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베라크루즈 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Christina Simons
지난 목요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미국 망명을 극도로 제한하는 정책들, 그리고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이주민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행정적 교착 상태를 유발했다며, 이 때문에 중미 출신 망명 신청자들이 멕시코에서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잔혹한 폭력을 피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를 탈출한 사람들을 위해 멕시코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무장 단체들의 만행으로 가족을 잃었고 납치, 강제 징집, 강탈, 성폭력을 당했다. 사람들은 강제 송환되면 폭력과 살인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미국 정부의 망명제한 조치가 임시 중단되긴 했지만 환자들은 국경을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국 땅을 밟아 봤자 망명 신청도 못하고 결국 위험한 고국으로 송환될 거라고 보는 거죠.” _ 세르히오 마르틴(Sergio Martín) / 국경없는의사회 멕시코 현장 책임자
멕시코를 통과해 가려는 중미 출신 이주민의 절대 다수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범죄 조직 및 갱단이 저지르는 폭력, 강탈, 강제 징집을 피해 떠나 왔다. 문제는 고국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범죄 조직이 이동 루트 곳곳을 장악하고 폭행, 강탈, 성폭력, 인신매매, 납치, 고문을 일삼으며 이주민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치료를 받은 이들의 의료 기록에 따르면, 멕시코를 거쳐 북쪽으로 향하는 이주민의 68%가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 전체 여성의 3분의 1은 성폭력을 당했다. 이 기록을 보면 이주민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멕시코가 매년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북쪽으로 향하는 수천 명의 이주민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어 준다는 말과는 상반되는 현실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망명처럼 확실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데, 사실상 그들 중 다수가 본국과 멕시코에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멕시코에 강제로 체류시키는 것은 불법을 넘어 비인간적인 것입니다.” _ 마르틴 현장 책임자
많은 망명 신청자가 미국행에 따르는 위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 최근 몇 달간 본국과 멕시코의 위험은 더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이주민들은 몇 주 때로는 몇 달간 멕시코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 한다. 지난 두 달간 누에보 라레도에서만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4명 중 1명이 납치를 당한 적이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이주 루트 곳곳에서 이주민, 난민에게 의료 및 심리 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사람들의 취약한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멕시코 당국 그리고 정부의 용인 속에 활동하는 다양한 범죄 집단의 폭력을 문서화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를 제한하는 미국의 조치와 정책이 용인될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은 국경 봉쇄 및 군사화, 미국 망명 사유 중 갱단 폭력 및 가정 폭력 제외, 미국 수용 시설에서 이주민 부모-미성년자 분리 수용, 위험한 장소로 이주민 대거 강제 송환, 망명 심사 중 대기할 국가로서 멕시코를 안전한 나라로 선전하는 행태 등 갖가지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난민협약, 카르타헤나 선언 모두 중남미에서 폭력을 피해 안전을 찾아갈 권리를 인정하고, 생명이 위험한 경우 본국 송환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난민을 제3국으로 이송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국가들은 중남미에서 나타나는 인도적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강제로 추방당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고 인도적 지원을 실시해 그들의 고통을 덜어야 하며, 사람들이 본국과 멕시코 이주 루트에서 부딪히는 극심한 폭력도 해결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2년부터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 이주민, 난민을 위해 멕시코 이주 루트 곳곳에서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활동하던 지역은 타바스코, 베라크루즈, 타마울리파스, 오악사카, 치아파스, 이달고, 스테이트 오브 멕시코, 산 루이스포토시, 과나후아토, 할리스코, 멕시코 시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