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그리스: 안전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EU 정책

2023.07.02

지난 6월 14일 그리스 해안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참사로 500여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연합(EU)의 이주 정책을 규탄하고, 이러한 생명의 소실에 대한 책무성과 좀더 적극적이고 국가 주도적인 해상 수색 및 구조 작업 체계 도입을 촉구한다. 

2023년 6월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호의 해상 수색구조 활동 ©MSF/Skye McKee

그리스의 말라카사(Malakasa) 소재 등록센터에서 생존자들에게 의료 및 심리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에 대해 비탄과 분노를 표했다.

해상 구조 역량 강화에 대한 정치적 의지 부족이 2015년 이래 지중해에서 발생한 역대 최고 참사의 원인입니다. 이러한 참사가 얼마나 더 반복되어야 합니까? 해상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6월 14일의 참사는 이주민들이 생명에 위험한 경로를 택하게 만든 유럽연합의 '이민 억지' 정책의 직접적 결과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주민들에게 안전한 경로를 보장하기보다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_두치오 스타데리니(Duccio Staderini)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및 발칸반도 현장 책임자

말라카사에서 활동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87명의 생존자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해수 및 자외선에 노출된 탓에 화상 혹은 부상을 입거나 식량 부족으로 저혈당 쇼크를 겪기도 했으며, 곧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같은 난민선에 탔던 가족과 친구의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리비아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생존자들은 구조를 요청했으나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친구들이 익사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우리 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리비아에서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수일에서 수주동안 사막에서 식량이나 물도 없이 붙잡혀 있으면서 느꼈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한 시리아 청년은 리비아에 있는 동안 매일같이 죽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_엘리스 로이엔스(Elise Loyens)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말라카사 소재 등록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긴급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 ©Avra Fialas/MSF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생존자들에 따르면 선박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사람들이 약 300여명 있었는데 그 중 12명만이 살아남았다. 아래쪽 선실에 다수의 여성과 아동이 있었는데 그 중 8명의 아동만이 생존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틀동안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지만, 너무 울어서 목이 마른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선박이 뒤집힐 때, 저는 있는 힘껏 철제 난간에 매달렸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날아가고 선박 여기저기에서 짓눌리고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의 울음과 비명소리, 바닷물이 목구멍까지 차서 꼬르륵대던 소리, 물 속으로 가라 앉으면서 헐떡이던 소리가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들립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에 이번 사태를 묘사한 한 생존자 

이제 생존자들은 이번 참사로 생긴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와중에도 친구나 가족의 생사여부를 묻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고 있으며 이에 응답해야 한다.

6월 14일 발생한 선박 전복 참사는 최근 몇 년간 지중해에서 일어난 사고 중 가장 치명적이다. 그리스에서 활동중인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정기적으로 위험한 항해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긴급 의료 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청받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연합과 그리스를 포함한 그 회원국들에 다음을 촉구한다.

  • 이번 전복 참사를 포함해 유럽 해안 부근에서 발생하는 유사 사고의 철저한 조사를 위해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모든 책임 규명 메커니즘을 활용할 것.
  • 생명 구조를 우선시하는 근본적 정책 전환을 이루고 이번 참사를 교훈 삼아 최근 몇 년간 시행된 유럽연합의 이주 정책을 재검토할 것.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들이 지금까지 집행해온 정책들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생명 구조 및 보호 보장 대신 죽음과 고통을 야기해왔다. 

©Avra Fialas/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