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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5달러(Time for $5)’ 캠페인, 다나허에 서명 전달

2024.10.21

미국의 진단기기 제조업체 세페이드(Cepheid)와 그 모회사 다나허(Danaher)는 전 세계의 검사 비용 인하 요구를 무시하고, 1년 전 약속한 의료 진단기기 제조 비용에 대한 투명성을 지키지 않고 있다.

현지시각 10월 17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생명을 살리는 5달러(Time for $5)’* 캠페인에 참여한 전 세계 의료보건 옹호 활동가, 보건 정책 집행 단체,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미국 기업 다나허의 워싱턴 DC 본사에 직접 서명을 전달했다. 이번 서명에는 194개국에서 206,937명이 참여했으며, 다나허와 그 자회사인 미국 진단기기 제조업체 세페이드에 결핵, HIV, 간염, 성매개 감염병, 에볼라 같은 질병 검사를 위한 ‘진엑스퍼트(GeneXpert)’ 진단기기를 중저소득 국가에 5달러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명과 함께 해당 기업들이 2024년 10월 25일까지 서명에서 제기된 요구와 우려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도 전달되었다.

다나허 본사로 향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팀. 2024년 10월. ©MSF

진단 검사는 필수적이다. 아픈 사람을 진단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며, 전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나허의 진엑스퍼트는 ‘현장 진단’, 즉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까운 곳과 종종 실험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질병을 진단하는 데 필수적이다.

다나허와 세페이드, 이제 전 세계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중저소득 국가 사람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진단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즉시 제공하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우리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다나허와 세페이드는 진단기기 1개당 5달러를 청구해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도 여전히 대부분의 검사에 세 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_미히르 만카드(Mihir Mankad) /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글로벌 보건 옹호 및 정책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글로벌 보건 옹호 및 정책 책임자 미히르 만카드. 2024년 10월. ©MSF

2019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세페이드가 제조하는 진엑스퍼트가 이미 다나허와 세페이드가 도달한 판매량을 고려할 때 5달러에 판매되어도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9월 ‘생명을 살리는 5달러’ 연합과 결핵 관련 옹호활동 단체들의 압박에 대응해 다나허는 결핵 진단에 사용되는 주요 검사 비용을 10달러에서 8달러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글로벌펀드(Global Fund)에 따르면, 이번 가격 인하로 인해 매년 3,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이를 통해 매년 추가로 360만 건의 진단기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훨씬 더 많은 결핵 환자들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게 되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페이드와 다나허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15달러), HIV(15달러), 간염(15달러), 성매개 감염병(16~19달러), 에볼라(20달러)를 진단하는 동일한 검사에 대해 여전히 15~20달러의 가격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러한 가격은 세페이드와 다나허가 진단기기를 제조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추정되는 5달러보다 200%에서 400% 더 높은 수준이다. 특히 다나허와 세페이드가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2억 5,200만 달러의 공공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2023년 9월, 다나허는 진엑스퍼트 제조 비용에 대해 연간 제3자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다나허가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중요한 기회였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있은 지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감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그리고 누가 그 결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나허가 진엑스퍼트 제조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들려온 것은 침묵뿐입니다. 우리가 다나허가 감사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침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에서 이 진단기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다나허는 즉시 예정된 감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진단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_스테인 데보르그라베(Stijn Deborggraeve) /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진단 분야 자문위원

국경없는의사회는 매년 약 70개국에서 운영 중인 의료 프로그램을 위해 200만 달러 이상의 진엑스퍼트 진단기기를 구입하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5달러’ 연합은 국경없는의사회,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 트리트먼트 액션 그룹(Treatment Action Group)을 포함해 전 세계 150개의 보건 정책 집행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