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톨리 피난민 캠프에서 할리마가 엄마와 함께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 임시 정착촌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 여성들 중에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팀을 배치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가 쿠투팔롱에 개원한 산부인과 병동은 악천후도 견딜 수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는 산모와 갓난아기에게 별도의 방을 제공한다.
이벳(Yvette)은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에서 산부인과 병동 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조산사 3명으로 구성된 이벳의 팀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팀의 일원인 룩사나(룩사나의 이야기 참고)는 로힝야 자원봉사자 5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다. 팀원 대다수는 10대 후반 여성이며, 이들은 캠프 곳곳을 다니면서 성폭행 피해자들이 의료적·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핫라인 전화 서비스를 마련해 어디서 도움을 받을지도 알려준다.
성폭력으로 인한 오명 때문에 생존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공개될 경우 공동체에서 배제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피해자들에게 별도의 카드와 비밀번호를 전달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룩사나는 이렇게 말했다.
“난민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물었습니다. 군인에게 혹은 라카인 사람들에게 강간을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이죠.”
최근 미얀마 폭력사태 이후 근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릴 찾아오는 성폭력 생존자들이 있다. 룩사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도 매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분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심리적인 응급 처치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 드리죠.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희가 도와 드릴게요.’”
로지아가 생후 2개월인 아들 주바이르와 함께 고얄마라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있다. 이곳에 입원한 아동 대다수는 태어나 첫 며칠간 노출되었던 열악한 위생 여건으로 인해 병에 걸렸다.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정신건강 · 의료 지원을 실시하며, 필요한 경우 피해자를 전문 기관에 안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로써 강간으로 인해 임신을 한 여성과 소녀들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출산 전 마지막 몇 달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 산모가 아기를 지킬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경우, 양부모를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임신 중절을 선택하는 생존자들도 있는데, 때로는 위험한 방법을 택해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도 있다. 캠프에서 낙태 유도제를 구하기란 어렵지 않지만 대개는 복용 설명서가 딸려 있지 않다. 이벳은 이렇게 말했다.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야 이 약들만큼 안전한 방법이 없죠.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어마어마한 출혈과 중증 감염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위험한 낙태 때문에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들을 목격했습니다.”
쿠투팔롱의 구 산부인과 병동은 빽빽한 침상 사이로 허술한 대나무 칸막이가 서 있어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프라이버시를 거의 지킬 수 없었다. 그러나 바로 옆 건물에 신설된 국경없는의사회의 새 산부인과 센터는 강간 생존자들에게 별도의 방을 제공한다. 덕분에 생존자들은 누가 엿듣거나 지켜보는 일 없이 안전하게 지원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