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다니엘(Daniel)로 치명적인 홍수가 발생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지 3개월이 지난 후, 데르나(Derna) 주민들은 해당 재해의 여파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와 임상심리사들은 이들에게 의료 및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폭풍 다니엘이 휩쓸고 간 데르나 전경. 2023년 9월. ©Halil Fidan/Anadolu Agency via AFP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이미 스페인과 그리스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 폭풍 다니엘은 지중해를 거치면서 보다 강력해진 상태로 리비아 해안에 상륙했다. 폭풍 다니엘이 동반한 강풍과 폭우로 인해 리비아 북동부 소재 해안 도시 데르나의 상류 댐 2개가 붕괴되었다. 다음날인 9월 11일 오전 2시 30분경, 치명적인 파도가 해당 도심 지역 일부를 집어삼키면서 아파트 건물이 파괴되고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수천 명의 주민들은 진흙탕 급류에 휩쓸렸다.
파괴된 건물의 잔해 속에서 발견된 시계들은 정확히 재해가 발생한 시간에 멈춰 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 공식적인 사망자 및 실종자 수치는 각각 4,500명과 8,000명 이상에 머물러 있다. 한편 생존자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르나는 현재 깊은 슬픔과 침묵에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아직도 계속 애도 중입니다.”_아스마 아마라(Asma Amaraa) /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
해당 재해가 발생하고 3일 후, 첫 번째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데르나에 도착해 주민들의 의료 및 인도적 수요를 조사하고 바디백과 기타 긴급 구호 물자를 보건 당국에 지원했다.
의료 및 인도적 수요 조사를 위해 데르나에 도착한 국경없는의사회 팀. 2023년 9월. ©MSF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확인한 가장 시급했던 지원 수요는 가족, 집, 소유하던 물건을 잃고 임시 거처로 바뀐 교실에서 대피하고 있던 수재민들에게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확인된 그룹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었는데, 그 중 일부는 홍수로 누군가를 잃었거나 피해자들의 심리적 고통에 노출되어 있었다.
재해 발생 열흘 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파괴된 도심 양편에 위치한 총 두 개의 보건소에서 일반 진료뿐만 아니라 개별 및 그룹 세션을 통해 심리적 지원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은 데르나에서 4,480명 이상의 아동 및 성인 환자들에게 진료를 제공했는데, 대다수는 고혈압•상기도감염•복통으로 인한 환자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은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 주로 신체적 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많은 경우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 신체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다수가 두통•흉통•호흡곤란•허리통증•복통•열감같은 증상을 호소했습니다.”_닥터 모하메드 이브라힘 알가블라위(Dr. Mohamed Ibrahim Algablawi)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230명 이상의 환자들이 1차 의료 지원을 받은 후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팀에게 지원받기 시작했다. 데르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일종의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여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데르나에서는 모든 주민이 서로서로 아는 사이기 때문에, 임상심리사에게 지원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종종 낙인이 찍히곤 합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팀 임상심리사
폭풍 다니엘 발생 이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들은 개별 혹은 그룹 세션을 통해 1,000명의 환자들에게 심리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해당 임상심리사들에 따르면, 불안감 혹은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지만, 울음을 멈추지 못하거나 괴로움•슬픔•두려움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은 악몽을 꿉니다. 또다시 이런 재해가 일어날 것 같다고 느끼죠. 비, 구름, 기후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홍수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깊은 심리적 상처를 가지고 있고 도시는 파괴의 흔적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데르나에서의 일상은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 수재민을 위한 임시 거처들은 점차 문을 닫고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침내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들은 교사들이 이렇듯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겪을 문제들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리비아 홍수 피해 대응 심리적 지원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