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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간염의 날: 남수단에서의 E형간염 확산에 따라 첫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 전개

2022.07.26

최근 남수단 유니티(Unity)주 벤티우(Bentiu)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E형 간염이 확산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최초로 대대적인 E형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번 캠페인으로 임신부에게 특히 치명적인 E형 간염과의 싸움에 승산이 있으리라 전망된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E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예방접종팀. ©Peter Caton/MSF

E형 간염이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000만 명이 E형 간염에 감염되고, 그중 44,000명이 사망한다. E형 간염은 E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간염 및 만성 간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눈과 피부에 나타나는 황달, 피로감, 검은색 소변 등이다. E형 간염은 악화 시 급성 간부전이나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위험한 질병이다. 현재까지 치료제는 없으며, 대증요법을 통해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을 야기하는 주 원인인 E형 간염은 분변오염(faecal contamination)된 식량이나 식수를 통해 전염되며, 대개 식수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인구가 과밀한 피난민 캠프와 같은 곳에서 주로 확산한다. E형 간염은 임신부가 걸릴 시 사망률이 높게는 25%에 달하며 자연유산이나 사산, 조산 등의 위험을 높이는데, 현재까지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니에말(Nyemal)은 얼마 전부터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그 후 소변이 검은 색으로 변하더니 눈에 황달이 생겼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을 찾은 니에말은 E형 간염을 확진받았다. “열이 아주 높았고 온몸이 아팠어요. 자식들을 챙겨주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현재 니에말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집에서 회복하는 중이다. 2022년 4월. ©Peter Caton/MSF

E형 간염과의 싸움은 길고도 힘들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난민캠프에서 E형 간염 확산에 대응하며 이 질병이 극도로 취약한 지역사회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감염 통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 예방접종 캠페인으로 추후 E형 간염의 치명적 여파를 완화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_모니카 룰(Monica Rull)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국장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의 E형 간염 유행

벤티우 캠프는 2014년 남수단 내전이 고조됐을 무렵 생긴 전국에서 가장 큰 국내 실향민 캠프이다. 현재 약 112,000명의 국내실향민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비교적 최근 발생한 홍수와 폭력사태를 피해 온 이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가 설치된 직후인 2014년부터 이곳에서 활동했는데 2015년부터 E형 간염 유행이 여러 차례 발생하여 환자를 치료했다. 유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로는 열악한 식수위생 및 생활 환경 등이 있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의 아동이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가 고인 곳에 모여 있다. ©Peter Caton/MSF

밴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의 공용 화장실. ©Peter Caton/MSF

밴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의 공용 화장실. ©Peter Caton/MSF
 

2021년 벤티우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규모의 홍수로 수재민이 대거 유입되어 이미 취약했던 생활 환경이 더욱 악화해 E형 간염 등 각종 수인성 질병이 빠르게 확산했다. 2021년 7월부터 총 759명의 E형 간염 환자가 국경없는의사회 벤티우 병원을 찾았는데,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

이에 남수단 보건부는 E형 간염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지원해 달라 요청했다. 3~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보건부와 공조하여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1,2차 E형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개시했다. 이 캠페인으로 임신부 등 약 25,000명이 E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았다. 마지막 3차 예방접종은 이번 10월 전개할 예정이다.

1,2차 예방접종 후 지역사회의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 혁신적인 예방접종 캠페인을 모범사례로 삼아 E형 간염이 유행한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백신이 벤티우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E형 간염 감염률과 사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길 바랍니다."_존 루무누(John Rumunu) / 남수단 보건부 예방의학국장

전 세계 유일한 E형 간염 백신, 헤콜린

현재 유일한 E형 간염 백신은 중국에서 개발된 헤콜린(Hecolin)인데, 임상 단계에서 뛰어난 예방 효과를 보였다. 특히112,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 3상 시험에서 16~65세의 건강한 성인에게 접종했을 때 매우 높은 효능을 보였다. 현재까지 헤콜린은 중국과 파키스탄에서만 사용이 승인됐는데, 세계보건기구가 2015년부터 E형 간염 유행 대응에 사용하길 권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부담이 큰 E형간염 창궐 대응에는 사용되지 않고 개별적인 수준에서만 사용되고 있었다. 벤티우에서의 예방접종 캠페인은 처음으로 헤콜린이 공중보건위기에 대대적으로 사용된 사례이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 거주하는 16세 나키아(Nakia)가 E형 간염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Peter Caton/MSF

이에 영국 학술지 '란셋 감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은 국경없는의사회의 벤티우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에 대한 을 게재하며 “복잡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예방접종이 가능했으며, 이번 사례가 추후 헤콜린 사용의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평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연구기관 에피센터(Epicentre)에서도 영상을 통해 해당 캠페인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캠페인은 E형 간염을 퇴치하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헤콜린이 사용 승인된 지 십 년도 더 지났고 세계보건기구 또한 2015년부터 E형 간염 창궐 시 해당 백신을 사용할 것을 권장해 왔지만 이제서야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이 질병의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해 헤콜린이 사용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E형 간염 유행이 발생한 모든 국가에서 헤콜린을 사용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_멜라니 마티(Melanie Marti) / 세계보건기구 보건의료 책임자

이제 남수단 보건부와 국경없는의사회는 벤티우 예방접종 캠페인의 결과를 모니터링 및 보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고무적 결과로 향후 E형 간염 유행 시 헤콜린을 사용하여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단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방접종 외에 식수위생 환경 개선, 환자 관리, 보건증진활동 등 다른 유행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보건당국은 이번 캠페인이 추후 E형 간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있어 대약진을 이뤘다 평가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른 국가들도 이번 캠페인의 성과를 고려하여 자국의 E형 간염 확산 대응 전략으로 헤콜린을 사용하길 권장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3년부터 남수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남수단 전역에 걸쳐 14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지원이 절실한 지역사회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료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가장 규모가 큰 활동 중 하나인 남수단 활동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병원과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외 지역사회와 국내실향민, 수단 난민 사회의 긴급 위기나 전염병에 대응하고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