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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궁지에 내몰린 채 잊힌 로힝야 사람들

2024.08.23

미얀마 라카인(Rakhine)주의 극심한 분쟁으로 로힝야 주민들이 점점 더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가기 위한 자금이 없는 주민들은 보호나 지원 없이 남겨지고 있다.

폭발, 총격,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는 가족과 함께 혼란 속에서 집을 떠나 안전을 찾아 근처 언덕으로 대피했어요. 저는 부모님과 떨어지게 되었고, 사촌들과 다른 청년들과 같이 정글에 숨어 굶주림과 두려움 속에서 며칠을 보냈어요. 저는 지뢰를 두 번 밟았는데, 처음에는 다치지 않았지만 두 번째로 밟은 지뢰가 폭발했을 때는 발을 크게 다쳤어요.”_루훌(Ruhul*) / 5월 17일 저녁 자신이 사는 타운십 부티다웅(Buthidaung)에서 공격이 일어난 순간을 설명하는 로힝야 청년

방글라데시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폭발로 다리 한 쪽을 잃은 로힝야 남성. 2024년 8월. ©MSF

루훌은 국경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넘어가서 콕스바자르(Cox’s Bazar)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9일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다.

2023년 11월 이후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지역은 미얀마군(Myanmar Armed Forces)과 아라칸군(Arakan Army) 간 분쟁 격화로 황폐해졌다. 중화기 사용과 드론 및 방화 공격을 포함한 극심한 폭력 사태로 인해 마을 전체가 파괴되고, 민간인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하고, 집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분쟁 당사자 양측 모두 민간인을 강제로 징집하고 지역사회 간 민족적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로 라카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이 영향을 받은 가운데, 수십 년 동안 역사적으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인 로힝야 사람들은 이러한 폭력 사태의 한가운데에 갇히는 상황에 자주 놓이고 있다.

5월 17-18일, 부티다웅에서 민간 가옥과 재산이 전소하고,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 피란 온 다수를 포함해 수천 명의 로힝야 주민들이 해당 타운십에서 도망쳐 나왔다.

박격포탄이 우리 집을 강타하면서 제 아내가 죽고 여러 사람이 부상을 입었어요. 우리는 방글라데시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가슴 아픈 결정이었죠. 집과 가축, 농작물을 두고 떠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어요.”_모주불라(Mojubullah*) / 같은 날 부티다웅 마을을 떠나온 로힝야 실향민

부티다웅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마웅다우(Maungdaw) 지역에서는 전쟁 당사자 간 격렬한 충돌이 5월에 극심해졌다가 8월에 다시 격화되었다. 이러한 충돌은 부티다웅 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포함해 로힝야 인구를 겨냥한 폭력적인 공격이 수반되는 특징을 보였다.

8월 5일부터 17일까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캠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폭력 사태로 부상당한 로힝야 환자 83명을 치료했으며, 이 중 48%는 여성과 아동이었다. 이들은 마웅다우에서 공격을 피해 국경을 넘어왔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도착한 환자들은 총상을 입거나, 지뢰 부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거나, HIV 및 결핵 등 치명적인 질병을 관리하기 위한 약이 부족해 위독한 상태이다. 이러한 의약품들은 더 이상 라카인주에서는 구할 수 없다.

라카인을 떠나온 일부 주민들은 나프(Naf)강을 건너는 등 국경을 넘는 여정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국경이 공식적으로는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관련 당국과 무장단체, 밀입국 조직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고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다.

여정의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었어요. 위험하지만 보트를 태워주는 대가로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는 밀입국 조직도 만났고, 방글라데시에 도착했을 때는 국경경비대가 적대 행위를 보였어요. 도와달라고, 손주들이 긴급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간청했지만, 결국 우리는 미얀마로 돌려보내졌어요.”_모주불라

라카인 북부에서는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의료시설이 전투로 인해 손상되거나, 의료 인력이 폭력 사태를 피해 떠나서 부족하고, 물자를 필요에 따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허가를 받지 못하고 분쟁 상황으로 인해 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의료시설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와 의료 물품 보관소가 전소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2024년 6월을 기해 부티다웅과 마웅다우, 라테다웅(Rathedaung) 타운십에서 인도주의 의료 구호 활동을 무기한 중단해야 했다. 이번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장이나 마을과 같이 인구 밀집도가 높은 민간인 지역뿐만 아니라 의료시설도 공격을 받아 환자들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목격했다.

지난 4월 화재로 전소된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 2024년 4월. ©MSF

민간인을 보호하고 국제인도법(IHL)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전쟁 당사자들이 취하고 있는 노력은 설령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이러한 인명 경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24년 7월부터 극심한 폭력 사태로 부상당한 남성과 여성, 아동을 포함해 전쟁 부상을 입은 115명의 로힝야 환자를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치료했다. 콕스바자르에 신규로 도착한 로힝야 주민들은 분쟁 지역에서 탈출해 의료서비스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었지만, 미얀마로 다시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숨어서 지내고 있으며, 120만 명이 살고 있는 캠프에서는 가시철조망에 둘러싸여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얀마 무장단체 강제 징집을 포함해 캠프 내에서 폭력과 납치 사례가 증가하는 것 외에도 로힝야 주민 대다수는 이주 여정에서 겪은 일, 그리고 방글라데시와 고국 미얀마에서 가족들이 마주할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모주불라는 마침내 방글라데시에 도착했지만 아직 고난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저와 우리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어요.”_모주불라

국제연합(UN) 발행 수치에 따르면, 2023년 11월 미얀마에서 분쟁이 재개된 이후 라카인주와 친(Chin)주 팔레트와(Paletwa) 타운십에서 약 327,000명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기존 실향민들까지 합치면 라카인주와 친주 팔레트와 타운십에서 발생한 실향민은 534,000명이 넘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당사자들이 직접적인 공격이나 공격의 여파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고, 무차별적 공격을 금하는 등 국제인도법에 따른 의무와 구별·비례·예방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경 양쪽 당국과 관계 당사자들 모두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확대된 인도적·의료 지원 제공을 우선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름은 가명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