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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 지속되는 분쟁 속에서 증가하는 인도주의 지원 요구 - (1) 카불 외곽의 이동진료소

2013.09.23

여전히 전쟁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지방 보건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의료진은 불안정한 지역을 떠났으며, 의약품과 의료물자 공급은 불규칙하거나 전무하다. 불안정한 상황으로 주민들은 자유롭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필수 의료 서비스의 붕괴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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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아이를 둔 미나(Mina, 25세)는 어린 딸을 데리고 카불(Kabul) 외곽에 신설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를 찾아 예방 주사를 맞혔다. 미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매주 인접 지역민을 대상으로 예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부스하크(Buthkhak)까지 한 시간을 걸어왔다. 미나는 “마을에 의사가 있지만 진료를 받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카불은 지난 10년간 인구가 3배 가량 증가하여 현재 50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은 불안정한 분쟁 지역을 피해 이주해 온 국내 실향민,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온 경제 이주민, 파키스탄 난민캠프에서 돌아온 귀향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아프가니스탄 주류 사회에서 오랫 동안 소외당한 소수 집단 구성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이 중 대다수는 도시 외곽에 거주하며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카불의 실향민 캠프 내 설치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Ben King/ MSF

올 4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소외된 지역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카불 외곽의 10개 지역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진료소는 여성과 2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개설 이후 2,9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여성들에게는 산전후 건강관리와 가족계획을 도와주고, 아이들에게는 백신 접종과 영양실조 검사를 지원한다. 또한 이 지역은 결핵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결핵 환자들이 가족을 진료소로 데려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라요스 젝스(Lajos Jecs)는 “이상하게도 우리는 수도인 카불에 있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곳의 여성들은 보건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임산부들이 어떻게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해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예방 치료적 접근은 산전 검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특히 필요하다.

후속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카불 동부에 위치한 아메드 샤 바바(Ahmad Shah Baba) 지구 병원으로 이송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9년부터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 보건부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책임자 브노아 데 그리세(Benoit De Gryse)는 “아메드 샤 바바와 헬만드(Helmand), 쿤두즈(Kunduz), 코스트(Khost) 지역 병원에서 계속 늘어나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거리상의 제약, 사회적 불안, 교통비 부담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나 다른 의료 기관으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을 벗어나 소외 지역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카불 동쪽에 위치한 실향민 캠프의 아이들 ©Ben King/ MSF

카불 이동진료소가 그 시작이다. 하지만 데 그리세 현장책임자는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면서 “이동진료소를 시작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이동진료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지역 사람들에게 이동진료소를 홍보하고 설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떤 경우는 환자를 진료하는데 집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데 그리세 현장책임자는 “다른 해결 과제는 이동진료소를 개설하여 진료를 시작했을 때 우리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당 지역에서 우리의 활동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치안이 불안해진 지역 사람들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인도주의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급격하게 줄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불 동쪽 아메드 샤 바바 병원과 헬만드주 라쉬칼가(Lashkargah) 지역에서 부스트(Boost) 병원을 운영 중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쿤두즈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북부 사람들에게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 수술을 담당하는 외상외과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부 코스트에서는 산부인과 진료를 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진료과목에 대한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가니스탄 활동은 민간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정부 지원 자금도 받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인도주의 지원 활동
- 아프가니스탄 운영 코디네이터 렌조 프리케(Renzo Fricke)와의 인터뷰

전쟁 초기부터 아프가니스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의 군사, 정치, 인도주의의 통합적 접근을 위한 시험장이었다. 즉, 인도주의 원조가 군사 계획에 포함되어 이루어져왔다는 것이다. 원조가 사람들의 니즈(needs)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쟁 당사국의 국가안보이익과 외교정책목표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었다. 최전선 인접 지역에서 국제연합군이 단기간 의료활동을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반군 토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원조의 군사화는 군의 역할과 독립적, 중립적, 공정한 조직의 역할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오히려 주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일부 환자들은 군에서 운영하는 가까운 진료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반대 진영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주요 인도주의 원조 국가들이 분쟁지역에 군을 배치했기 때문에 재정지원이 ‘개발’ 또는 ‘안정화’ 계획에 부합하도록 극단적으로 왜곡됐다. 2009년까지 인도주의 재정지원보다 개발 재정지원에 12배 더 많은 돈이 투입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감안해 활동을 늘리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군사계획과 인도주의 지원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중립적인 인도주의 지원이 재개되기를 바란다.

 

아프가니스탄 : 지속되는 분쟁 속에서 증가하는 인도주의 지원 요구 제 2화, 산모 지원편이 내일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