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미셸 텔라로가 구조 활동 중 고무보트로 구명조끼를 던지고 있다. ⓒBorja Ruiz Rodriguez/MSF
어제 지중해 중부 해상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수색·구조 활동을 실시하던 중, 발 디딜 틈 없는 고무보트 한 척에서 25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배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과 근처에서 다른 뗏목을 타고 이동하던 사람들까지 총 246명이 이번 활동으로 구조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조선 부르봉 아르고스 호에서 활동하는 현장 코디네이터 미셸 텔라로(Michele Telaro)는 “보트 바닥에서 희생자 25명을 발견했습니다. 연료를 흡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희생자들은 해수와 연료가 뒤섞인 바닥에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라며 “첫 시신 11구를 회수하는 데만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한데 뒤섞인 연료와 물이 너무 독해 배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조선에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생존자 107명을 구조하고 나서야 사망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후 구조팀은 호출을 받고 긴급 구조에 나서, 곤경에 처한 두 번째 뗏목에서 139명을 구조했다.
첫 시신 11구를 수습하고 나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아직 고무보트에 남은 시신들을 회수하고자 구호 단체 '시워치'(Sea-Watch)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워치는 남은 시신 14구를 마저 회수했고, 다른 곳에서 시신 1구를 더 수습해 이를 구조선 내 시체 안치소로 옮겼다.
어제 구조된 사람 중 화학적 물질에 화상을 입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23명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11명은 화상 정도가 심각했다. 환자 7명은 급히 대피해 치료를 받아야 했고, 부상이 너무 심한 환자 2명은 이탈리아에서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헬리콥터로 이송했다. 구조선에 있던 의료팀은 대피에 앞서 목숨이 위태로웠던 한 여성에게 응급 안정화 처치를 실시했다.
사망자 중에는 남편과 생후 8개월 된 영아를 남겨 두고 숨진 여성도 있었다. 이 유가족을 포함해 이번에 구조된 생존자들은 즉시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심리적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국경없는의사회 심리 구급팀에게 추가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운영 매니저 스테파노 아르겐지아노(Stefano Argenziano)는 “이것은 비극입니다. 그러나 오늘이 예외적인 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지난 몇 주간 정말 끔찍했습니다. 우리 구조팀들을 비롯해 여러 선박들이 끊임없이 구조 활동을 실시했고, 너무도 많은 남성·여성·아동들이 바다에서 죽어 갔습니다. 해상 구조 활동은 점점 해상 묘지를 헤치고 다니는 일종의 경주와 같아지고 있고, 제도가 만들어 낸 위기 속에서 우리 구조팀들은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인명 손실을 멈출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6년 들어 지금까지 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한 사람은 32만7800명이며, 해상에서 숨진 사람은 3740명이라고 한다.
아르겐지아노 매니저는 “머지않아 2016년은 지중해 중부의 역대 최악의 해로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도대체 이런 비극이 얼마나 더 일어나야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달라질까요?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그들이 억제 정책을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고, 해상이 아닌 안전한 대안을 제공하게 될까요?”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지중해 중부에서 구조선 3척에 승선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 구조선들은 총 1만7000여 명을 구조했다. 이 인도적 위기 앞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색·구조 활동이 생명을 구하는 일인 것은 맞지만, 안전하고 합법적인 루트를 제공하는 것만이 해상에서의 인명 손실을 종식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