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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이탈리아, 국경없는의사회 구조선에 60일 억류 명령 내려

2024.09.03

현지시각 2024년 8월 26일, 이탈리아 당국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에 해상 안전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60일 억류 명령을 내렸다.

해당 억류 명령은 8월 23일 이른 아침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이 여러 차례 전개된 이후 내려졌으며, 지오배런츠호는 이탈리아 해양구조조정센터(Maritime Rescue Coordination Centre, MRCC)에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한 해당 혐의를 부인한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하고 이탈리아 당국이 신뢰하는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리비아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에 가담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밀입국업자·인신매매범과 공모하고, 해상에서 폭력적인 ‘밀어내기(pushback)’를 자행한 혐의가 국제연합(UN)에 의해 기록되고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합법적 의무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활동 책임자

이날 지오배런츠호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색구조 활동을 다섯 차례 수행했다. 이중 국경없는의사회가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 세 번째 활동은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선박에서 인근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후에 전개되었다.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2024년 8월. ©Stefan Pejovic/MSF

우리는 한밤중에 사람들이 섬유유리 보트에서 뛰어내리거나 떠밀려서 물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조난자들을 최대한 빨리 안정시키고 물 밖으로 건져내기 위해 출동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익사하거나 한밤중 어둠 속에서 실종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_리카르도 가티(Riccardo Gatti)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 책임자

이번 사건은 지오배런츠호가 세 번째로 억류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장기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대하다. 2023년 초 일명 ‘피안테도시 법령(Piantedosi Decree)’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법령이 시행된 이후 인도주의 구조선이 억류된 것은 이번이 23번째다. 해당 법령은 비정부기구의 중요한 해상 수색구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다. 

이번 사건은 피안테도시 법령이 얼마나 명백하게 국제법과 유럽연합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생명이 위험에 처해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행동을 취할 의무와 대립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이탈리아 당국은 우리가 바다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과 지오배런츠호 억류 조치 해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인명 보호는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진 사회적 임무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적절한 합법적 경로를 통해 이러한 불법적인 억류 행위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팀이 지오배런츠호 앞에서 “생명을 살리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4년 8월. ©Stefan Pejovic/MSF

현재 지오배런츠호는 앞서 언급한 억류 조치로 인해 지중해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부족한 해상 수색구조 역량을 악화시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 중 하나인 지중해 중부에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탈리아 당국이 지오배런츠호가 인명 구조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억류 조치를 철회하고 해상에서 인도적 인명구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인권침해 전력이 있는 당국들에 대한 모든 물적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24년 8월 23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중해 중부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구조 작전을 실시했으며, 여성과 아동을 포함해 총 191명을 구조했다. 이후 이탈리아 해양구조조정센터는 나폴리(Napoli)를 안전한 하선 장소(place of safey, POS)로 지정했으며, 이후에는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와 살레르노(Salerno)로 변경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수색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으며, 현재까지 8개의 수색구조 선박을 단독으로 또는 기타 비정부 단체와의 협력하에 운영하면서 91,000명 이상을 구조했다. 지오배런츠호를 타고 수색구조 작전을 시작한 2021년 5월부터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2,300명 이상을 구조하고, 24명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4명의 의료 대피를 지원하고, 선상에서 한 명의 신생아 분만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