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물자 부족 사태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진통제 없는 상처 드레싱과 필수 의약품 배급량 조절 등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 주민 대상 집단적 형벌 부과를 종식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봉쇄가 가해진 이후 한 달이 지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주요 의약품 공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재고량이 동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폭격을 지속중이며 주민들은 식량, 물, 의약품 같은 기초적 수요를 해결하지 못해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조차 커질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이 즉시 이러한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집단 형벌을 그만둘 것을, 비인간적 봉쇄조치를 종식시킬 것을, 점령 당국으로서 책임을 다해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가능케 해줄 것을 촉구한다.
2025년 1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소지품을 찾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국경없는의사회 자료사진) ⓒMSF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 기간 동안 가자지구에는 구호 혹은 상업물품용 트럭이 들어올 수 없었다. 이는 가자 전쟁 시작 이후 해당 지구에 트럭이 들어오지 못한 가장 오랜 기간이며 3월 2일자로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에 전면적 봉쇄조치를 부과했다. 3월 9일에는 탈염 시설 전력 공급에 필요한 전력을 차단했다. 이렇게 구호품과 전력을 전면 봉쇄하는 조치는 주민들로부터 가장 기초적 서비스를 빼앗아 사실상 집단적 형벌에 처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런 치명적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고의적인,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과도 같은 가해입니다. 즉시 중단돼야 합니다.”_미리암 라루씨(Myriam Laaroussi)/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비상대응 코디네이터
이러한 봉쇄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미 진통제 등 의약품 배급량을 조절하기 시작해 덜 효과적인 치료를 하거나 환자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취제나 소아 항생제는 물론 뇌전증이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적 질병에 필요한 의약품 등도 동나고 있다. 배급량 조절로 인해 1차 진료소 일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부상자 상처 드레싱시 아무 진통제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군 공격이 지속돼 전쟁 부상자가 계속 유입되므로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재고가 부족해 더는 나세르 병원에 의료용 혈액팩을 기부하지 못하게 됐다.
2024년 4월 촬영된 나세르 병원 내부 (국경없는의사회 자료사진) ⓒBen Milpas/MSF
비누와 깨끗한 물 부족 사태로 인해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1차 진료소에 피부병에 걸린 사람들이 찾아오는 수가 늘어나는 경향도 목격중이다. 2월에 데이르 알 발라 소재 알 헤케르 진료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피부병 사례가 565건이었고 칸 유니스 소재 알 아타르 진료소에서는 1,198건이었다. 3월 첫 2주 동안 알 헤케르 진료소 해당 사례가 벌써 437건으로 2월 전체 건수의 80%였다. 알 아타르에서는 2월 전체 건수의 60% 정도인 711건이 보고됐다.
봉쇄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도 피부병을 치료할 의약품은 없고 고통을 경감할 소량의 로션이 있을 뿐이다. 옴 등의 피부병 확산이나 재감염을 막으려면 가족 전체가 치료 받아야하나 의약품과 깨끗한 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비전염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 부족으로 영구적 장애나 사망까지 초래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봉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에게 7-10일간 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의약품만 제공할 수 있었다.
혈압약이 더는 없어요. 아들이 이틀간 찾아다녔지만 못 구했답니다.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치료받지 못하면요? 혈액 문제로 코피가 나고 피를 토하게 됩니다.”_소브헤야 알 베쉬티/ 칸 유니스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아타르 진료소를 찾아온 환자
라마단과 이드라는 이슬람 성월 기간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환자들은 감량과 제대로 된 식량 접근성 부족을 보고하고 있다.
지금은 혈액 관련 수치도 몸무게도 낮아요. 이를 도와줄 만한 식량 공급이 충분치 않거든요. 시내 물가 인상이 큰 문제죠. 모든 것이 너무 비싸져서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살 형편이 못 됩니다.”_칸 유니스 마와시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