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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10 뭄바이 결핵 진료소의 하루: 결핵에 관한 유엔 고위급회담에 부쳐

2023.09.19

2023년 9월 22일, 결핵에 관해 개최되는 사상 두 번째 유엔(UN) 고위급 회담. 2018년 첫 회의에서 2030년까지 결핵 유행을 종식시키겠다는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로 5년이 지나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지며 추후 방향을 모색하는 취지인데요. 국경없는리포터가 인도 뭄바이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진료소에서 전해드리는 4가지 이야기로 당면 현안을 함께 알아봐요!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1. 오늘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인도 뭄바이 결핵 진료소로 가봅니다!  

인도는 대표적인 결핵 고부담 국가 중 하나입니다(*국경없는의사회 유한나 활동가 이야기 참조). 그중에서도 광역 인구가 2천 3백만여명 밀집된 대도시인 뭄바이는 결핵 “핫스팟”으로 불릴 정도이며, 빈민가는 저조한 영양 상태 등 경제·사회적 요소로 인해 더욱 결핵 취약 계층이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뭄바이에서 꽤 오랫동안 결핵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지금 바로 이곳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결핵 진료소를 통해 약제내성 결핵(*약제내성 결핵이 뭔가요?)과 0-10세 소아 환자 등 기존 현지 의료체계에서는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 다년간 타 공공 혹은 민간 의료시설에서 받은 치료로 완치에 실패하고 이곳으로 보내진 복합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해 왔고요. 진단, 치료, 환자 및 보호자 지원, 공동체보건증진 활동까지 모두 제공되는 곳인데요, 또한 총 소요 기간이 18개월 이내로 기존 결핵 치료 기간보다 짧으며 주사제 투약보다 환자에게 훨씬 덜 고통스럽고 효과적인 복합 경구약(베다퀼린 bedaquiline과 델라마니드 delamanide)기반의 혁신적 치료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진료소에서 18개월 치료를 종료하고 완치 진단을 받은 24세 결핵 환자가 완치 진단서를 들고 있다. 2023년 8월. ©MSF 

2. 소아 환자 결핵 치료가 더 어려운가요? 

국경없는리포터가 2023년 8월 뭄바이 진료소를 찾은 것은 마침 소아 환자 진료일로 지정한 금요일.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진 벽면을 배경으로 친숙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과 혹은 보호자와 활기차게 진료소 대기 지역을 돌아다니는 아동 환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기 내원으로 국경없는의사회 뭄바이 결핵 진료소를 방문한 5세 결핵환자 ©MSF 

마련돼 있는 색연필과 컬러링 책을 가지고 놀며 익숙하게 병원을 누비는 아동 환자의 모습이 일견 밝아보이지만, 국경없는리포터가 진료소에서 만난 뭄바이 약제내성 결핵 프로젝트 의료 책임자 아파르나 이에르 박사(Dr. Aparna Iyer)에 따르면 소아 결핵 환자의 경우는 발견 및 진단부터가 더 어렵습니다.  

소아 환자들은 일단 매우 취약할 뿐 아니라 결핵 진단과 치료에도 큰 공백이 있습니다. 진단이 어려운 것은 소아의 경우 폐의 바깥에서 결핵균이 발견되는 폐외 결핵 빈도가 더 높은 탓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0-10세 소아 환자 진단과 치료에 자원을 투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령에 적합한 치료 상담과 100% 경구 기반이며 독성이 덜해 고통이 덜한 치료법 제공 역시 중요하죠.”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안겨 진료소를 찾은 2살배기 결핵 환자 싯다르트는 이곳을 다닌지 5개월째입니다. 싯다르트의 모친은 6개월 전쯤 결핵 진단을 받았고, 감염 경로 추적 과정에서 싯다르트도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습니다. 인도 뭄바이에서 5세 미만 약제내성 결핵 환자가 경구 기반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은 이곳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뿐입니다.  

손자가 기침도 많이 하고 귀도 아프고 열도 자주 났는데 여기서 치료를 받으면서부터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열도 거의 나지 않고 밥도 잘 먹어 무게도 늘고, 짜증도 덜 내요.” _스미타, 40세, 싯다르트의 친조모  

2세 아동에게 진료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냥 즐거울 리는 없습니다. 환자 분류, 피 검사, 진찰, 영양 검사, 약의 조제 및 보호자에게 복용 설명 등 여러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싯다르트는 웃기도, 울기도 하고 사탕 통으로 손을 뻗기도 합니다 (의사에게 “기침 나온다”며 곧 제재받았지만요). 심전도 검사는 아이가 피곤해서 졸릴 때나 시도가 가능합니다.  

2세 환자 싯다르트가 결핵 진료소에서 보내는 하루 ©MSF 

3. 국경없는의사회는 요구합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의약품 접근성을!  

국경없는의사회 뭄바이 진료소에서 효과를 내고 있는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가 이곳 환자들에게 쉽게 접근 가능한 결핵 약제는 아닙니다. 델라마니드는 오츠카(Otsuka)라는 일본회사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고, 베다퀼린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존슨앤존슨(이하 J&J)이라는 미국 회사가 지난 20년간 특허권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꼼수(?)로 이 특허를 연장해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 체제를 유지하려던 J&J의 시도를 막으려 기존 주사제 결핵약의 피해자이자 결핵약 접근성 제고 캠페인을 펼치는 활동가 2인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곳도 바로 이곳 뭄바이 특허청이었는데요(*관련글 읽어보기 클릭), 2023년 3월 뭄바이 특허청은 이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J&J의 시도를 무산시켰습니다(*관련글 영어로 읽어보기 클릭).  

진작부터 이 활동가들의 이의 제기를 지지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뭄바이 특허청 결정을 크게 환영하는 한편, J&J가 다른 결핵 고부담 국가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지 말 것을, 전 세계 어디서든 베다퀼린이 접근 가능하게 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베다퀼린 개발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J&J 자체 투입 개발자금의 다섯 배를 상회한다고 하니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복약 지도를 준비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뭄바이 진료소 직원(좌), 이를 지켜보는 싯다르트와 그 보호자(우) ©MSF 

결핵 진단의 경우 미국 기업 세페이드(Cepheid)와 그 모회사 다나허(Danaher)가 2010년 출시한 진엑스퍼트(GeneXpert) 사용 비용이 문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진엑스퍼트 진단 카트리지 가격을 미화 5불로 낮추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단 기기 가격 문제로 아직도 많은 곳에서 결핵 진단 과정을 1800년대부터 사용된 방법인 현미경 사용에 의존할 정도입니다. 2021년에만 1천만건 이상 신규 감염이 보고되고 160만건 이상 사망을 초래한 결핵,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용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야 할까요? (*업데이트: 현지시간 9월 19일 글로벌펀드(Global Fund)에 따르면 세페이드와 다나허는 진엑스퍼트 일부 테스트 기기 가격을 결핵 고부담 국가에서는 미화 9.98불에서 7.97불로 20%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가들과 함께 전개해온 ‘가격을 5달러로 낮추라’는 글로벌 캠페인 효과일까요? 국경없는의사회 진단 분야 자문위원 스티즌 데보르그라베(Stijn Deborggraeve)는 “중저소득국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오려면 세페이드와 다나허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 다른 질병에 사용되는 진단 기기 가격을 더욱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합니다.)

©MSF

4. 결핵 진단과 치료의 발전 - 향후 과제는? 

2022년 기준 코로나바이러스19를 뒤잇는 가장 치명적 호흡기 감염병이었다는 결핵. 수십년만에 이뤄진 진전들로 이제는 조기 발견 후 적절한 치료만 한다면 과거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도 완치가 충분히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는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최근 수년간 획기적인 결핵 치료법이 보고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고, 그에 직접 기여하기도 해온 국경없는의사회(*관련글 읽어보기 클릭)는 전 세계 현장에서 결핵 환자 진단과 치료를 지속하는 한편 이번 결핵에 관한 제 2차 유엔고위급회담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더 나은 결핵 치료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곳 뭄바이 결핵 진료소 국경없는의사회 의료기술 담당자인 비제이 차반 박사(Dr. Vijay Chavan)가 전하는 최근 진전이 생긴 새로운 단기 치료법들이 희망적인 이유와, 현장에서 희망하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들어보시죠.  

결핵 치료 기간이 점점 짧아져서 24개월에서 18개월로 줄었는데, 이제 6개월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보다 짧은 기간 동안 경구로 복용할 수 있고 부작용도 덜한 약들이 있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희망입니다 … 공동체 차원의 관심과 공동 대응이 아주 중요합니다. 코로나19 때의 경험을 되살려 국가와 많은 이들에게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질병에 다함께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뭄바이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진료소 의료팀이 전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