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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홍역과 영양실조의 악순환

2022.03.23

 

의료진이 아프가니스탄 부스트(Boost) 병원의 홍역 격리 병동에서 환자에게 포도당을 먹이고 있다. ©Tom Casey/MSF 

 

“왜 이렇게 발이 차갑나요?”

엄마 자이납(Zainab)은 한 살 아기 탁베르울라(Takberullah)를 담요로 덮으며 의료진에게 묻는다. 아기는 호흡 곤란이 심해져 의사가 약을 투여하기 전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열흘 전 아기의 두 누나도 발열과 설사 증상을 보였는데, 이내 가장 어린 동생의 증상이 훨씬 심해졌다.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 후부터 발진이 시작됐고 결국 병원으로 왔다. 아기는 지난 사흘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Helmand)주 라슈카르가(Lashkar Gah)의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에서 홍역 진단을 받고 소아 집중치료병동에서 치료받았다.

아기는 홍역뿐만 아니라 심각한 호흡기 감염인 중증 폐렴과 저혈당이 왔다. 혈중 포도당이 정상 수치 이하로 감소한 저혈당 등의 합병증은 손발을 차갑게 만들고, 위독한 상태에 빠뜨린다. 탁베르울라는 산소요법, 포도당 투여, 항생제 치료 등 홍역 합병증 치료를 진행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헬만드주 부스터 병원의 홍역 격리 병동에 입원한 환자. ©Tom Casey/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월 한 달 동안 헬만드주와 헤라트(Herat)주에서 활동을 전개했고 1,400명이 넘는 아동 홍역 환자를 진료했는데, 그 중 절반이 합병증으로 입원했다.

심각한 병상 부족

헬만드주에 위치한 부스트 병원의 홍역 환자 수는 심각하게 높은 상황이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주 평균 150명의 아동 홍역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이 중 40퍼센트는 폐렴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인해 입원이 필요한 환자였다.

한편 헤라트주에서는 2월 사이에만 800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올 초 기준 헤라트 프로젝트에는 결핵이나 홍역과 같은 감염병 환자를 위한 8개의 격리 병상이 마련돼 있었지만 홍역 환자가 빠른 속도로 유입되어 12 병상을 증설했다. 현재는 기존 병동을 60 병상 규모의 홍역 병동으로 전환하는 작업 중에 있다. 이 병동이 완공되면, 위·중증 환자를 위한 집중치료와 입원환자 치료 및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데, 증설되더라도 여전히 병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라트 지역병원에 내원하는 홍역 환자 중 60%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중증 입원 환자 절반은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입니다.” _사라 부일스테케(Sarah Vuylsteke) / 국경없는의사회 헤라트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부스트 병원 응급실의 아동 홍역 환자. ©Tom Casey/MSF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홍역과 영양실조

영양실조 위기에 직면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홍역 유행은 특히 더 심각하다. 헬만드 및 헤라트의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치료 센터에서는 수개월째 환자가 병상 수보다 많아 아동 환자들이 병상을 나눠 써야 했다. 1~2월 사이, 두 프로젝트에 약 800명의 아동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했다.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와 집중치료실에 오는 아동 대부분은 최근 홍역에 걸렸던 병력이 있습니다. 홍역은 아이들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려서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병 등 합병증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영양실조가 만연해서 아이들의 면역 기능이 이미 매우 저하되어 있어요. 이런 상태에서 홍역에 감염되면 증상이 더욱 심각하게 발현되고 장기화될 수 있어요. 이는 면역 체계가 더욱 손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홍역을 앓고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영양실조 아동이 굉장히 많아요.”_파잘 하이 지아르말(Fazal Hai Ziarmal) / 국경없는의사회 부스트 병원 임상팀 책임자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역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의 접종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여러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사는 주거 환경도 홍역이 창궐하기 용이게 만든다. 일부 아동은 치료받지 않고도 호전되는 반면 합병증 치료 의약품의 처방이 필요한 아동도 있는데, 이곳 의료시설에는 의약품이나 의료물자가 부족해 간단한 처방조차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 대다수는 현지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해야 한다.

“손주가 12명 있는데 전부 홍역을 앓게 됐어요. 그 중 상태가 가장 심각한 세 명을 병원에 데리고 왔어요. 마을에서 약을 구해서 아이들에게 먹였는데도 호전되지 않아 병원에 데리고 왔습니다. 맏손녀가 울면서 가슴 부근이 아프다며 구토도 했어요. 지금 물은 많이 마시고 있지만 음식물은 넘길 수 없어요.”_한비비(Han Bibi) / 아프가니스탄 여성

 

한비비와 손주들이 부스트 병원 홍역 검사 병동에 있다. © Tom Casey/MSF 

의료시스템의 한계

“헤라트 프로젝트에서는 매일 두 명의 아이가 홍역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양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아프가니스탄 내 다른 지역의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곽의 공공의료시설은 경증 합병증을 앓는 홍역 환자는 치료할 역량이 있지만, 중증 합병증 환자부터는 의료기기, 의료진, 의료물자 등의 부족으로 치료가 불가합니다. 가장 취약한 중증 아동환자가 오는 경우, 손쓸 방법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병상 규모를 확대할 수 있지만, 병상 증축이 근본적 해법은 아닙니다.  전면적인 예방접종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 이상, 추후 6개월 동안 홍역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여 이미 취약한 의료시스템에 압박을 가중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홍역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유행의 대응으로만 운영하기보다는 확대·강화하여 아동들이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_파잘 하이 지아르말 / 국경없는의사회 부스트 병원 임상팀 책임자

최근 홍역 유행에 대응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쿤두즈(Kunduz)에 신설된 지역병원에 35 병상 규모의 홍역 병동에 의료 인력 및 기기를 지원했다. 해당 병동은 2월 27에 개소했는데, 다음 날이 되자 병상보다 환자가 더 많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헤라트, 칸다하르, 코스트, 쿤두즈, 라슈카르가 지역에서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