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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E형 간염 유행 대응 위해 예방접종 캠페인 전개

2024.02.08

남수단 내 치명적인 E형 간염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보건부와의 협력하에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해 E형 간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큰 여성 및 생식가능연령의 여성들이 해당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신부들의 경우 사망률이 최대 40%에 달하지만, 치료제가 없어 말기에 접어든 다수의 환자들은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23년 4월 이후, 남수단 종글레이(Jonglei)주 소재 올드 판각(Old Fangak)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E형 간염 환자 501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그중 21명(대부분 여성)이 사망했다. 최근 E형 간염 유행의 급성 단계에 남수단의 외딴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개된 이번 예방접종 캠페인은 추가적인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함이다. 

남수단 종글레이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여성에게 E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

E형 간염은 치명적인 수인성 질병입니다. 매년 약 2천만여 명이 해당 질병에 걸리고 이 중 300만 명은 치료가 필요한 증상을 겪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적시에 치료를 받지는 못합니다. 특히 남수단처럼 의료시설 수가 제한적인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한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겨우 병원에 도착한다 한들, 너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치료제가 없다 보니 매년 해당 질병으로 7만여 명이 사망합니다. 그래서 백신이 정말 중요한 겁니다. 생명을 살리니까요.”_맘만 무스타파(Mamman Mustapha)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E형 간염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

2012년에 개발된 E형 간염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허가를 받아 2015년부터 응급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태껏 해당 백신은 단 한 번밖에 사용되지 못했다. 이는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찬가지로 남수단에 있는 벤티우(Bentiu) 소재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을 사용해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했을 때이다. E형 간염 유행이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던 당시, 25,000명 이상이 향후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받았다. 최근 판각 카운티(Fangak County)에서 전개되었던 예방접종 캠페인은 벤티우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만, 벤티우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

판각 카운티는 남수단 북부의 극히 외딴 지역에 위치한 수드(Sudd) 습지대에 있는데, 이는 소규모 지역사회가 옹기종기 붙어있는 광활한 습지대로 가장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조차 몹시 제한적인 곳입니다. 올드 판각에서는 아동 대상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병원에 접근하려면 보트로 나일강을 건너거나 항공기를 타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올드 판각에 있는 활주로가 지난 4년간 범람 된 상태라 먼저 항공기로 근처 마을에 백신을 가져다 놓고 강을 따라 35km를 더 이동해서 병원으로 운반해야 합니다. 백신은 섭씨 2-8도 사이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우리 병원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지만 우리가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하는 지역사회 일부로 향하는 8시간 동안 콜드체인을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_맘만 무스타파

국경없는의사회 공급망 코디네이터가 콜드체인을 유지하기 위해 E형 간염 백신이 담긴 냉장실 문을 닫고 있다. 2023년 12월. ©Nasir Ghafoor/MSF

판각 카운티에서의 삶은 E형 간염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 이전부터 이미 열악했다. 지난 4년간, 반복되는 홍수로 인해 주민들의 농작물이 파괴되고 가축이 물에 잠겼다. 기존에는 걸어서 갈 수 있었던 마을들은 홍수로 인해 섬이 되었고, 주민들은 이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려면 카누를 타고 갈 수밖에 없다. 또한 홍수로 불어난 물이 잦아들지 않아 생긴 고인 물웅덩이들은 모기들에게 완벽한 번식지를 제공해 결국 말라리아 사례가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서 먹거나 수련을 먹는 등 식단이 부실하게 바뀌는 바람에 영양실조 사례도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마시고 사용하는 물을 매개로 E형 간염이 퍼져 또 다른 위협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수로 인해 범람 된 지역에서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남수단 주민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

이렇듯 열악한 환경에 사는 주민들에게 의료시설로 향하는 것은 이미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제 홍수로 인해 더 힘들어졌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의료시설로 가려면 카누를 타고 8시간을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대부분이 이동비와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워 그럴 시도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E형 간염 유행으로 사망한 사람이 총 21명인 것을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병원에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으러 병원으로 올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는 주민들이 이러한 여정을 겪지 않아도 되게끔 우리가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지역사회 일부는 너무 외딴곳에 있어서 때때로 우리가 직접 카누를 타고 찾아가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동진료소를 외딴 마을에 설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속 모터보트를 이용하는데, E형 간염 유행에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들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우리는 감염 위험에 놓인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정규 활동을 조정해야 했습니다.”_맘만 무스타파

국경없는의사회 예방접종 팀이 보트를 타고 외딴 마을로 향하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

또 다른 난제는 백신의 제한적인 물량과 높은 가격이다. E형 간염 백신은 중국의 한 제조업체에만 생산 허가가 난 상태이고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해당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특히 올드 판각처럼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운송 및 보관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은 남수단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질병 유행 대응 시 마주하는 제약을 대변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제약이 해소되어 더 많은 사람들, 특히 E형 간염에 가장 취약한 가임기 여성들이 보호될 것을 촉구한다.

E형 간염 백신은 0, 1, 6개월 시기에 총 3회 접종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접종 캠페인이 완료되는 2024년 6월까지 16-45세 여성 12,776명에게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계획이다. 예방접종 캠페인 이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감염 사례 관리 및 병원 이송 활동을 비롯해 지역사회 인식 제고 캠페인과 역학조사 또한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국내외 보건 및 인도주의 구호 단체들이 인식 제고, 화장실 및 폐기물 처리 시스템과 같은 적절한 하수 및 위생 시설 도입, 안전한 식수 제공 보장을 위한 시추 작업 등을 통해 올드 판각 내 식수위생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질병 확산을 막고 향후 발병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이다.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E형 간염 백신을 접종 받은 한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