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스와질란드에서 발견된 다제내성 결핵균, 고도의 신속 진단 검사로도 검출 불가

2015.03.19

스와질란드에서 발견된 다제내성 결핵균, 고도의 신속 진단 검사로도 검출 불가
국경없는의사회와 보르스텔 연구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연구 결과 발표

스와질란드 시셀웨니 결핵 병동에서 실험 중인 국경없는의사회의 진단검사 전문가. ©Giorgos Moutafis

국경없는의사회와 보르스텔 연구소(Research Center Borstel)가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발견된 다제내성 결핵균 4분의 1 이상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고도의 신속 분자 진단 검사로도 검출되지 않는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속성 결핵 진단법으로 Xpert MTB/RIF와 같은 신속 분자 검사를 권하고 있는데, 이 검사는 세계에서 결핵 유병률 최고 국가로 손꼽히는 스와질란드에서 다제내성 결핵을 찾아내는데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HIV/결핵 자문을 맡고 있는 알렉스 텔노브(Alex Telnov)는 “이러한 진단 검사들은 약제내성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어책이다.”라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얻으면 특정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생존율도 높이고 약제내성 결핵균 감염 확산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환자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스와질란드에서 다제내성 결핵을 찾아내는 지금의 방식은 하루 빨리 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산하 연구소 ‘전염성 질환 전문센터(Epicentre)’는 독일 보르스텔 연구소와 협력하여 최근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결핵 약제내성을 조사하면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수집한 모든 결핵균을 분석했다. 유전자형 분석 결과, 전국 조사에서 발견된 총 125개의 다제내성 결핵균 중 30%가 ‘rpoB(I491F)’라는 유전학적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돌연변이는 과거 홍콩, 호주에서도 희귀 결핵균에서 발견된 바 있다.

이 돌연변이는 주요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rifampicin, RIF)에도 내성을 보일 뿐 아니라, WHO 권고에 따라 스와질란드 전역에서 결핵, 다제내성 결핵의 표준 선별 검사로 쓰이는 속성 결핵 진단 검사법 Xpert MTB/RIF로도 검출되지 않는다.

보르스텔 연구소와 독일감염연구센터(German Center for Infection Research, DZIF)에서 일하고 있는 스테판 니에만(Stefan Nieman)은 “조사 대상이었던 다제내성 결핵균 중 rpoB(I491F) 돌연변이를 보유한 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공공 보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러한 약제내성을 진단하지 못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치료가 까다로운 이 결핵균을 더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인 인구 중 26%가 HIV에 감염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HIV 감염률이 가장 높고, 결핵 환자의 80%가 HIV에도 감염되어 있는 스와질란드에서 이번 분석 결과는 더욱 걱정스럽다. 특히 스와질란드의 경우, 2009-2010 조사를 보면 HIV 감염 결핵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다제내성 결핵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스와질란드에서 XpertMTB/RIF 검사를 했을 때 결핵 양성이지만 약제내성 결핵에는 음성으로 판정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약제 감수성 검사’ 추가 실시를 권고한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잠비크 등 스와질란드 주변국에서도 rpoB(I491F)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전염성 질환 전문센터(Epicentre) 소속 연구원 메릴린 보넷(Maryline Bonnet)은 “이 균이 아프리카 남부 등 다른 지역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종류의 돌연변이 균을 검출할 수 있도록 현재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신속 분자 검사들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와질란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 ©Giorgos Moutafis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스와질란드에서 활동하면서 스와질란드 보건부를 도와 HIV, 결핵의 이중 확산을 막는 지원해 왔다. 스와질란드는 청장년층의 HIV 감염률(15세~49세 인구의 26%), 결핵 감염 발생률(연간 10만 명당 1350명)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HIV와 결핵 모두에 감염되는 비율은 74%에 이른다.

2014년 스와질란드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결핵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904명이었고, 약제내성 결핵(DR-TB) 치료를 위해 등록한 환자 77명 중 57명은 다제내성 결핵(MDR-TB) 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