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7일, 칼레 정글 캠프에 남은 것이라곤 다 타버린 대피소 잔해와 황량한 모습뿐이다.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강제로 대피시키고 프랑스 경찰이 현장을 철거하는 동안 캠프는 온통 불길에 휩싸였다. ⓒSamuel Hanryon/MSF
칼레 ‘정글’ 이주민 캠프 철거를 시작한 이틀간 성인 3천 명이 캠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호자 없이 캠프에서 지내온 미성년자들에 대한 많은 질문들은 그대로이다. 10월 25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당국이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들을 성인들과 구분한다면서 그들의 외모만 보고 성급히 판단을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정글에 있는 아동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지난밤, 미성년자 약 1100명은 임시 수용센터의 선적 컨테이너에서 밤을 보냈고, 그 사이 캠프의 나머지 부분은 불길 속에 사라졌다. 학대·착취 위험에 처한 다른 아동들은 캠프 안에서 밤을 보냈다.
수요일, ‘정글’은 온종일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동들과 성인들이 등록을 하려고 들어가는 거대한 격납고 안에서는 겉모습만을 기준으로 미성년자들이 추려졌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프랑크 에스니(Franck Esnee)는 “이렇게 얼굴만 쓱 보고는 청소년들을 다시 성인들이 있는 쪽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라며 “인터뷰도 없고 통역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종 결정에 앞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애초 철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에게 약속한 것과는 완전히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이틀간 등록이 거부되거나 성인들과 함께 수용센터로 보내진 아동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자신이 미성년자라고 밝힌 약 40명 가운데 1/3은 아동들이 서 있는 줄에 합류하지 못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은 미성년자 몇몇에 따르면, 나이를 증명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되었다고 한다. 외모만을 근거로 미성년자를 가려내는 절차를 따른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들은 집을 떠나 수개월 동안 머나먼 거리를 이동해 오면서 몹시 지쳐 있다. 당국의 미흡한 대처에 더욱 기름을 끼얹는 것은, 캠프 철거가 시작되던 주, 철거에 앞서 미성년자들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개월 전, 국경없는의사회는 영국 구호단체 ‘Refugee Youth Service’와 협력해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들을 위한 수용센터를 열었다. 그 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십대 수십 명이 처한 곤경을 목격했다. 과연 자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려줄 확실한 정보를 구하려던 이들은 이 단체 저 단체를 찾아다녀야 했다.
게다가, 영국에 가족을 둔 아동들의 가족 상봉을 위한 신속 절차는 여전히 미성년자 각각의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매니저 그레고레 보놈(Grégoire Bonhomme)은 “귀가 들리지 않는 아동 1명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성인인 그의 형이 통역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아동이 영국에 있는 다른 식구들에게 가게 되면, 이 청년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프랑스에 홀로 남겨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칼레 정글의 아동 수백 명이 곧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Channel)을 건널 수도 있는데, 영국에 사는 친척들에게 가려고 지금도 계속해서 프랑스로 들어오는 보호자 없는 외국인 미성년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뚜렷한 것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