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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모든 것이 사라져···미래가 있다는 생각조차”

2024.06.26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리는 가운데, 라파(Rafah)와 중부 지역(Middle Area)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아동과 성인들이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심리사회적 지원 세션을 8,800건 이상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 다비데 무사르도(Davide Musardo)는 무자비한 폭격이 퍼붓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근에 가자지구를 떠나온 그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잊히지 않는 괴로운 기억에 대해 전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심리사 다비데 무사르도. 2024년 5월. ©MSF

일부 상담 세션에서는 드론과 폭탄 소리에 목소리가 묻혀 소리를 지르면서 말해야 했어요. 그리고 밖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때는 병원에 있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죠. 아이들은 심각하게 다치거나, 화상을 입거나, 부모 없이 지내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공황발작을 겪는데, 신체적 고통이 자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은 폭탄을 상기시켜 심리적인 상처를 유발하기 때문이죠. 비교적 차분한 아이들은 드론이나 전투기 그림을 그렸습니다. 병원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이 있어요. 피 냄새는 견디기 힘들 정도였죠. 가자지구를 생각하면 그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저는 가자지구에서 그 어디서도 겪은 적 없는 것들을 목격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본 환자들은 모두 공통된 특징을 몇 가지 보였어요. 하루 종일 햇빛에 노출된 탓에 피부는 까맣고 거의 화상을 입은 상태였어요. 식량 부족으로 인해 체중도 감소하고, 몇 달째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 있었죠. 또한 사람들은 전부 얼굴에 표정이 없었어요. 상실과 슬픔, 우울함이 깃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어떤 환자는 제게 ‘사소한 것들이 그리워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들, 커피를 마시던 컵. 망가진 집보다도 이런 일상이 더 그리워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몇 달 동안 깨끗한 물을 한 잔도 못 마셨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삶인가요?’라고 말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면한 고통이나 괴로움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한테 과연 자신의 슬픈 사연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 그리고 8개월 넘게 쉬지 않고 일해 온 팔레스타인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이 흐릿하거나 쓸모없는 사진들을 휴대폰에서 삭제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보지 않으면 고통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면서 폭격으로 사망한 가족들의 사진을 지우곤 합니다.

가자지구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알 나세르(Al-Nasser) 병원에서 아이들이 놀이 치료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 6월. ©MSF

또 다른 대피 명령 소식을 듣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봤습니다. 8개월 동안 12번이나 장소를 옮긴 사람들도 있었어요. ‘나는 더 이상 텐트를 옮기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은 생존은 할지언정 트라우마에 끊임없이 노출됩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미래가 있다는 생각조차 사라졌죠. 사람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부분은 폭탄이나 전투, 상실과 같이 지금 겪는 일이 아닌 전쟁의 여파입니다. 평화와 재건에 대한 희망은 거의 사라지고, 병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상태가 뚜렷하게 나빠지고 있었어요.

 

저는 가자지구를 떠났지만, 아직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직도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깊은 심리적 상처는 치유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