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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곳은 일반 분만실이 아니라 응급실 같습니다”

2018.06.01

Sara Creta/MSF

치파랑 임시 정착촌에 있는 리나 베쿰(23세). 리나는 마웅다우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를 피해 8개월 전에 방글라데시에 들어왔다. 

“이곳은 일반 분만실이 아니라 응급실 같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 임시 정착촌에 있는 많은 로힝야 여성들은 천막 안에서 출산한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의료적 대처가 미흡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쿠투팔롱에 개원한 산부인과 병동은 악천후도 견딜 수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는 산모와 갓난아기에게 별도의 방을 제공한다.

한 여성이 넋을 놓은 듯한 얼굴로 녹색 침상에 앉아 있다. 지금 막 마라톤이라도 뛴 것 같아 보이나 행복에 도취된 표정은 아니다. 이 여성은 지금 막 4.1kg의 남자 아기를 낳았다. 이 분만실 최고 기록이다. 조산사는 산모 두 팔에 갓난아기를 가만히 안겨주었다. 산모는 가슴 쪽으로 아기를 받아 안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 산부인과 병동 활동을 관리하는 이벳(Yvette)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다른 나라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할 때 보면, 산부인과 병동 여성들은 주변 침상을 찾아다니며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혼자 있고, 스카프로 머리나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킵니다.”

이 젊은 여성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편을 택한 소수에 속한다. 현재 쿠투팔롱에 있는 로힝야 여성 5명 중 4명은 집에서 아기를 낳는다. 미국 북서부 출신의 이벳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정 분만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가정 분만을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쿠투팔롱 난민 대다수는 흙바닥에 대나무를 느슨하게 엮어 틀을 만들고 방수 시트나 너덜너덜한 폴리에틸렌을 지붕으로 얹은 집에서 산다. 콕스 바자르의 다른 캠프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펌프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고, 공동 화장실은 흘러넘칠 때도 많다. 이벳은 이렇게 덧붙였다.

“진통과 분만은 제쳐 두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은 곳입니다.”

고위험 분만

집에서 분만하는 여성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택할 대안이 별로 없다. 밤이면 캠프 불이 다 꺼지고, 가파르고 좁은 통로들은 발 밑이 미끄럽다. 불안한 다리 밑으로는 늪지와 흙탕물이 흐른다. 혼잡하고 과밀한 캠프 안에는 도로가 거의 없어, 응급 환자가 생기면 대나무 막대기에 플라스틱 의자를 묶어 장정 두 사람이 어깨에 매고 이동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통 중에 합병증이 생긴 여성들은 밤에 꼼짝없이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면 상태가 매우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벳의 설명이다. 며칠 동안 집에서 하혈을 하다가 패혈증에 걸린 채 진료소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벳은 집에서 장시간 진통하다가 결국 아기가 나오지 못해 병원에 찾아오는 여성들도 있다고 했다. 집에서 진통을 유도하거나 진통 속도를 높이려고 합성 옥시토신을 투여한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옥시토신은 캠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잘못 복용하면 치명적인 산모 합병증, 태아 사망, 누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쿠투팔롱 병원에서 합병증 없이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는 거의 예외적이다. 이벳은 이렇게 덧붙였다.

“여기서 일반적인 분만을 본다는 건 드문 일입니다. 대개는 위급한 산모들을 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곳은 일반 분만실이 아니라 응급실처럼 느껴집니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 태어난 아기들

현재 산부인과 병동에 있는 여성 10명 중 5명은 자간, 산후 출혈, 패혈증 등 의료 긴급 상황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었다. 다른 4명은 강간을 당한 후 병원에 왔으며 10명 중 1명만이 일반적인 분만을 앞두고 있다.

합병증 없이 태어난 아기들도 평범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른 곳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권리들을 이 아이들은 누리지 못할 것이다. 작년부터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아기들의 출생은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 태어난 로힝야 아동들은 출생 증명서도, 난민 지위도, 시민권도 갖지 못할 것이다. 정식 교육과 고용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며, 이동의 자유는 캠프 북쪽 검문소까지만 허락될 것이다.

 


쿠투팔롱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이벳이 직접 전한 이야기

미국 북서부 출신의 이벳 블랑셰트(Yvette Blanchette)는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 활동하는 조산사 활동 매니저이다. 이벳의 팀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이벳이 쿠투팔롱 병원에서 만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 있는 엄마들도 다른 데 있는 엄마들과 같은 것을 원합니다. 아이들이 머물 집, 아이들을 위한 충분한 음식, 깨끗한 옷 – 신발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배움의 기회 등등을 원하죠.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는 이런 것들을 곧바로 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산부인과 병동의 여성들은 주변 침상을 찾아다니며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혼자 있고, 스카프로 머리나 얼굴을 가리거나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킵니다. 아마도 사회적 금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최근 충격적인 일을 겪은 터라 공포와 불신이 큰 것 같기도 합니다. 집, 가족, 살던 마을 등 익숙했던 삶에서 떨어져 나와 피난살이를 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니까요.

여성 분들께 산과 병력에 대해 물어보면, 군인들이 마을에 왔던 그날 일부터 들려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살해당하고, 아기들이 짓밟히고, 자녀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집이 불탔다는 이야기들 말이죠.

어떤 분들은 입원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고, 출산하면 곧장 퇴원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챙기러 가야 하니까요.

병원에 오기 전에 뭘 좀 먹고 왔는지 물어보면 고개를 떨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 분들이 진통할 때 힘을 낼 수 있도록 미리 망고주스와 비스킷을 드립니다.

어떤 분들은 이곳이 아기 갖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좀 더 오래가는 피임법을 요청합니다. 미얀마에 있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임신을 미루려는 거죠.

감격스러운 순간들도 있습니다. 합병증 치료를 받던 환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병동 회진을 하러 갔더니 병상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거예요. 그런 날은 정말 뿌듯하죠.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사람이 달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몇 시간, 며칠을 축 처져 있던 분들이 생기를 다 회복해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거든요. 직원들과 환자 모두가 함께 느끼는 정말 특별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