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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북부의 치열한 전투 최전선 사이에 사로잡힌 사람들

2018.06.04

Siegfried Modola

2017년 5월 23일, 남수단 리어 카운티 타케르 근처 여러 곳에서 야외 진료소 활동을 마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장소를 이동하면서 장비를 나르고 있다.

2018년 5월 31일

분쟁으로 황폐해진 남수단 북부 리어 · 마옌디트 카운티가 4월 말부터 또 다시 폭력사태에 휘말렸다. 전투 최전선 사이에 사로잡힌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하고 의료 시설들도 공격을 받았다. 인도주의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의 심각한 폭력 수준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어 · 마옌디트 카운티에 사는 여성, 남성, 아동들은 집단 강간, 살육 등 극심한 폭력을 겪고 있다. 여러 마을이 약탈과 방화를 당했고, 비축 식량도 훼손되었으며,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자녀 9명을 둔 한 여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침 6시부터 사람들이 마을에 들이닥쳤어요. 자고 있던 우리는 갑자기 일어나 도망쳤어요. 뭘 챙겨 갈 여유는 전혀 없었어요. 사람들이 총에 맞는 게 보였어요. 제 아들도 가슴에 총알을 맞았어요. 그들은 집집마다 불을 질렀어요. 사람들이 안에 있는데도 말이에요. 정말 흉악한 공격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걸 파괴했으니까요.”

계속되는 충돌로 이미 수천 명의 민간인은 수풀, 늪지대, 섬 등을 피난처로 삼아야 했다. 공격이 계속되는 바람에 수차례 자리를 옮겨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위 여성은 이렇게 덧붙였다.

의료 지원을 받으려고 찾아 들어갔던 마을마저 공격을 받았어요. 똑같은 사람들이 저지른 공격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미처 도망치지 못해서 우리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최대한 몸을 숨겼어요. 결국 그들은 우릴 찾지 못했죠. 우리는 상황이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수풀 속으로 도망쳤어요.”

사람들은 벌써 4주 넘게 깨끗한 물, 식량, 거처를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 지원도 거의 못 받는 상황이다. 열악한 생활 여건 때문에 탈출한 사람 중에서도 아동, 임산부 등 취약한 사람들은 질병 감염 위험이 더 높다.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조지나 브라운(Georgina Brown)은 이렇게 말했다.

“주로 보이는 질병은 급성 수성 설사, 호흡기 감염, 피부 질환 등이며 근육통, 관절통이 나타나는 근골격 장애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열악한 생활 여건과 직접 연관되는 병들이죠. 우기가 다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접근이 가능한 지역사회에 들어가 기본적인 의료 지원을 실시했다. 지원 대상 중에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브라운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까스로 접근했던 여러 마을 중 1곳에서는 48시간 동안 성폭력 생존자 21명을 치료했습니다. 며칠 후 또 다른 지역에서는 생존자 20명을 치료했죠. 정말 우려스러운 숫자입니다. 그런데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생존자들도 많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계속되는 폭력을 두려워하며 지금도 수풀과 늪지대에 숨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의료를 포함해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폭력사태가 잦아들기 전에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 시설을 겨냥한 공격도 벌어지고 있어 의료 지원이 몹시 필요한 곳들도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도 활동 지역 중 2곳에서 의료품을 약탈당했으며 이로 인해 갖가지 물품도 훼손되었다.

리어 · 마옌디트 카운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수년간 이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던 잔인한 폭력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모든 분쟁 당사자들의 공격 목표가 돼 버린 민간인들은 생존을 위해 탈출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거처, 식량, 물, 의료 등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어 · 마옌디트 카운티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사태를 즉시 중단할 것을 모든 무장 단체들에게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3년부터 남수단에서 활동하면서 의료와 인도적 지원이 부족한 여러 지역에 의료를 지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독립성 · 중립성 · 공정성의 원칙에 입각해 활동하고 있어, 여러 의료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으며 인종, 종교, 성별,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의료적 필요만을 근거로 활동한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전역에서 총 16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