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외부 압박에 굴복한다면 세계 개발도상국 주민 수백만 명이 피해 입을 수 있어
2015년 6월 11일, 뉴델리/제네바 –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저렴한 의약품을 제조하는 인도를 제한하기 위해 미국, 일본, 스위스, 유럽연합(EU)은 인도의 법과 정책을 바꾸려는 압박을 날로 더해 가고 있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늘, 이러한 상황에 당당히 맞설 것을 인도에 호소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런칭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8차 협상 시기에 맞추어 이 캠페인을 런칭했다. 이번 RCEP 협상에는 의약품 접근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해로운 제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세계 곳곳의 활동 현장에서 HIV 감염자 20만여 명을 치료하는 데 쓰는 의약품의 80% 이상은 인도에서 제조된 제네릭(복제약)이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말라리아를 포함한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인도에서 생산된 필수 의약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전염성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들은 개발도상국의 보건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턱없이 비싸다고 여겨지는데, 인도는 이러한 의약품들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보다 저렴한 버전의 의약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의료 구호 활동을 위해 인도에서 제조된 저렴한 의약품과 백신에 의존해 온 의사들로서, 우리의 현장 활동 지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있는 주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약품 공급이 끊길 수도 있는 이 상황에 우리가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인도가 ‘개발도상국의 약국’ 역할을 꼭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전 세계가 현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인도에 강력한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공중 보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인도 법은 특허 수여의 기준을 다른 나라들보다 높게 정해두고 있다. 덕분에 제네릭 제조회사들 사이에 활발한 경쟁이 촉진돼, 기본적인 HIV 혼합 치료제의 경우 지난 10여 년 사이에 미화 1만 달러에서 약 100달러까지 가격이 99%나 하락하는 결과를 얻었다.
일본은 RCEP 협상을 통해 몇 가지 해로운 조항을 수립하고자 하는데, 이 모든 조항들은 국제 무역 규칙 하에서 인도의 의무사항들을 넘어서는 것들이다. 이 조항들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기존 의약품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면서 끊임없이 독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고 불리는 제약회사들의 흔한 관행이다. 또한 인도 법률 상에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해서도, 은밀한 방식을 통해 제약회사들에게 사실상의 독점을 허용하게 만드는 조항들도 있다. 이는 고가의 비윤리적인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제네릭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의약품 규제 당국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방식은 이른바 ‘자료독점권’(Data Exclusivity)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의 남아시아 디렉터 리나 멘가니(Leena Menghaney)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저렴한 의약품에 의존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인도가 생명줄 역할을 계속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우리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제네릭 시장의 경쟁을 무너뜨려 결국 기업의 이익이 사람들의 생명 위에 군림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를 치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