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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티니: 시셀웨니 지역 16년 활동을 마무리하며

2023.04.18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란드) 시셀웨니(Shiselweni) 지역의 흘라티쿨루(Hlathikhulu) 병원과 은랑가노(Nhlangano) 및 마상제니(Matsanjeni) 보건센터에서 HIV 및 결핵 치료, 비전염성 질병 및 코로나19 관련 의료 활동을 전개했다. 올해 국경없는의사회는 16년 만에 시셀웨니에서의 활동을 종료하며, 3월 초부터 현지 당국과 만나 활동을 인계하기 시작했다. 

지난 16년간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환자와 협업한 단체, 그리고 후원자의 아낌없는 지지에 감사드리며, 에스와티니에서 이어온 활동과 성과를 짚어보고자 한다. 


2020년 에스와티니 시셀웨니 지역사회 간호사가 환자에게 영상 관찰 기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SF/Makhosazana Xaba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HIV 및 결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셀웨니 지역에서 활동했다. 환자와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활동의 주 목적이었다. 그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을 전면 개편했다. 일례로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환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매달 처방받는 약을 받으러 진료소로 오는 대신 환자의 집으로 약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코로나19와 결핵은 둘 다 호흡기 질환이라 결핵에 걸린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걸린다면 생존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그래서 제가 진료소로 가는 것보다 간호사가 집에 방문해 주는 게 굉장히 도움됐습니다. 또한 교통비 걱정을 하거나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_모차(Motsa, 익명) / 현지 결핵 환자 

2021년 자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팀 ©MSF/Makhosazana Xaba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HIV 보유자를 위해 환자의 집이나 지역사회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배달해 주는 등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개편하기도 했다.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의료종사자도 디지털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업무를 다뤄야 했다. 기존에는 지역사회 내 약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지역사회 주민이 매일 환자의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제약이 생긴 후 이러한 모니터링 과정이 생략되고 디지털 의료 기술을 활용하게 됐다. 예컨대 환자가 특정 앱을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약을 먹는 영상을 녹화하면 이 영상이 자동으로 의료시설로 전송되어 의료 종사자가 영상을 보고 환자가 약을 올바로 복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가 약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다고 생각하니까 약을 더욱 잘 챙겨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제가 건망증이 심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편하게 약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_텐제틸 들라미니(Tengetile Dlamini) /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디지털 HIV 자가검사 

2022년, 경구 HIV 자가검사 실시를 원하는 환자를 위해 “포켓 클리닉”이라는 디지털 시스템이 출시되어 환자가 태블릿 기기를 통해 자가 검사 진행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벌써 200명 이상의 환자가 도움을 받은 이 디지털 플랫폼은 개인적인 환경에서 더욱 편리하게 HIV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면에서 혁신적이다. 

한편 지난 16년 동안, 약제내성 결핵 환자는 최소 6개월간 매일 고통스러운 주사를 맞는 과정을 포함해 장장 2년 동안 이어지는 결핵 요법을 진행해야 했다. 일부 환자는 영구적 청력 손실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했다. 2021년,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고 부작용이 현저히 적어진 경구 치료제가 개발됐고, 치료 기간 또한 9개월로 짧아졌다. 현재까지 약 150명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가 단축된 치료를 받았으며, 경과가 좋았고 완치율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혈압 치료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도입됐다. 기존의 치료법처럼 하루에 몇 정씩 복용하는 대신 일일 한 정만 복용하면 되어 만성 질환인 고혈압을 관리하는 데 더욱 환자 친화적인 방법이 시행됐다. 현재까지 150명 이상의 환자가 1차 진료소에서 이 치료를 받았다. 

 

환자 중심의 환경친화적 치료법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흘라티쿨루 병원 및 은랑가노 보건센터의 산소 발생 시설 설치를 지원하여 코로나19 및 기타 폐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산소 요법 접근성을 확대했다. 
환자 중심의 접근법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그 외 지역의 의료시설 및 의료지원 활동에도 확대 시행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방법을 도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음비타 보건지소 전경 ©MSF/Makhosazana Xaba

이에 더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경감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인 접근법을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게(Gege)의 원격 진료소에서는 태양광 전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활동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종료 후에도 시셀웨니 HIV 및 결핵 활동이 성공적으로 지속될 수 있게 언제든 현지 보건부와 긴밀히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환자들의 질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현지 당국과의 협업으로 환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_베른하르트 케르쉬베르거(Bernhard Kerschberger) / 국경없는의사회 에스와티니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