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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벨라루스와의 국경지대에서 고통받는 이주민 지원

2023.12.27

이미 길고 지치는 여정을 겪은 사람들이 여전히 유럽에서의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찾아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을 걸어서 넘으려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2년 11월부터 포들라스키에(Podlasie) 지역에서 기타 구호 및 시민 단체와의 협력하에 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20명 이상을 치료했는데, 이 중 10%는 구명 치료가 필요해 구급차로 이송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시민 단체에 기본적인 응급처치와 저체온증 및 장기간 발이 축축한 상태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참호족(塹壕足, Trench Foot) 같은 증상 관리법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환자 다수는 무려 5.5m 높이의 날카로운 철조망 장벽을 넘다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들은 여정 중에 폭력을 겪기도 하고, 마침내 국경지대에 도착하면 극도로 군사화된 환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돌아갈 수 없어 폴란드 장벽과 벨라루스 철조망 사이 ‘무인지대’에 발이 묶일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시도합니다. 우리는 염좌•골절•교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탈진 및 탈수 증세 혹은 심각한 신체 부상을 입은 아동•여성•남성들도 지원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동상과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는데, 향후 몇 주간 이러한 문제를 겪는 환자 수가 늘어날 겁니다.”_안드레아스 스페트(Andreas Spaett) / 국경없는의사회 폴란드 현장 책임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에 널브러져 있는 철조망. 2021년 8월. ©JEDRZEJ NOWICKI

2021년, 폴란드는 벨라루스에서 비정기적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있도록 국내 법률을 개정했는데, 이는 유럽 연합법과 국제법에 반하는 조치이다. 이에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폭력을 당할까 두려워 국경경비대와 군인들을 피해 늪지대나 비아워비에자(Białowieża)같은 숲으로 몸을 숨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족을 동반한 사람들, 임신부, 심각한 의료 처치가 필요한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숲에서 수일간 머물기도 하는데, 많은 경우 식량과 물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적인 탓에 늪지대 물을 마시고 건강이 위독해지기도 한다. 올해 초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한 청년을 만났는데, 그는 일주일 이상 식량이나 물도 없이 숲에서 지낸 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몹시 지친 탓에 땅에서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벨라루스로 송환될까 두려워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벨라루스의 도시 브레스트(Brest)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부크강(Bug River)의 전경. 2021년 12월. ©Ehab Zawati/MSF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서, 우리는 극도로 어렵고 종종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는 의료 윤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_안드레아스 스페트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들의 지원 수요에 대응해 왔다.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지 보건부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조하며 혁신적인 다제내성 결핵 프로그램을 지원해 새로운 치료 모델 개발에 힘을 보태고 우크라이나 출신 결핵 환자를 의료시설 및 심리•사회적 지원과 연계해 주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접근 승인을 받지 못해 2021년 12월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에서 철수했으나, 2022년 11월 해당 국경지대로 다시 돌아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세르비아를 비롯한 기타 유럽 국가와 지중해에서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5년 폴란드에서 첫 활동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