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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부단한 노력

2018.07.27

Todd Brown

캄보디아 프놈펜에 사는 딘 사보른(50)은 자녀 셋을 둔 아버지다. 2017년 4월 촬영

글: 제이슨 매딕스(Jason Maddix)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는 매년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다. 획기적인 신약들을 사용한다면 단 12주 만에 완치가 가능하나, 아직도 수백만 명의 환자들은 이 중대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7000만 명이 만성 C형 간염을 앓고 있다. 혈액 매개 질병인 C형 간염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간부전, 간암,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몇 해에 걸쳐서 진행될 수도 있고, 환자들은 끊임없이 미래를 두려워하며 이 기간을 보내기도 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사는 딘 사보른(50)은 자녀 셋을 둔 아버지다. 1999년에 C형 간염 진단을 받은 그는 최근에 신약으로 병을 치료했다는 이들의 얘기를 들었으나 자신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품지 못했다.

“저도 치료를 받고 싶었는데 치료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집을 팔아야 할 정도였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잘 곳이 없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그저 기다렸습니다.”

2017년 초, 딘은 프놈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이곳은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C형 간염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그리고 지난 5월 딘은 근 20년간 고대해 온 소식을 마침내 듣게 되었다. 치료가 성공적이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그는 C형 간염에서 완치되었다.

딘이 받은 치료제는 소포스부비르, 다클라타스비르 등의 신약으로 구성되었다. 종래의 치료와 달리 알약으로만 구성된 이 직접작용형 항바이러스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는 복용도 더 간편하고 부작용도 훨씬 적다. 이 치료법은 또한 완치율 95%를 나타낼 정도로 효능이 높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간편화된 HCV 진단 및 치료로 환자들의 치료 완수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을 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DAA 혜택을 입은 사람은 전체 환자의 5% 미만에 그친다. 이 치료제가 지닌 유일한 약점은 비싼 가격이다.

12주 치료용으로 소포스부비르, 다클라타스비르 제조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은 채 100달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길리어드(Gilead),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eyers Squibb) 등의 제조회사들은 처음 이 신약들을 미국에 내놓을 때 무려 147,000달러를 부과했다. 이는 사람들의 엄청난 분노를 샀으나, 터무니없이 높은 이 가격은 지금도 선진국,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C형 간염 치료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로 남아 있다.

첫 DAA 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품질을 보증받은 적정 가격의 제네릭(복제약)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여러 전략들을 동원해 HCV 치료 격차를 메우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들어 기념비적인 일이 일어났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여러 보급 센터와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이하 ‘액세스 캠페인’) 팀이 제네릭 제조업체들과 성공적인 협상을 이뤄낸 것이다. 이 업체들은 거의 모든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C형 간염 12주 치료당 단 120달러에 맞춰 DAA를 조달하기로 했다. 덕분에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국 정부가 더 바람직한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일 때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이 사실을 널리 발표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에서 새 HCV 치료제 출시는 여전히 더디다. 중소득 · 고소득의 전망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러한 국가들에서는 특허 독점 하에서 제네릭 버전의 DAA 생산 및 수입이 차단되고, 제약회사들은 향후 20여 년간 약값을 인하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특허는 각국 특허법에서 정한 기술적 기준에 근거해 부여한다. 그러므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에게 상당한 의료적 유익을 선사하는 기술이라고 해도 특허 보호를 받아서는 안 된다. 과평가된 특허들이 보다 저렴한 의약품의 접근성 향상에 방해가 될 때,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에 대한 법적 반대를 지지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이의제기에 나선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HCV 치료제 특허에 관해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고 현재 두 사항 모두 심의를 거치고 있다. 첫 번째 이의제기는 중국의 특허 신청에 관한 것이었다. 이 특허는 제네릭 제조업체들이 주요 DAA 2종을 조합하여 저렴한 치료제를 제조 및 수출하는 것을 차단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EU) 보건 단체들과 함께 제기한 것으로, 문제가 된 특허는 유럽 내 38개국에서 제네릭 버전의 소포스부비르 제조 및 수입을 차단시킬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HCV 감염을 치료하고 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할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은 C형 간염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2030년까지 이를 근절하겠다는 목표 아래 최선을 다해 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려면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을 취해 HCV 검사 및 치료 접근성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DAA를 활용해 13개국에서 5926명에게 HCV 치료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은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를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중대 의약품, 진단도구 및 백신의 개발 및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1999년부터 활동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