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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피부리슈만편모충증 – 인터뷰 “작은 뾰루지에서 시작하지만…”

2018.12.14

피부리슈만편모충증에 감염되어 괴사된 피부. ⓒNasir Ghafoor/MSF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 모기장도 쉽게 통과하는 모래파리(Sandfly)! 이 작은 곤충이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퍼뜨린다. 파키스탄의 풍토병인 이 소외질환을 통제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국경없는의사회의 열대질환 전문가 쉬제트 카민크(Suzette Kämink)에게 들어 보았다.

Q.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어떤 병인가요?

리슈만편모충증(Leishmaniasis)은 모래파리에 물렸을 때 감염되는 열대 기생충 질환입니다. 구체적으로 내장 리슈만편모충증, 점막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파종성 피부리슈만편모충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이 중 흑열병 또는 '칼라 아자르'라고 알려진 내장 리슈만편모충증(Visceral leishmaniasis)은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 종류들은 점막이나 피부를 파괴하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파키스탄에서 풍토병으로 나타납니다. 보통 작은 뾰루지나 혹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커져서 궤양으로 나타납니다.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심한 흉터가 생깁니다.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큰리슈만편모충, 피부리슈만편모충 이렇게 두 종류입니다. 큰리슈만편모충이 일으키는 병은 파키스탄 남동부의 신드 • 펀자브 주 그리고 발루치스탄 •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시골에 주로 나타나며, 감염 후 8개월 안에 자연히 사라집니다. 반면, 피부리슈만편모충이 일으키는 병은 발루치스탄 •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도시에서 나타나는데 치료가 어렵고 만성질환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어떤 경로로 감염되나요?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모래파리에 물렸을 때 감염됩니다. 모래파리는 일반 모기보다도 작은 곤충인데요. 이 파리가 사람을 물면 피부 속에 기생충이 들어오는 거죠. 세포 속으로 퍼져 나간 기생충은 세포를 장악하고 피부를 망가뜨립니다. 사람의 면역 체계가 결국에는 기생충을 파괴시키지만 그 자국으로 피부에 큰 흉터가 남습니다. 치료를 받은 후에도 움푹한 흉터가 생깁니다.

Q. 어떻게 치료하나요?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의 1차 치료제는 안티몬산메글루민(meglumine antimoniate)입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제조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 수입해야 하는 약이죠.
안티몬산메글루민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부족해 일반 공립병원에서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부리슈만편모충증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암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구한 약은 품질을 믿기 어렵고 위험도 따르며 효과도 미미합니다. 가격도 문제입니다. 치료제 1병당(5ml) 1,000루피(미화 7.5달러)에 달하는데 환자들에게는 너무 비싼 금액입니다. 성인 환자는 매일 이 약을 20ml씩 맞으면서 2~3주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요. 약을 구한다고 해도 치료를 완료하려면 6만~8만 루피(500~600달러)가 드는데, 대다수 환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Q.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파키스탄에서 잘 알려져 있나요?

다들 잘 모르고 심지어 의사들도 잘 모릅니다. 이 병을 진단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발루치스탄,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사람들은 이 병을 가리켜 ‘살 다나’(saal dana), ‘칼 다나’(kaal dana)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1년간 사라지지 않는 물집’입니다. 이 병 때문에 보기 흉한 상처가 생겨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다 보니 이런 별명이 붙었죠. 또한 이 병이 암이나 불치병, 아니면 살짝 닿기만 해도 전염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젊은 여성 환자와 가족들은 얼굴 흉터 때문에 결혼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환자에게는 어마어마한 심리적 충격을 안겨 줍니다.

Q. 이 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모래파리에게 물리지 않는 겁니다. 이 곤충은 반건조, 건조 환경에서 번식합니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모기와 달리 ‘윙윙’ 하는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너무 작아서 일반 모기장도 통과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병을 예방하려면 살충 처리된 모기장 속에서 자야 합니다. 모래파리는 보통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사람들을 뭅니다. 또한 모래파리들은 지상 1미터 위로는 날아다니지 못합니다. 따라서 높은 침상에서 잔다면 벌써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Q. 이 병이 공중보건에 끼치는 부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사람들의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서 이 병을 어떻게 예방하는지, 어떻게 알아채는지, 그리고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야 합니다. 진단과 치료가 빠를수록 상처도 줄이고 치료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제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적정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는 피부리슈만편모촌충 환자들을 어떻게 돕고 있나요?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키스탄에서 피부리슈만편모촌충 환자들에게 전문가 치료를 제공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꾸준히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정신건강 서비스도 제공하고, 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보건 홍보 활동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피부리슈만편모촌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발루치스탄 주의 케타와 쿠칠락, 그리고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주의 페샤와르입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4000명에 가까운 환자를 치료했는데, 2018년에는 환자 수가 5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