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HIV감염인 주요 집단의 구체적 필요사항 지원하기: 국경없는의사회의 경험

2018.07.25

말라위 출신 성노동자 버지니아는 모잠비크 베이라에 살고 있다. 버지니아는 HIV로 부모를 잃은 조카들을 부양하고 있다. 최근 버지니아는 자신이 HIV 양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를 두려워하고 있다.

“제가 HIV에 감염됐다는 걸 한 달 전에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 밖에 별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잠을 자거나 그냥 쉬고 있어요.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부작용 때문에 많이 아프게 된다는 거예요. 말라위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매달 두 나라를 왔다갔다하고 있거든요. 두 나라에서 전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거나 느낄 겨를이 없어요. 저한테 기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계속 생각을 하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버지니아의 이야기는 수많은 성노동자, 주사제 마약 사용자, 동성 성행위자(남성), 감옥 수감자를 떠올리게 한다. 흔히 ‘주요 집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HIV 질병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주요 집단과 그들의 성적 파트너는 세계적으로 신규 HIV 감염자의 47%를 차지하고 동유럽, 중앙아시아에서는 신규 HIV 감염자의 97%를 차지한다. 동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신규 HIV 감염자의 3분의 1은 주사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다. 

HIV 감염 위험이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요 집단은 HIV 예방과 치료, 포괄적 의료 서비스로부터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날마다 낙인, 차별, 사회적 배제, 폭력, 범죄화 등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음지로 쫓겨나는 사람들

모잠비크 베이라에서 동성 성행위자(남성, MSM), 트렌스젠더(여성)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와 협력하고 있는 환자 지지 프로그램 ‘동료 MSM’(Peer MSM)을 관리하는 파리사이 가마리엘(Farisai Gamariel)은 이렇게 말했다.

성노동자, 동성 성행위자(남성)가 부딪치는 주된 문제는 낙인과 차별입니다. 사람들은 동성 성행위자(남성), 성노동자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들이 자존감에도 피해를 입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치며 힘겨워합니다. 우리가 만났던 동성 성행위자(남성) 환자 중 한 명은 보건소에 갔더니 사람들이 마치 자신을 외계인 보듯 바라봤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다시는 거기 발을 안 들여야겠다고 맹세했다고 하더군요. 낙인과 차별이 일어나는 대다수 사건은 결코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거죠. 2차 피해를 입을까 봐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꺼내놓기를 두려워합니다.”

Sanna Gustafsson/MSF

모잠비크 베이라에서 동성 성행위자(남성, MSM), 트렌스젠더(여성)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와 협력하고 있는 환자 지지 프로그램 ‘동료 MSM’(Peer MSM)을 관리하는 파리사이 가마리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여러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성노동자, 동성 성행위자(남성)가 HIV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용기를 내서 시설에 찾아갈 때, 그들은 도움을 받기보다는 괴롭힘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음지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범죄 조직에게 폭행을 당하고, 진료소와 병원에서는 차별을 당하게 됩니다.” _ 루시 오코넬(Lucy O’Connell)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요 집단을 담당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

모잠비크 베이라의 국경없는의사회 성노동자 프로그램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세바스티아나(Sebastiana)는 이렇게 말했다.

“모잠비크의 성노동자들은 많은 차별에 부딪칩니다. 그들이 보건소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말라위, 짐바브웨에서 온 사람들은 더 힘들죠. 타국 출신이든 모잠비크 사람이든 성노동자의 의료카드는 진료소에서 받아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렇습니다. 우리는 성노동자의 의료적 필요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성노동자들이 치료를 시작해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노동자들과 보건소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상황은 전보다 훨씬 낫습니다. 적어도 이제 그들은 잠자리가 문란한 밤거리의 여성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잠비크, 말라위, 인도에서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보면, 주요 집단은 그들의 생활 방식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의료진을 비롯한 타인의 차별이 두려워 치료를 기피하려고 할 것이다.

“주요 집단의 필요에 대응하려면 그들을 위한 의료 지원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보다 열린 자세를 가지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장려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국내외 기금 조성도 필요하며, 의료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행할 때 주요 집단도 고려해야 합니다.”
_ 시드니 웡(Sidney Wong)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담당 이사

“사람이 많은 진료소에서 성노동자, 동성 성행위자(남성)는 정체를 숨기려고 가장 늦게 진료소에 찾아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진료소 운영 시간이 그들에게는 맞지 않는 거죠. 이 문제를 풀려면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모잠비크 베이라의 한 진료소에서 우리는 스태프 1명을 충원해 그들의 필요사항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했습니다. 성노동자, 동성 성행위자(남성)들의 동료에게는 서로 진료소를 안내해 주라고 부탁했습니다. 진료소에 오면 반드시 진료를 받을 거라고 확실히 얘기해 주었죠. 한 번 왔던 사람은 또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_ 루시 오코넬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요 집단을 담당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

“도심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의료 시설까지 오는 교통비도 큰 문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우리 시설에 찾아오는 대신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말라위의 은산제와 같은 시골 지역에서는 계절 변동과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호텔방에서 일일 이동 진료소를 운영합니다. 

Luca Sola

미셰키 은구니(42, 왼쪽에서 두 번째)가 치료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옆에는 펠리지 은크호페(59, 가장 왼쪽), 나시요 비제케(51), 에벌린 다이몬(32), 글래디스 다이몬(37)가 함께 있다. 이들은 모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그룹의 일원이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HIV/TB 프로그램 자문 아니타 메시크(Anita Mesic)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 마니푸르에서 우리가 만나는 환자 다수는 주사제 마약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HIV, C형 간염, 결핵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고 심리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복잡한 의료적 필요에는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맞춤형 포괄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Garvit Nangia/MSF

41세의 이 남성은 전에 운전기사 일을 했으나 HIV, C형 간염에 동시 감염된 이후로 생계 수단을 잃었다. 그동안 그는 무상 C형 간염 치료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주요 집단의 구체적 의료 필요사항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HIV 유행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말라위, 모잠비크에서 주요 집단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라위, 모잠비크에서 (환자의) 동료가 주도하는 현실적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노출 전 예방요법(PrEP), HIV 검사/치료 등의 HIV 및 성 • 생식 보건 서비스를 지역사회 수준에서 제공하며, 주요 교통로를 따라 총 6개 프로젝트에서 성노동자와 동성 성행위자(남성)에게 지원한다. 2013년 이후로 9000여 명의 성노동자, 2016년 이후로 동성 성행위자(남성) 330여 명이 프로젝트에 등록되어 지원을 받았다. 지원 서비스는 주요 집단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사항을 지침으로 삼아 개발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최근 보고서: “성노동자, 동성 성행위자(남성)를 위한 동료 주도의 HIV, 성 • 생식 보건 서비스” - 국경없는의사회의 말라위, 모잠비크 활동
: https://samumsf.org/en/resources/hiv/key-populations/msf-brief-key-populations

 

인도에서 주요 집단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04년부터 인도 마니푸르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HIV 감염인 2035명이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다(2018년 5월 자료 기준). 추라찬드푸르, 차크피카롱, 모레 등에 위치한 진료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HIV, 결핵, C형 간염, 동시 감염 등에 대한 질 높은 검사, 진단,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환자들이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검사 전후로 상담도 제공한다. 추라찬드푸르에서는 오피오이드 대체 요법(OST) 센터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동시 감염 환자들의 파트너도 치료하고 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보다 간편한 치료법을 소개하기 위해 마니푸르 AIDS 콘트롤 소사이어티와 협력해 추라찬드푸르 지역병원에서 C형 간염 치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