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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파키스탄: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를 위한 의료지원 확대 시급

2023.01.18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아동 환자와 보호자 ©Saiyna Bashir

파키스탄에서 소외열대질병인 피부 리슈만편모충증(cutaneous leishmaniasis)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이다. 피부조직을 파괴하거나 궤양을 유발하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Balochistan) 및 카이베르 파크툰크와(Khyber Pakhtunkwa)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풍토병인데, 종종 신드(Sindh)주와 푼자브(Punjab) 중부 및 남부에서도 발생한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인간이 감염되는 리슈만편모충증(Leishmaniasis)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파키스탄 현지인들은 이 질병을 ‘살 다나’(saal dana) 혹은 ‘칼 다나’(kaal dana)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1년간 사라지지 않는 물집’이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흡혈 파리라고도 불리는 암컷 모래파리를 매개로 단세포 기생충(원충)이 유발하는 질병이다. 이 병의 치사율은 매우 낮지만,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신체 외형의 변형을 야기한다.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19세 환자의 병변 ©Saiyna Bashir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국경없는의사회는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 및 발루치스탄주 보건당국과 공조하여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를 위한 정신건강 지원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루치스탄주 퀘타(Quetta)시 세 개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큰 단체다.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Peshawar)의 나시룰라 칸 바베르(Naseerullah Khan Baber) 병원에서도 진단 및 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바다베르(Badaber) 지역 보건소 및 텔라반드(Telaband) 기초 건강 관리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위성 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바다베르, 텔라반드 등 페샤와르 인근 지역에서 유행하는 풍토병인데, 이전에는 치료를 받으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 도심으로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에 위성 진료소를 설치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_하야트(Hayat) / 국경없는의사회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의료활동책임자

이 지역의 피부리슈만편모충증 환자는 먼저 페샤와르의 나시룰라 칸 바베르 병원에서 검사 및 진단을 받고, 집과 가장 가까운 위성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위성 진료소에서는 한 달 평균 30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을 앓는 2세 아동 환자 ©Saiyna Bashir

전문 인력과 의약품 부족으로 치료 어려워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치료는 안티몬산 메글루민(meglumine antimoniate)이라고 불리는 의약품을 감염 정도에 따라 20~28일간 매일 또는 4~6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병변에 직접 주입하거나 근육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안티몬산 메글루민은 현지에서 제조되지 않기 때문에 현지 공립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진 않고 있으며, 민간 의료시설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가격이 매우 높게 책정돼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내에서 이 필수 의약품을 제공하는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와 세계보건기구뿐이다. 안티몬산 메글루민 접근성이 확대된다면, 더욱 많은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가 양질의 치료를 받고 회복할 것이다. 
현지에서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현지 의료진의 지식과 역량이 충분치 않아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질병을 충분히 치료하지 못하거나 잘못 치료하는 경우, 환자는 시간과 돈을 낭비할 뿐 아니라 감정적 소모까지 감내해야 한다. 치료 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루치스탄 및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에서 보건부 소속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관리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키스탄에서 새로운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치료법을 찾기 위한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용된 1차 치료제는 안티몬산 메글루민과 스티보글루콘산나트륨(sodium stibogluconate)뿐이었다. 새로운 치료법은 현재 사용되는 1차 치료제와 대조하는 방법으로 찾을 예정이다. 현재 해당 임상시험에 등재된 환자는 71명이다. 

병변에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연구원 ©Nasir Ghafoor/MSF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주로 자원이 한정적이거나 열악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이들, 이 질병이 풍토병인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진 않아도 환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유발한다. 얼굴, 손, 발 등 눈에 보이는 부위에 궤양이 생기고 신체 외부의 변형, 평생 가는 흉터, 사회적 낙인까지 남긴다.
이러한 이유로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는 종종 가정에서, 학교에서,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등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피부 질환으로 학교나 행사에 가지 않는 등 수많은 환자가 밖에 나길 꺼리게 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퀘타에서 운영하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10세 아동 이드리스(Idrees)는 얼굴에 병변이 생겨 학교에서 놀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학교 친구들이 얼굴이 왜 그러냐고 자꾸 물어보고 심지어 코를 때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있어요. 조금 나아지면 다시 학교에 돌아갈 거예요.”_이드리스 /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 

정신건강 지원 포함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루치스탄주에서 3,481명의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를,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주에서는 1,645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치료센터에서는 진단, 전문 치료,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질병에 관한 보건 교육, 치료 등을 제공하고 예방법을 교육한다. 더 나아가 발루치스탄주에서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치료센터의 환자에게 정신건강 지원까지 제공한다. 작년 한 해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지원팀은 퀘타 지역에서 1,150명의 환자에게 정신 상담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