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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난민 수색구조에 관한 공동성명서

2023.01.06

2022년 한 해 지중해를 횡단하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는 총 1,377명으로 집계된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중해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이주하던 중 사망하거나 실종된 해상난민은 총 25,365명이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 수많은 이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지중해 중부에서 해상 난민을 수색·구조하는 활동을 개시하여 현재까지 85,000명 이상의 해상난민을 구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며 유럽 국가들의 무모한 정책이 자아낸 인도적 재난을 목격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난민이 리비아로 강제 송환되어 임의 구금, 폭력, 고문, 착취의 굴레에 빠지고 있다. 특히 2023년 1월 2일, 이탈리아 당국이 지중해 난민 구조활동에 제동을 거는 법령을 승인하며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없는의사회 및 19개의 시민단체는 이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의 공동성명서를 작성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몰타 수색구조구역에서 해상난민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Anna Pantelia/MSF 


지중해 난민 수색구조에 관한 공동성명서

해상난민 수색구조 노력을 억제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새로운 법령으로 지중해에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다.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활동을 전개하는 우리 시민단체들은 해상난민 구조 활동을 억제하려는 이탈리아의 최근 법령 승인에 관하여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이탈리아 대통령이 2023년 1월 2일 승인한 새로운 법령으로 지중해에서의 구조 활동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 중 하나로 알려진 지중해 경로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수색구조활동을 전개하는 비정부기구를 겨냥한 법령이지만, 그 대가는 해상난민들이 치를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기존에 운영하던 수색구조 작업을 고의적으로 중단하여 현재 민간 구조 선박이 2014년부터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비정부기구는 꾸준히 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지중해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회원국은 수년 동안 비방, 행정적 괴롭힘, 비정부기구 및 활동가 범죄화를 통해 민간 수색구조 활동을 제재하려고 시도하였다. 

현재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CLOS)*해상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 등 수색구조 작업에 관한 종합적인 법적 틀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민간 수색구조선에 대한 규제를 도입해 수색구조작업을 저지하고 조난당한 해상난민을 더욱 위험하게 하였다.  
*UN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   **International Convention on Maritime Search and Rescue, SAR Convention 

특히 이 법령은 수색구조선이 한 차례의 구조 후 곧바로 이탈리아 정부가 지정한 하선 장소로 갈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 구호단체는 며칠에 걸친 구조활동을 마치고 나서야 이탈리아 정부에 안전한 하선 장소를 요청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생명을 살리는 구호활동을 지연시킬 뿐이다. 바다에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한 번의 구조작업 후 즉각적인 입항을 강제하는 것은 UNCLOS에 명시된 선장의 의무, 즉 해상에서 발견한 조난자를 발견 즉시 구조해야 하는 선장의 의무에 반(反)한다.  

더 나아가 최근 이탈리아 당국이 구조선의 위치에서 나흘 정도 떨어진 먼 곳에 있는 항구를 지정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승인된 법령과 멀리 떨어진 항구를 지정하는 정책은 모두 구조선을 수색지대에서 오랜 시간 벗어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구조 역량을 축소한다. 현재 유럽 국가들이 수색구조활동을 운영하지 않음에 따라 비정부기구가 그 공백까지 메우고 있어 수색구조활동 역량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조 활동이 추가적으로 제한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지중해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것이다.  

또한 이번 법령은 구조된 생존자의 망명 신청 여부에 대한 정보를 구조 후 선상에서 수집, 관련당국과 공유할 것을 의무화한다. 정보의 수집 절차는 당국의 관할이며, 민간 구조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유엔난민기구가 명시한 바와 같이, 망명 신청 관련 제반 사안은 생존자가 안전한 하선 장소에 하선하여 필요한 모든 긴급 지원을 받은 뒤에 처리되어야 한다.  

이 법령은 국제해사법, 국제인권법, 유럽연합법에 반(反)하기 때문에 유럽 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연합 회원국 및 제반 관련 기관이 강하게 반발해야 마땅하다.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는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승인한 법령을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법령이 의회에서 통과되어 법률로 제정·공포되지 않게 이탈리아 의회가 해당 법령을 부결하길 촉구한다.  

생명을 살리는 수색구조 활동을 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법적 조처는 없어져야 한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기존 국제법 및 국제해사법을 준수하고 민간 수색구조 단체의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2023년 1월 5일 


서명기관:
EMERGENCY, Luventa Crew, Mare Liberum, Médecins Sans Frontières/Doctors Without Borders (MSF), MEDITERRANEA Saving Humans, MISSION LIFELINE, Open Arms, r42-sailtraining, ResQ - People Saving People, RESQSHIP, Salvamento Marítimo Humanitario, SARAH-SEENOTRETTUNG, Sea Punks, Sea-Eye, Sea-Watch, SOS Humanity, United4Rescue, Watch the Med - Alarm Phone. 

공동서명기관: 
Borderline-Europe, Menschenrechte ohne Grenzen e.V. Human Rights at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