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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시험으로 혁신적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 입증

2022.12.28
  • 국경없는의사회의 결핵관련 임상시험 ‘TB-PRACTECAL’의 고무적인 성과에 따른 세계보건기구의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이어,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이 이번 성과를 게재했다.
  • 기존 치료법보다 더욱 안전하고 치료 기간이 단축된 이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은 약 90%의 임상 참가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국경없는의사회 결핵병원에서 연구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연구진 ©Lynzy Billing

 

이번에 게재된 국경없는의사회 연구 에 따르면 TB-PRACTECAL 프로젝트로 발견한 혁신적 치료법은 6개월간 경구약을 투약하는 완전 경구 요법인데, 기존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되었다. TB-PRACTECAL은 6개월간 투약하는 경구약의 효과 및 안전성 보고를 위해 최초로 다국가에서 진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다. 임상 결과 발표 후 세계보건기구가 국제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해당 치료법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으며, 까다로운 동료심사(peer review)과정을 거치는 굴지의 의학 학술지가 처음으로 TB-PRACTECAL의 성과를 게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까다로운 동료심사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임상시험 결과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되어 벅찹니다. 이번 게재는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의료진이 TB-PRACTECAL 치료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결핵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은 반 세기 이상 발견되지 않아왔습니다. 이는 결핵이란 질병이 치료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갖춘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자원을 갖춘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공백을 메우고자 이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 치료법을 필요로 하는 모두가 혜택을 받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_베른 토마스 은양와(Bern-Thomas Nyang’wa) / TB-PRACTECAL 시험 책임자 

이 임상시험은 2021년 3월 총 552명의 시험대상자 등재를 마친 후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내 7개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5개국에서 4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8개국에서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2017년 처음 시작된 TB-PRACTECAL 프로젝트에서는 현지에서 시행되는 표준 치료법과 비교해 세 가지 새로운 치료제 조합을 시험했다. 세 가지 조합 모두 표준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요법으로는 베다퀼린(bedaquilne), 프레토마니드(pretomanid), 리네졸리드(linezolid),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약제의 병용치료 요법으로, BPaLM 요법이라고도 불리며 치료 기간은 6개월이다. TB-PRACTECAL 임상시험에서는 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을 병용하는 ‘BPaL’ 요법과 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클로파지민(clofazimine)을 병용하는 ‘BPaLC’ 요법도 시험했다. 

프레토마니드 알약통. ©MSF/Alexandra Sadokova

TB-PRACTECAL 프로젝트는 9년 전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요법이 기간이 길뿐더러, 심신적으로 부담이 되고 부작용도 심해 치료과정이 결핵이란 질병 자체보다 고통스럽다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효과성 또한 치료를 받은 두 명 중 한 명만 완치될 정도로 낮았습니다. 반면 BPaLM 요법은 완치율이 89%인 데 더해 더욱 안전하고 치료기간도 짧으면서 덜 고통스럽고, 복용해야 하는 알약 수도 적습니다.”_ 베른 토마스 은양와 / TB-PRACTECAL 시험 책임자

임상 2·3상 결과 BPaLM 요법은 항결핵약제 리팜피신(rifampicin)에 내성이 있는 결핵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현 표준 치료법보다 안전했다. 일반 결핵 치료를 받던 대조군의 52퍼센트만이 완치된 반면 BPaLM 비교군은 환자 89퍼센트가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PaLM 대조군은 일반 치료 대조군에 비해 부작용이 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BPaLC와 BPaL 요법 또한 일반 치료법보다 상당히 나은 효과를 보였다. 

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처음엔 이게 현실이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결핵 판정을 받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어요.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정말 참담했어요. 그러다가 국경없는의사회의 임상 시험에 참가하게 됐고, 2년짜리, 6개월짜리 치료 중 6개월간 치료를 받는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됐습니다. 치료가 힘들 때도 분명 있었지만,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 것보다 나았어요. 이제는 치료를 마치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_압디라크만(Abdirakhman) / 24세 결핵 완치자 

새로 개발된 치료법은 매해 발생하는 약 50만 명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6개월 BPaLM 요법을 시행할 시 국제의약품기구(Global Drug Facility)에 제공되는 최저 가격은 미화 600달러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촉구하는 500달러 가격 상한보다 높다.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사가 상당한 정부 보조금 및 인도적 지원금을 받아 개발한 결핵 치료제 베다퀼린은 6개월분이 최저 270달러로 책정돼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102달러로 판매해도 이윤을 충분히 남길 수 있다. TB-PRACTECAL에서 연구한 세 가지 치료제 모두 현재 시행되는 표준 치료법에 비해 치료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벨라루스 공립 호흡기·결핵 과학 및 실습 센터(Republican Scientific and Practical Centre of Pulmonology and Tuberculosis)의 보건부 소속 의사 ©MSF/Alexandra Sadokova

기존 치료제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BPaLM 치료제는 결핵 환자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가격이 낮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베다퀼린 개발에 상당한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존슨앤존슨이 베다퀼린의 가격을 인하하여 환자가 6개월간의 약제내성 치료를 500달러 이하로 받을 수 있게 하길 촉구합니다. 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너무 많은 생명의 불씨가 꺼졌습니다. 이제 전 세계 결핵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기간도 단축된 치료를 하루빨리 합리적인 가격에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_크리스토프 페린(Christophe Perrin)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소속 약사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정부 결핵 치료 제공 단체 중 하나다. 2021년, 국경없는의사회는 2,309명의 약제내성 결핵환자 등 총 17,221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로운 결핵 치료법 접근성이 빠른 시일 내에 약제내성 결핵 환자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게 각국의 결핵 치료 프로그램, 보건부 및 기타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