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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국경 분쟁 5개월째, 실향민 지원 수요 증가

2024.04.05

레바논 남부 국경선을 따라 5개월간 지속된 무력 충돌로 인해 수백 명이 사망하고, 사람들의 삶에 큰 지장이 생겼으며, 91,000명 이상이 강제로 집을 떠나고, 이들의 경제적 안정과 정신적 건강에 상당한 피해가 생겼다.

레바논 남부 소재 피란처에 머물고 있는 국내 실향민 후슨(Husn)이 자신의 반려묘 레아(Lea)를 안고 있다. 그녀는 “도저히 레아를 두고 떠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레아도 여기서 저와 함께 실향묘(猫)로 지내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2024년 2월. ©MSF/Maryam Srour

2023년 10월 8일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기타 단체들 간 국경 넘어 발생한 총격전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스라엘군이 바알베크 헤르멜(Baalback-Hermel)주를 폭격하면서 분쟁이 레바논 북동부로 확산했다.

많은 실향민들이 빈손으로 집을 떠나와서 식량과 담요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진 알 메루아니예(Al-Merouaniye) 지역에는 버려진 한 호텔 건물이 피란처로 사용되고 있어, 60가구 이상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랍 알 탈라틴(Rab Al-Thalathine) 출신인 알리 하무드(Ali Hammoud)는 이곳에 머무는 피란민들 중 한 명이다. 이발사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가족이 겪은 시련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큰아들은 세 차례에 걸쳐 정신적 위기를 겪었어요. 그저 자고 일어나는 생활을 매일 반복하고 있죠. 이런 상황 때문에 아이들이 정신적 문제를 겪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른보다 아이한테 더 힘들거든요.”_알리 하무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국경 지역에서 도망쳐 나온 실향민들에게 심리적 응급처치를 제공하고 있다. 펠리시타스 스타인호프(Felicitas Steinhoff)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는 긴 피란 생활로 인한 심리적 피해에 대해 주의를 촉구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단기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잘 극복합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가족들은 5개월째 집을 떠나 피란 생활을 하고 있고,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심지어 다시 돌아갈 수 있긴 한 건지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죠.”_펠리시타스 스타인호프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책임자와 지역사회 보건 교육가가 실향민들이 전하는 건강 문제에 대해 듣고 있다. 2024년 2월. ©MSF/Maryam Srour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팀은 만성 질환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국경에 인접한 나바티예(Nabatiyeh) 주 소재 진료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해당 팀은 2024년 초부터 지금까지 두 지역에서 총 373건의 진료를 제공했다.

10월 8일, 국경 마을 우다이세(Oudaisseh)에 있는 집을 떠나온 마나헬 라멜(Manahel Rammel)은 아동과 청년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18~20세 사이의 청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 채 허송세월하고 있어요. 그들의 미래가 사라졌어요. 청년들의 미래가 사라졌습니다.”_마나헬 라멜

다행히 마나헬의 딸은 베이루트(Beirut)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비싼 교통비 때문에 마나헬은 딸을 만나러 갈 수 없다. 레바논 전역의 많은 사람들처럼 마나헬도 위기 상황 전에도 이미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피란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극심해졌다.

레바논은 인구의 3분의 2를 빈곤으로 몰아넣은 극심한 경제 혼란을 4년째 겪고 있다. 현재 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잃거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받은 탓에 삶의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알리는 처음에 베이루트로 피란했지만, 저축액이 모두 고갈되자 알 메루아니예 소재 피란처로 옮겨갔다.

우리는 옷만 걸친 채 빈손으로 집을 떠났어요. (2023년 11월, 4일 간의) 휴전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옷과 생필품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어요… 저금이 조금 있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저는 베이루트에서 두 달간 머물렀는데, 돈이 다 떨어져서 결국 이 피란처로 왔습니다.”_알리 하무드

이곳에 머무는 가족들은 버려진 호텔 공간에서 어느 정도 안전과 온기를 찾을 수 있지만,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한 수천 명의 실향민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해 있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때 호텔이었지만 현재는 국내 실향민들을 위한 피란처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 2024년 2월. ©MSF/Maryam Srour

지금 당장 요술 램프를 문질러서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우리 마을에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요. 우리에겐 해결책이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죠.”_알리 하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