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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우리는 이곳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2021.09.17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쿤두즈(Kunduz)시에서는 지난 8월 8일 이후 교전이 멈췄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무력충돌 당시 사무소 공간을 임시 외상병동으로 전환하여 부상자를 치료했다. 현재 이 임시 병동은 운영이 종료되었으며, 8월 16일부로 이 병동에 있던 모든 환자는 완공이 머지않은 쿤두즈 외상 센터로 이송됐다. 익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의료팀 외과 의사가 글을 통해 무력충돌 당시 상황을 전해왔다.

7월 30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쿤두즈 긴급 외상병동 응급실에서 폭발로 인해 상하지 골절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Stig Walravens/MSF

병원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며칠 전과는 달리 잠잠하다. 우리는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병원은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먼저, 얼마전 쿤두즈에서 격전이 벌어졌던 그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무력충돌이 발생한 날 저녁, 총격전과 폭격이 이어져 모두가 벙커로 들어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격전이 멈추지 않아 환자들은 병원에 올 수조차 없었다.

이튿날 아침 부상자들이 병동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우리가 머물던 곳에서 병원까지의 길에서도 교전이 계속되는 바람에 우리는 병동까지 갈 방법이 없었다. 병원에 있던 동료는 흉부와 복부에 총상을 입은 환자의 수술을 위해 우리에게 긴급 지원 요청을 해왔다.

총격전이 잦아들고 마침내 이동이 가능해진 우리는 도로 반대편에 있는 병원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수술장에 도착했을 때 환자는 맥박이 막 끊긴 상태였다. 우리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마취과 전문의는 환자의 기도를 확보했다. 나는 곧장 흉부에 두 개의 작은 구멍을 내고 피가 흘러나오게 하여 폐가 확장할 수 있게 했고, 동료는 흉골 아래 부위를 지혈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총알이 환자의 심장을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발견했고, 머지않아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부상자 치료소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다. 2019년 7월 24일. ©Waseem Muhammadi/MSF

 

힘겨운 사투를 벌이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가 시작됐다. 의료진 모두 정신없이 바빴다. 수술이 필요한 부상자가 끊임없이 병원으로 유입됐고, 총격과 폭발로 인한 부상자, 포화에 휩싸였던 환자가 끝없이 이어졌다.

하루는 무척 길었다. 수많은 환자가 밀려들어왔지만 대부분의 의료진이 교전으로 인해 병원에 올 수가 없었다. 야간 교대 직원들이 낮에도 근무를 해야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병원을 가동하기 위해 직원들은 근무 중간중간 쪽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6시 반 무렵, 응급실 의사가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교전이 잦아든 틈을 타 동료 외과 의사와 도로 건너편까지 달려갔다. 병동은 이미 환자로 가득했다.

당장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네 명이었다. 두 명을 먼저 수술하는 동안 동료들이 다른 두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다행히 앞선 두 명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다른 두 명의 환자의 생명이 유지되어 수술할 수 있었다. 네 명 모두 심각한 총상과 폭발로 부상을 입은 환자였는데, 결국 한 명은 사망했지만 세 명의 생명은 살릴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무력충돌에 대응하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25병상 규모의 외상 병동으로 전환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폭발, 총상 및 포탄 파편으로 인한 부상자를 치료했다. ©Felipe Treistman/MSF

 

교전이 잦아들고 환자가 몰려들다

교전이 잠잠해질 무렵, 환자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 대부분 부상을 입은 직후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환자들이었다. 각 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처치를 한 것이다.

주립 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도 우리 응급실로 이송되는 환자도 점점 더 많아졌다. 우리가 긴급 수술에 들어갔을 땐 이미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우리 의료진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환자를 안정시키고, 가능한 한 수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쿤두즈 외상 병원 운영을 시작하다

쿤두즈 병원 공사는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 쿤두즈 주민들도 이 병원이 문을 여는 날을 기다려왔다. 마침내 8월 국경없는의사회 임시 진료소에서 환자들을 신설된 병동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아직 병원이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병원이 운영을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큰 성과다.

이전엔 총상 환자와 폭발 부상자가 많았지만 교전이 잦아들고 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치료 후 부상 합병증으로 인해 후속 처치가 필요한 환자와 교통사고 환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7월 30일,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긴급 외상 병동의 응급실에서 한 의사가 폭발로 인한 상하지 골절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있다. 2021년 7월 30일. ©Stig Walravens/MSF

 

모두가 힘을 모아 환자를 치료하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쿤두즈 외상 센터에서는 환자가 진료를 받는 동시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팀은 빠른 속도로 완공을 향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병원의 이곳저곳을 손보고 있다. 의료진이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모든 공사팀 일원들이 달려와 해결해 주고 있다.

병원 부지 관리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각 부서를 돌면서 무엇이든 엄청난 속도로 수리해주는 팀원도 있다. 물자공급팀도 우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의료 물자를 적시에 전달해준다. 채용팀도 빼놓을 수 없다. 계속해서 병원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신속하게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력은 정신건강 전문의이다.

현재 우리 병원은 이렇게 운영이 되고 있다. 모든 팀이 서로 도우며 모두가 함께, 우리는 이곳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최근 아프간에서는 불안이 고조되고 대규모 국내실향민이 발생하면서 의료적 필요가 급증했다. 여러 의료단체가 활동을 중단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계속해서 여러 지역에 걸쳐 주민들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헤라트(Herat), 칸다하르(Kandahar), 코스트(Khost), 쿤두즈(Kunduz) 및 라슈카르가(Lashkar Gah) 지역에서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