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규모 이스라엘 폭격으로 수십만 명의 레바논 주민들이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주변의 대피소(학교 등)에서 피난민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트럭으로 물 공급, 심리적 응급처치와 진료 외에도 매트리스, 담요, 음용수, 위생 키트와 같은 필수품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시각 2024년 10월 2일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 대피소 안 이동진료소에서 구호품을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Giacomo Vecchi/MSF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돌아갈 집이 있다면요.”_2024년 9월 25일, 마운트 레바논(Mount Lebanon)의 바르자(Barja) 학교에서 수집된 증언
알리아*는 바르자 학교의 작은 정원에 있는 도로에 앉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다. 최근 눈 수술을 한 알리아의 시어머니는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고 애썼다.
알리아가 피신해 있는 이 학교는 피난민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변 언덕에 떨어지는 공습의 폭발음이 가려질 정도로는 아니다.
우리는 남부 국경 마을인 키암(Khiam)에서 왔습니다. 1년쯤 전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또다시 대피해 있던 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겨우 적응하기 시작한 참이었고, 아이들을 근처 학교에 등록시켰었는데,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_알리아
2023년 10월, 알리아는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그때부터는 일을 할 수 없었고, 가정의 생계가 끊겼다. 지낼 곳을 찾는 데 두 달이 결렸다. 알리아와 남편, 두 아들은 거의 열흘마다 한 번씩,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하며 좀 더 안전하고 장기적인 거처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썼다. 결국, 전 동료 한 명이 남부 마을인 카프아르트니트(Kfartebnit)에 집을 구해줬다. 고향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2024년 9월 23일 월요일, 레바논 남부에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시작됐고, 곧 다른 인구 밀집 지역으로 확산됐다. 알리아는 겨우 몇 가지 물건을 챙겨 가족과 함께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새벽 1시 30분에 집을 떠났어요. 폭격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길은 꽉 막혀 있었어요. 처음에 두 마을을 찾았지만 그곳의 학교는 이미 가득 차 있었어요. 결국 그날 밤은 차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에 이 학교로 와서 다행히 교실 하나를 구할 수 있었어요. 담요 두 개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 게 없었어요.”
현재 레바논의 대규모 피난은 전례 없는 상황으로, 국가적 피난민 수용력을 초과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현재 가장 시급한 필요는 매트리스, 베개, 담요, 위생 용품 등이며, 의료 지원 또한 시급하다.
이번 대피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힘듭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폭격에 죽는 게 낫다고 말해요. 학교가 밤새 흔들렸어요. 지금으로선 여기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스라엘이 학교를 목표로 삼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리아가 마지막으로 키암에 있는 집을 방문한 것은 3개월 전이었는데, 심하게 파손되어 창문이 모두 깨졌지만 아직 건물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집이 완전히 무너졌을까 봐 걱정했다.
언젠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래의 집으로요. 만약 돌아갈 집이 남아 있다면요.”
2024년 9월 28일 공습이 가해진 베이루트 남부 ©MSF
"공포영화 같았던 그날 밤”_2024년 9월 30일, 베이루트의 람레 엘-바이다(Ramleh El-Bayda)에서 수집된 증언
제 이름은 하산*이고,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Nabatieh)주 출신입니다. 베이루트의 남부 교외에 아내,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4일 전 우리 가족은 안전하지 않은 집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날 밤은 공포영화 같았어요. 전투기와 공습… 차 안에서도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베이루트의 다른 동네에 있는 집에서 이틀을 보냈지만, 집주인이 퇴거를 요청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베이루트의 람레 엘-바이다에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20명이고, 해변에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모든 대피소와 학교는 가득 차 있어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갈 곳이 없습니다. 이제는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합니다. 필요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떠날 때 우리는 옷 몇 벌과 서류 몇 가지만 가져왔습니다. 매트리스나 베개조차 가져올 수 없었고, 어젯밤엔 의자에서 잤어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오직 우리 아이들입니다. 가장 어린 아이는 이제 18개월이에요. 제가 가족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요?”
*요청에 의해 개인 보호 목적으로 가명을 사용했다.
2024년 10월 2일 베이루트 시내에 비상식량구호품을 공급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aryam Srour/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