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Kinshasa)주 킨콜레(Kinkole) 이송병원 내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환자를 살펴보는 임상의.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7월부터 이곳에서 30병상 규모의 코로나19 치료 병동을 지원하며 경증 환자부터 중증 환자까지 치료하고 있다. ©MSF/Charly Kasereka
최근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앤드컴퍼니(MSD, 이하 ‘머크’)가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리나 멩하니(Leena Menghaney)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남아시아 책임자가 현 상황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입장을 전했다.
몰누피라비르가 최초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된다면, 백신 미접종자가 수억 명을 웃도는 팬데믹에 취약한 저소득국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획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몰누피라비르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가격은 인하해야 한다. 먹는 코로나약은 합리적인 가격만 보장된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보다 쉽게 쓰일 수 있고 투약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다.
머크는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는 방식의 몰누피라비르 한 세트를 700달러(한화 약 82만원)로 책정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한 세트의 원가를 약 20달러(한화 약 2만원)로 추정했다. 몰누피라비르가 아직 인도에서 특허를 받지 않은 만큼 이 약의 긴급 사용이 승인되면 인도의 복제약 제조사들은 해당 치료제의 복제약을 한 세트에 15달러 이하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머크가 책정한 비용보다 46배 낮은 가격이다.
미국 정부가 몰누피라비르 개발을 위해 에모리 대학에 연구 자금을 지원했지만, 그 후 미국 제약회사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Ridgeback Biotherapeutics)와 머크가 전 세계 독점 판매권 및 생산권을 사들였다. 2021년 4월, 전 세계 여러 제약회사를 위해 라이선스를 개방하는 대신, 머크는 인도의 복제약 제조사들만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게하는 제한적인 자발적 실시(voluntary license)로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이 복제약과 의약원료를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없게 했다. 이 실시권을 부여받지 못한 중소득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2021년 첫 반기에만 3천만 명에 육박하는데, 동기간 저중소득국 총 감염자 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인도에서 저렴한 가격의 복제약이 이미 개발되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개발 중이지만, 여전히 고소득국과 대부분 중소득국에서는 특허를 보유한 머크가 몰누피라비르 공급 및 생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단백질 기반의 고분자 바이오 의약품과는 달리, 몰누피라비르는 저분자 의약품이기 때문에 전 세계 복제약 제조사들이 생산하거나 인허가를 받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한편, 이번 몰누피라비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 면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이는 코로나19 관련 기술의 지재권을 면제하고 법적 제약을 없애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생산을 용이하게 하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