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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파키스탄: 지역 기반 접근법으로 C형 간염 유병률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2022.07.27

 

이름:  유한나
포지션:  건강보건 증진 매니저
파견 국가:  파키스탄
활동 지역:  마차 콜로니 (Machar Colony)
활동 기간:   2021년 4월  ~ 2022년 3월

진료소의 세계 간염의 날 행사에 참여한 지역사회 구성원들. ©Zahra Shoukat/MSF

1.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파키스탄의 마차 콜로니(Machar Colony)라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돌아왔습니다. 마차 콜로니는 파키스탄의 가장 큰 도시인 카라치의 서쪽 바닷가를 면하여 있습니다. 이 곳은 몇 십년 전부터 파키스탄의 다른 지역 혹은 인접국가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하나둘 정착하여 형성된 곳으로, 약 70만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 정도는 신분증이 없으며 카라치의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3년 전부터 국경없는 의사회는 긴급 대응 활동을 시작으로 보건소를 열어 예방접종 및 분만 등의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해왔고 현재는 C형 간염 전용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C형 간염 유병률은 세계의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C형 간염은 무증상인 경우가 높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대부분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어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치료 가능성이 95%정도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늦지 않게 검사를 하여 치료를 할 경우 높은 확률로 완치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동진료소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에게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였는데 올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 사이로 들어가고자 하였습니다. 봉고차 6대를 개조하여 커뮤니티 팀이 매일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검사를 권유하고, 1차 검사도 현장에서 진행합니다. 15분 뒤에 키트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 혈액을 채취해 병원에 가져가 기계로 정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첫 차량 방문부터 치료의 시작을 2일내에 시작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이와 같이 작은 지역을 집중하여 대규모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유병율을 낮추고자 하는 방식을 감염퇴치전략(Micro-elimination)이라고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HIV 프로젝트와 또 다른 파키스탄 간염 프로젝트에서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얻고 개발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향후 2년 동안 우리는 마차콜로니에 거주하는 모든 15세 이상의 주민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것입니다. 해당 지역의 C형 간염 유병율을 정확히 알고 해당 접근법의 효과성을 확인하여, 효과가 있다면 향후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이 이러한 모델을 사용하게 권유하고자 합니다. 

활동가로서 저의 업무는 프로젝트 목표에 맞춰 지역 기반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파견팀의 인원과 역할 구성, 환자 및 지역 사회에 대한 접근 방식, 대중 메세지 구성 등입니다. 

마차 콜로니니의 항구. ©Zahra Shoukat/MSF

2. 건강보건 증진 매니저로서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두드러진 요소는 무엇이었나?

해당 지역의 보수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이성간의 접촉이 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성 주민의 검사 권유를 위한 가정 방문의 경우, 여성 담당자가 방문하도록 하고, 또 필요한 경우, 남편이나 남성 가족 구성원과도 소통하여 가족 내 의견을 환기시켜 여성이 치료나 검사를 편하게 받도록 하였습니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에는 낮 시간에는 직장에 가 있으므로 대상을 만나 검사의 필요성을 알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해 저녁 시간 혹은 주말을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지역은 여러 민족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파시툰, 푼자비, 신디 등) 이에 대한 준비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에 대해, 우리는 오롯이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활동하며 프라이버시나 개인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였습니다. 검사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 지역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간염이 있다고 차별되는 것은 우리가 가장 피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여러 번의 다양한 지역민들과 회의를 가져 우리의 계획과 목적을 알리고 또 그들의 제안을 받았고, 매주 지역주민들의 피드백을 수집하여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 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은 매우 주요하였습니다. 마을 방문 계획을 공유하고 동의를 구하고, 또 모스크에서 이를 주민에게 공지한 경우, 많은 지역 주미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라마단 기간은 보통 신성한 기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혈액 채취에 거부감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종교지도자들과 의논을 통해 종교기관의 공문을 받아 주민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며 여성 매니저라 여성 주민들을 만나기도 편하고 또 남성 주민들과의 소통도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여져 활동에 유리했습니다. 

마차 콜로니 주민에게 비누, 마스크, 보건증진 책자를 전달하는 국경없는의사회. ©Zahra Shoukat/MSF

지역 지도자와 회의를 마치고 다같이 함께. ©MSF/HANNA YU

3. 지역 주민의 의료보건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난 3년간의 계속된 보건 증진 활동으로 지역주민이 C형 간염에 대해서는 많이 인식하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마차 콜로니에는 비인가 의료기관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의료기관과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또한 사회문화적으로 주사제 에 대한 선호가 높습니다. 

혈액으로 전파되는 C형 간염이 파키스탄에서 퍼지는 높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비공식 혹은 공식 의료기관 (병원, 치과 등)에서 C형 간염에 노출된 의료기구를 적절한 멸균 처리 없이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2019년 파키스탄 한 지역에서 600명이 넘는 아동에게 HIV가 확인되어 충격을 주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4. 가정 방문 중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

해당 지역은 바다 근처의 해안 마을이라 어업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많은 데, 특히 여성들의 경우 새우나 조개를 까며 작은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태곤 합니다. 강당 같은 공간에서 50명이 넘는 여성들이, 약 5살 아이부터 허리가 다 굽은 나이 많은 할머니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새우를 까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또, 배수 및 폐기물 처리 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마을은 물바다가 되고, 폐수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을 합니다. 아이들은 오물이 가득한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학교에 갑니다. 이러한 환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감히 짐작하지만 어떤 즉각적인 도움도 줄 수 없어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마차 콜로니 주민이 새우를 손질하고 있다. ©Zahra Shoukat/MSF 

특히 C형 간염으로 가족들이 비극을 겪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C형 간염으로 확진 된 경우, 가족은 생활 도구를 공유하기 때문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족원 모두에게 검사를 권유합니다. 제가 만난 한 가족은 어머니와 아들을 동시에 치료하였는데 어머니는 사망하고 아들만 완치한 경우, 또 다른 가족은 남편은 사망하고, 아내와 자녀만 생존하는 사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C형 간염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을 3달만 복용하면 95프로 정도가 완치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점입니다. 정기적인 검사가 있었다면 조기 발견을 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안타까웠죠. 특히 이 치료약 자체는 비싸지 않지만 진단 검사키트가 비싼 편이라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액세스 캠페인)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5. 하루 일과를 알려주세요.

8시까지 출근해서 병원 문을 열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커뮤니티 팀은 차에 나눠타고 정해진 지역으로 출발하여 지역주민 대상의 검사를 진행 합니다. 또 주간 회의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합니다. 또, 코로나 현황 등의 프로젝트 운영과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소식을 팀원들과 공유합니다.

현지 직원과 함께. ©MSF/HANNA YU

6. 가장 큰 성과와 보람찬 일

해당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올해 20명의 현지 직원들이 새롭게 프로젝트에 합류하거나 새로운 포지션을 시작 하였는데 대부분이 마차 콜로니와 그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근무할 때, 프로젝트는 더 높은 성과를 내고 팀원들도 높은 열의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2년간 진행될 지역 기반 C형 간염 감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를 진행하기 위해 수립한 교육과정을 통해 팀원들이 발전하고 동기부여 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힘들지만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C형 간염 감소를 위해 감염퇴치전략을 시도한 첫 대규모 프로젝트이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어서 그 시작에 참여했다는 것에 기쁩니다.  

 

7. 국경없는의사회가 다른 NGO와 차별되는 부분?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양한 의료 프로젝트를 세계 각지에서 오랜시간 실행에서 얻은 전문성이 있고,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의로 정신과 전문인력이 양성되지 않는 나라들도 있는데, 국경없는 의사회의 정신과 의사 혹은 임상전문심리상담가 등의 파견으로 양질의 치료가 제공되고, 혹은 역학전문가가 파견되어 과학적 토대 위에 프로젝트를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 그 역량과 전문성이 돋보이는 지점입니다.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보건부가 마차 코로니라는 지역에 큰 관심이 없고, 행정상의 복잡성으로 신분증을 갖지 않는 사람에게는 접종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경없는 의사회는 꾸준히 지역정부를 설득하여 현재 신분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지역 주민에게 백신접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지원이 필요한 모두에게 종교나 성별, 그 어떤 조건도 상관없이 다가간다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가치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여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8. 이번이 4번째 파견입니다. 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저는 스스로를 ‘직업인’ 인도주의 활동가로 설명합니다. 하루의 1/3을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요. 어떤 날은 출근 하자마자 퇴근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그 1/3의 시간을 제가 의미있고 재미도 있고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때문에 특별한 근무 환경을 갖게 되어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항상 어렵고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9. 이곳의 환자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지역 주민들은 손꼽히게 열악한 환경과 신분 보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소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유일한 국제NGO인 국경없는 의사회를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상당히 높은 기대감 역시 갖고 있어서, 인프라 개선과 더 많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항상 요청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국경없는 의사회를 더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시고 관심을 주셔서 우리가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조금 더 제공할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유한나 활동가가 활동을 마치고 직접 그린 그림. 마차콜로니에서 만난 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 ©MSF/HANNA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