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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해상난민을 위한 안전한 하선장소 마련 시급

2022.11.08

지오배런츠호의 수색구조 작업 현장 ©Candida Lobes/MSF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가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국제해역인 몰타 수색구조지대에서 7건의 구조 작업을 펼쳤다. 이번 구조 활동으로 총 572명의 해상난민을 구조했는데, 구조된 이들 중에는 임신부 세 명과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 60명이 있었으며, 생후 11개월 된 영아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오배런츠호의 구조 작업이 진행됐던 수색구조지대를 관할하는 몰타의 해양당국과 이탈리아 당국에 적시에 연락을 취했지만 몰타 해양구조조정본부 측으로부터 그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 ©Candida Lobes/MSF

첫 구조작업을 마치고 일주일 후, 몰타 당국은 구조작업을 지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색구조선에 승선해 있는 572명의 난민을 위한 안전한 하선 장소도 배정하지 않았다. 


구조된 572명 모두 각자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목숨 걸고 지중해를 건넜다는 경험만이 유일한 공통점이에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며칠 동안 과밀한 보트를 타고 심각한 상태로 바다를 표류하던 이들을 지원했어요. 이번 구조작업은 몰타 수색구조지대에서 이뤄졌는데, 관련 당국에게 연락을 취하고 몰타 당국에게 구조작업 조정을 계속해서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몰타 당국 등 지중해 연안국가들의 의도적인 무관심으로 인해 안전한 하선장소를 아직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_리카르도 가티(Riccardo Gatti) /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호 수색구조 팀장 


국제해사기구의 ‘해상에서 구조된 자의 처우에 관한 지침’과 ‘해상인명안전협약 및 해상 수색과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해상 난민이 구조된 수색구조지대를 관할하는 정부는 구조된 자를 위한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그러한 장소가 제공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관할 당국의 즉각적인 협조와 조정 능력은 강제송환을 금지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의료서비스 및 기타 필수서비스에 대한 접근 등 인권과 기타 국제법상 원칙의 존중과 이행을 보장하기 때문에 해상수색구조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구조 작업에 있어 관할당국의 역할은 자국의 수색구조지대에서 구조된 해상난민이 최대한 빠르게 수색구조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 하선하여 이들이 안전을 위협받지 않고 기본적인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지오배런츠호의 수색구조 작업 현장 ©Candida Lobes/MSF
네 번의 요청에도 몰타 당국이 안전한 하선 장소를 제공하지 않아, 이탈리아 당국에도 지원을 세 번 추가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된 572명의 해상난민은 여전히 하선 장소를 제공받지 못한 채 해상에 발이 묶여 있다. 


지오배런츠호 위에는 리비아에서 태어난 생후 11개월 된 딸아이를 데리고 지중해를 횡단한 토고 출신 가족도 있다. 이 아이는 선천적 기형인 구순열(cleft lip)을 앓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 부모님이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리비아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다. 유럽행 비자 발급이 번번히 거절당하며 지중해를 횡단하는 경로만이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또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네 번이나 붙잡힌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드디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게 하는 학대와 임의 구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조된 토고 출신 가족의 모습 ©Candida Lobes/MSF

이들의 이야기처럼, 지중해를 횡단하는 이들은 목숨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이 지난하고도 위험천만한 경로를 택한다.


지오배런츠호에 탑승한 이들 중에는 반드시 독일로 가야 한다는 남자 아이가 있어요. 말기 암으로 투병하는 어머니가 독일에 계신다고 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어머니를 뵙고 싶다고 했어요. 이 아이는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고도 알려진 지중해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배 위의 수많은 이들이 이 아이와 같이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요.”_리카르도 가티 /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호 수색구조 팀장

업데이트►https://twitter.com/msfkorea/status/1590164316980150272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지중해 중부에서 여덟 척의 수색구조선을 통해 독립적으로나 다른 비정부기구와 함께 해상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했다. 2021년 5월 지오배런츠호를 통한 수색구조작업을 개시한 후부터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5,400명 이상을 구조하고 해상에서 사망한 1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