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대피령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알 아크사 병원(Al Aqsa Hospital)에서 25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약 650명의 환자들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해당 병원에서 탈출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보건부와 협력하여 물자와 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도 야전병원을 조기 개원하고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야전병원은 해결책이 아니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보건 체계를 붕괴시키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전쟁 당사자들이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병원들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보건부와 협력해 데이르 알 발라에 조기 개원한 야전병원. 2024년 8월. ©MSF
데이르 알 발라에서 야전병원이 개원하긴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존 병원들이 위협을 받고 물자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탓에 이미 엄청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해당 야전병원은 알 아크사 병원과 같은 기타 대형 병원을 보완 및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현지시각 8월 25일자로 전선이 알 아크사 병원 근처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다수의 환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피난을 떠났다. 알 아크사 병원이나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Nasser) 병원과 같은 병원 없이는 야전병원은 긴급하고 막대한 의료 수요 대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스라엘군에 의한 가자지구 보건 체계 붕괴 영향이 누적됐습니다. 의료보건 시설이 하나씩 붕괴할 때마다 남아 있는 시설에 압박이 가중되고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저하됩니다.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료•인도적 대응이라는 건 허상에 불과합니다.”_줄리엣 세긴(Juliette Seguin)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현지시각 8월 25일 일요일 알 아크사 병원 인근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지기 전에는 약 650명의 환자들이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수백 명이 병원 부지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오늘 알 아크사 병원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병원이 정말 텅 빈 것 같습니다. 대피령과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는 병원이 너무 붐벼서 환자들이 바닥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곳곳에 있던 환자들은 치료가 절실해 병원 앞에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위협이 임박해 오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화상 환자, 중증 부상 환자, 절단이 필요한 환자들을 여러 명 만났습니다. 그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죠.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긴급 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_닥터 소하이브 사피(Dr. Sohaib Safi)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의료 부코디네이터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수차례 피난길에 올라야했고 이스라엘이 지정한 이른바 “인도적 지대(humanitarian zone)”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실향민들이 병원 인근에서 대피하는 일이 흔하다. 공식적으로 190만명이 머무를 수 있는 활성화된 전투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전투 지대 면적이 41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위 인도적 지대에서도 일상적으로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수개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공급 및 의료팀은 해당 야전병원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가자지구에 필수 물자를 반입하는 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 개원을 거듭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알 아크사 병원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서쪽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야전병원을 조기 개원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르 알 발라 소재 야전병원 내부. 2024년 8월. ©MSF
아무리 많은 야전병원이 있어도 기존에 기능중이던 가자지구 보건 체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야전병원은 긴급하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새발의 피에 불과하죠. 허울뿐인 휴전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동안 가자지구의 생명 유지 능력은 점점 저하되고 있습니다.”_닥터 소하이브 사피
엄청난 공급 및 접근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지역에서 두 번째 야전병원이 설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소재 병원 36개 중 20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야전병원과 같은 임시 시설은 전문 외과 치료 역량과 더불어 중증 환자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기타 구명 물자 및 장비 대다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1개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가자지구에서 14개 의료시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1개월 간의 상황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없이는 의미 있는 의료•인도적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전쟁 당사자들이 가자지구에 마지막 남은 병원들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시간 9월 19일 업데이트: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이 계속되면서 보건 체계가 무너졌습니다. 현지시각 9월 18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데이르 알 발라(Deir Al Balah)에 두 번째 야전병원을 개원하고 외래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기타 서비스 확대 여부는 물자 반입을 지연해 온 이스라엘 당국에 달려 있습니다.
해당 신규 야전병원은 오로지 보건 체계 붕괴 때문에 필요해졌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 시설을 보호 및 지원하고 주민들이 이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자지구 소재 36개 병원 중 19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야전병원은 구명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만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의 대피령, 주변 지역 전투 또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인해 병원을 포함한 14개 의료시설을 떠나야 했습니다.
“인도적 지대”로 불리는 지역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반복적으로 폭격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병원들과 야전병원들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