 있을지 비판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시장, 제품, 가격 구축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이 면역부문에서의 목표를 달성하고, 취약 지역에서의 질병 창궐을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백신 관련 활동
201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70만명에게 홍역 백신을, 약 50만명에게 수막염 백신을 접종했다.
관련글: 백신계, 과연 다 잘 되어가고 있는가? 일종의 촉진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