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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분쟁 속에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아동들

2018.12.20

니제르 디파 피난민 캠프에서 전쟁을 겪은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아이샤(9) ⓒJuan Carlos Tomasi/MSF

아이샤(9)는 차드 호 주변국 니제르의 디파에 위치한 킨잔디 피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디파에는 무장 단체들과 군대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피해 난민, 실향민, 귀환민 등 25만 명이 피신해 있는데, 아이샤도 그중 하나다. 피난민의 절대다수는 킨잔디 등의 캠프에서 지내면서 기본적인 지원이라도 받으려고 힘겹게 애쓰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들 중 70% 정도가 아동이라고 한다.

아이샤 엄마 파트수마는 이렇게 말했다.

“무기를 든 사람들이 조그만 우리 마을에 쳐들어와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제 사촌은 도망치다가 총알에 맞았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왔는데, 그때부터 아이샤가 놀지도 않고 계속 혼자 앉아 있기만 했어요. 잘 먹지 않아서 살도 빠졌어요. 밤이면 악몽 때문에 벌떡 일어나더라고요. 도망쳐야 된다면서 갑자기 뛰쳐나가서 제가 뒤따라간 적도 있어요.”

아이샤를 비롯해 디파에 있는 수천 명의 피난민 아동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랍도록 비슷하다. 사람들을 납치하고, 가족들을 떼어 놓고, 살던 곳을 떠나라고 강요하는 등 무장 단체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당했거나 목격했던 아동들 모두 깊은 상실과 공포를 겪었다. 비교적 안전한 디파에 와 있는데도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동이 많다.

전쟁이 남긴 보이지 않는 상처

차드 호 곳곳에서 분쟁을 겪은 아동, 청소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힘든 상황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아직 이들은 자신의 아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이들은 심각한 신경과민과 불안, 끊임없는 공포와 지나친 경계, 무감각과 절제, 식욕 감퇴, 퇴행적 혹은 공격적 행동, 악몽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며, 놀이를 할 때면 과거에 겪은 충격적인 상황을 재연하기도 한다.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아동의 정신건강 문제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정신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디파에서 아동,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그들이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 때문에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돕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보건소와 심리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다양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면서 디파에서 정신건강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더 많은 아동이 정신건강, 심리사회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단원 100명을 교육해 아동들 사이에 가장 두드러진 정신건강 문제를 알아보도록 했다. 이 전략을 활용한 이후 국경없는의사회의 도움을 받는 아동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18년 3월~6월 국경없는의사회는 14세 미만 아동들에게 약 700회의 상담을 제공했다.

놀이를 통한 치유

“우리는 아동들에게 놀이를 제공합니다.  아이들이 겪은 외상은 다양한 정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놀이 자체가 정상적인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_ 야쿠바 하루나 / 현지 심리학자,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감독

2017년, 디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팀이 도운 환자 중 아동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반면, 2018년 상반기에는 그 비율이 35%로 껑충 뛰었다. 많은 환자들이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아이샤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 악몽도 안 꾸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도 잘 놀아요.” _ 아이샤 엄마 파트수마

이렇듯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이 외상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실 아동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디파는 아직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도 캠프에서 공격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동, 청소년들은 여전히 분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생계 수단도 부족하고 미래도 알 수 없어 가족들이 큰 부담에 짓눌려 있습니다. 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서 많은 사람들은 인도적 지원에 완전히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_ 프란시스코 오테로 이 빌라르(Francisco Otero y Villar) / 국경없는의사회 니제르 현장 책임자

 

그림 치료 – 디파 아동을 돕는 방법

선과 색에서는 여느 아동들의 그림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디파 피난민 아동들이 그린 그림 속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공중 폭격, 화염 속에 죽은 사람들, 불타는 집, 도망치는 사람들… 아동들의 그림은 그들이 겪은 분쟁이 얼마나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림은 아동들을 위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 중 하나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그림을 보고 아동의 심리 상태를 이해해 그에 맞는 상담을 한다. 한편, 그림은 아동들이 과거에 겪었던 충격적인 경험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시각화하고 말로 나타내는 것은 외상 극복의 첫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