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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의약품 접근성 향상에 청신호가 될 남아공의 기념비적인 결정

2018.06.07

국경없는의사회, ‘맹목적인 특허 수여’를 멈추고 의약품 접근성을 위해 특허법 개정에 나선 남아공 노력 환영

2018년 5월 31일, 요하네스버그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정부의 기념비적인 이번 결정을 환영을 한다. 이 결정이 있기까지 남아공 시민사회는 수년간 ‘특허법 개정(Fix the Patent Laws, FTPL)’ 캠페인을 벌여 새 지적재산권(IP) 정책 제정을 요청해 왔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남아공의 맹목적 특허 수여 관행을 끊음으로써, 의약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 건강한 삶을 살지 못했던 남아공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려는 것이었다. 최근 제정된 새 정책은 공중보건을 고려하여 남아공 특허법을 개정하기 위해 내디딘 과감한 첫 걸음이다.

남아공 현행 특허법 하에서는 한 의약품에 대해 제약회사가 다수의 부당한 특허를 취득해 터무니없이 높은 약값을 부과할 수 있다. 한 예로, 남아공은 세계적으로 결핵과 약제내성 결핵(DR-TB) 부담이 가장 큰 나라에 속하나, 약값이 너무 높아 사람들이 주된 치료제를 충분히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남아공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은 리네졸리드(Linezolid)라는 약을 구할 수 없었다. 이 약에 대한 특허 독점이 연장돼 리네졸리드 1정당 무려 49달러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인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 약을 대체할 제네릭(복제약)들이 있었고, 저렴하게는 1정당 8달러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신약 2종 — 베다퀼린 · 델라마니드 — 역시 같은 운명에 처했다. 이 약들도 남아공에서 수차례 특허가 수여돼 특허 기간이 20년 넘게 연장되었다. 현재 이 약들을 사용해 6개월 치료를 완료하려면 각각 미화 900달러, 1,700달러가 든다. 연구에 따르면 이 약들을 대체할 제네릭의 현실적인 가격은 각각 48달러~102달러(베다퀼린), 30달러~96달러(델라마니드)라고 한다. 그러나 이 약들에 대한 특허 독점이 연장된 상태이므로 당분간 약값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는 운 좋게도 리네졸리드 치료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리네졸리드는 남아공에서 어마어마하게 비싼 약이었으니까요. 바라건대 특허 개혁이 일어나 똑같은 약에 여러 특허를 수여하는 관행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남아공 사람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저렴한 제네릭들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_ 푸메자 티실리(Phumeza Tisile) /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완치, 남아공 칼리쳐 출신

수십 년간 남아공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라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왔고, 그 결과 남아공은 제약회사들의 난폭한 특허 관행에 이리저리 휘둘렸고 의약품 가격은 크게 부풀려졌다. 그러던 중 이번 주에 드디어 반가운 IP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 정책은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국제 합의사항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TRIPS는 각국이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자국 특허법을 개정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이 내용은 ‘TRIPs 협정과 공중 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에 명시되어 있다.

지난 9년간 특허법 개혁 절차는 수차례 지연되었다. 주된 이유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어마어마한 압력이었다.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실시한 FTPL 캠페인이 없었다면 이번 IP 정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FTPL 캠페인은 특허법 개혁에 지지의 뜻을 나타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남아공 정부를 설득하고자 노력했다. 필요할 때마다 거리 시위를 벌여 남아공 정부가 공중보건을 앞세우는 행동을 취하도록 요구했다.

“정말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FTPL 캠페인은 끈질기게 남아공 정부를 압박해 왔죠. 공익을 고려하여 특허법을 개정함으로써 제네릭 경쟁을 통해 저렴한 의약품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 나온 이번 정책이 법으로 자리잡아 제대로 실행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필요한 약을 구하려고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니까요.” _ 살로메 마이어(Salome Meyer) / FTPL 캠페인 참여 단체 ‘캔서 얼라이언스’(Cancer Alliance) 소속

지금까지 남아공 특허 등록 시스템 하에서는 실질적인 검토 없이 특허 수여가 가능했다. 이번에 새로 제정된 정책은 실질적 조사 · 검토를 이행하라는 행동 지침을 담고 있으며, 관련 주체라면 누구든지 특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포함했다. 또한 과평가된 특허에 강제 면허를 수여하는 데 있어 공중보건에 기초한 접근을 취하도록 하는 여러 권고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남아공의 이번 IP 정책은 기업의 이익보다 사람들의 필요를 먼저 생각함으로써 남아공이 더 나은 지적재산권 법을 수립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 인도 등의 국가들은 진정 새로운 의약 화합물에 대해서만 특허를 수여함으로써 공중보건 향상과 의약품 접근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았습니다. 이런 나라들처럼 남아공도 이번 정책을 신속히 법제화해 이행한다면 사람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허법 개혁과 연관된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시민사회 단체들에게도 좋은 선례를 남길 것입니다.” _ 클레어 워터하우스(Claire Waterhouse)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