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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 “안전한 임신중지는 필수 의료서비스입니다”

2021.09.28

전 세계적으로 1분에 한 명의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Abortion)을 받고 있다. 매년 약 22,800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의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나이, 인종, 국적, 종교와 관계없이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로 임신중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향한 편견과 비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제공하며,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인한 합병증을 겪는 여성에게 치료를 제공한다.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는 모성 사망의 주 원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에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9월 28일 ‘세계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을 맞아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임신중지를 향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해소하고자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이 필요한 경우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필수 의료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여성의 이야기 |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고향 베네수엘라에선 아침을 먹으면 점심에 먹을 게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 저녁으로 먹을 게 없었죠. 점심을 조금 남겨 나중에 먹곤 했습니다. 콜롬비아로 왔을 때 가족 모두 여윈 상태였죠.

콜롬비아에서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아서 자녀 중 몇 명을 베네수엘라에 있는 친정에 보냈습니다. 저는 딸과 여기 남아 어렵게 살아가고 있어요. 일자리도 없고, 어느 것도 안정적인 것이 없습니다.

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열이 나고 치통이 심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았죠. 진료소에서 무료로 피임약을 나눠준다는 걸 듣고 저도 받으려 했습니다.

임신 테스트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한 줄만 나와 안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줄이 더 생겼습니다. 눈물이 터졌죠. 진료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상담 전문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의사가 저에게 또 임신을 하면 위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제왕절개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임신을 중단하고자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것입니다. 약초나 마실 수 있는 약이 있다고 들었어요. 임신을 하면 제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날, 국경없는의사회가 임신중절 약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제 결정을 지지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이들이 있고, 저는 이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은 5년 동안 효과가 있는 피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상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무료로 시술을 받았죠. 다른 병원에서 이 시술을 받으려면 매우 비쌌을 겁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여성의 이야기 |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마녀’라 여겨집니다”

“몸이 예전과 달라 임신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나 여러 문제로 임신중절이 꼭 필요했습니다. 저는 노상에서 음식이나 담배를 팔거나 가끔 파출부로 일하며 아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파트너는 임신한 저를 지원할 의사도 없었고 그럴 여건도 되지 않았습니다.

제 사정을 들은 지인이 임신중절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약초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저는 약초를 갈아 마셨습니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며칠 후 통증이 시작됐고 출혈도 있었습니다. 힘이 없고 고통스러워 병원을 찾았습니다.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자궁 안에 남아 있는 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이후 훨씬 괜찮아졌습니다.

제가 사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에서는 이런 것을 아무에게나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뿐인데, 그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죠. 심지어 어머니에게도 알릴 수 없었어요. 제가 임신중지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모두 저를 괴물 취급할 것입니다. 이곳에는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마녀’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방법은 대부분 안전하지 않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죠.

임신중지를 금기시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소녀의 이야기 | “소녀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두 자매가 15살에 임신을 했습니다. 학업을 이어가고 싶었던 소녀들은 친구한테 이야기를 듣고 몰래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약초를 구하러 갔습니다.

소녀들은 약초를 갈아 마셨습니다. 이후 복부 합병증이 생겨 배가 부어 오르기 시작했고, 극심한 고통에 소녀들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부모가 알게 되어 자매를 병원으로 데려 갔습니다. 하지만 이내 두 소녀 모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임신을 중단하고자 마신 약초의 독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원치 않은 임신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임신중지는 전통과 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입니다. 어린 소녀들은 부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폭행하거나 집에서 쫓아낼까봐 두려워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녀들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제공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와 모성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가능한 고통과 사망을 줄이기 위해 여성에게 필요한 경우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