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파키스탄: 7월 28일 세계 간염의 날, 무하마드 아흐산의 이야기

2024.07.26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의 마차르 콜로니(Machar Colony)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C형 간염 치료 시설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앉아 세 번째 치료 후 검사를 기다리던 무하마드 아흐산(Muhammad Ahsan)이 자신의 C형 간염 치료 여정을 회상하며 말한다.

마치 죽음을 목전에 둔 것 같았어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죠. 몸이 너무 약해져서 움직일 수도 없었고요. 아이들은 어렸고 제가 유일하게 가계 수입을 책임지던 사람이라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마치 가족을 두고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_무하마드 아흐산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C형 간염 치료를 받은 무하마드 아흐산. 2024년 4월. ©Asim Hafeez

아흐산의 치료 여정은 8년 전 C형 간염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68kg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그는 곧 37kg으로 몸무게가 급격히 빠졌다. 카라치에서 1,200km 이상 떨어진 구지라트(Gujrat) 출신인 그는 카라치의 솔저 바자(Soldier Bazar)에서 25년을 살다가 작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초기에 다리 뒤쪽 통증과 식사 후 잦은 딸꾹질 등의 증상을 겪었다. 의사는 그에게 간 검사를 권유했고, 검사 결과 C형 간염 확진을 받았다.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C형 간염 바이러스(HCV) 확산의 가장 흔한 위험 요인으로는 바늘과 면도날 재사용, 안전하지 않은 의료 행위, 빗이나 칫솔 같은 일상 생활용품 공유 등이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말기 간 질환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간 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HCV 감염 검사를 받는데, 이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파키스탄 내 HCV 감염 규모를 고려할 때, 모든 사람들이 징후와 증상에 관계없이 최소 1년에 한 번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흐산은 진나 병원(Jinnah Hospital)에서 처음 치료를 받았고, 그곳에서 3개월 동안 약물 치료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치료는 효과가 없었다.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 치료에 모든 희망을 걸었는데 진전이 없었으니까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어요.”_무하마드 아흐산

해결책이 절실했던 그는 라예(Layeh)의 하킴(hakeem)이라 불리는 전통 치료사를 찾아 약초를 처방받았다.

(해당 약초를 복용한 후)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들긴 했지만, C형 간염 검사에서 계속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 양성 반응이 나오더군요.”_무하마드 아흐산

C형 간염으로 투병하는 동안 아흐산의 삶은 정체되었다. 투병 중에도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흐산은 기본적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생계에 타격을 입은 가족들은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작년에 아흐산은 카라치에 있는 친구로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차르 콜로니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성공적인 치료를 받은 친구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은 아흐산은 한 번 치료를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치료가 절실했던 저는 마침 친구로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싶었죠.”_무하마드 아흐산

초기 진단 및 검사 후, 아흐산은 HCV 치료를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제공하는 C형 간염 1차 치료는 직접작용형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와 다클라타스비르(daclatasvir)를 12주에 걸쳐 투여하는 것이다.

일부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의 경우 내성이 생겨 해당 치료법으로는 완치할 수 없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1차 치료에 내성을 보이거나 환자가 치료가 끝나기 전에 치료를 중단하는 등의 문제를 포함해 치료 요법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_닥터 나타샤 무스타파(Dr. Natasha Mustafa) / 마차르 콜로니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세 차례에 걸친 치료 과정을 마쳤음에도 아흐산은 치료 후 검사에서 계속 C형 간염 양성 반응이 나왔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친절하고 의지가 많이 되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저를 그냥 어떤 수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대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저를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었죠.”_무하마드 아흐산

닥터 무스타파는 초기 치료 완료 후 3개월 동안 C형 간염이 지속되면 2차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2차 치료는 소포스부비르와 벨파타스비르(velpatasvir) 등 다양한 약물 조합으로 진행됩니다. 치료 주기는 12주 치료 후 12주 동안 약물 복용 없이 공백기를 가진 다음 다시 PCR 검사를 하는 식으로 반복되죠. 안타깝게도 일부 환자들은 내성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직접작용형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이 생겨 2차 약물 치료로도 완치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 소포스부비르, 벨파타스비르, 복실라프레비르(voxilaprevir)를 조합해 3차 치료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_닥터 나타샤 무스타파

지난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아흐산은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계속 치료를 이어갔다.

힘든 싸움이었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강해져야 했죠.”_무하마드 아흐산

세 번째 치료 후 검사를 받은 뒤, 아흐산은 마침내 기다리던 음성 판정을 받아 C형 간염이 완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흐산의 이야기는 환자 중심의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2•3차 치료 요법 접근성을 제공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간편한 무상 C형 간염 치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2년부터 카라치의 마차르 콜로니에서 의료지원 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1차 의료지원 단계에서 검진•진단•치료•보건 교육•환자 지원 등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종합적인 C형 간염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마차르 콜로니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주사기에 간염 백신을 주입하고 있다. 2024년 4월. ©Asim Hafeez

국경없는의사회는 2024년 말까지 마차르 콜로니에서 C형 간염 퇴치를 위한 활동 연구의 일환으로 혁신적인 ‘회복으로의 전환(Bending the Curve)’이라는 이름의 치료 모델을 도입했다. 이 야심찬 이니셔티브는 12세 이상의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진 및 검사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환자를 신속하게 식별 및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에만 45,377건의 신속 진단 검사와 6,480건의 PCR 검사를 실시했고 58,078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인식 제고 및 검사를 진행했다. 또한 1,942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살리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했고, 그 결과 981명의 C형 간염 환자가 완치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활동가의 마차르 콜로니 활동기 ▶ 읽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