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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 포화에 휩싸인 남수단의 의료 서비스

2014.03.03

남수단 전역이 엄청난 공격에 신음하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 역시 포화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최근 말라칼과 리어 등지의 병원에서 환자들이 병상에 누운 채 총에 맞고, 병동은 잿더미로 변해버리고 의료 장비는 약탈당하고, 아예 어떤 병원은 통째로 파괴되어버린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남수단의 의료 서비스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은 안전한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공격과 잔혹 행위의 타겟이 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신뢰의 공간이 아니라 공포의 공간이 된 것입니다. 남수단 전역에 피난처, 식량, 물, 의료 서비스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철저하게 신뢰가 상실되고 공포만 팽배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효과적이며 중립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라파엘 조르그 (Raphael Gorgeu)

불에 타버린 수술대

참혹한 말라칼 현장

2월 22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말라칼 수련병원 구내 전역에서 최소 14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지역에서 최근 벌어진 무장 공격과 충돌로 인해 빚어진 끔찍한 피해이다. 그 시신들은 너무 쇠약하거나 나이가 많아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숨길 힘조차 없어서 병원 내에 남아 있었던 50명에서 75명의 환자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심지어 병상에 누운 채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환자들의 시신도 여러 구 있었다.

영양실조 아동을 위한 치료식 센터를 비롯해 대부분의 병동이 불에 타버렸고 병원 전체가 약탈당한 모습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를 위해 상태가 가장 위중한 여러 환자를 말라칼에 있는 남수단 유엔임무(UNMISS) 본부로 철수시켰다. 이송된 환자 중 13명은 총상 환자들이었다.

마을 전체의 집이 불에 타고 거리에는 수도 없이 많은 시신이 널려 있는 등 말라칼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 폐허 속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이 참상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말라칼 긴급구호 코디네이터인 카를로스 프란시스코(Carlos Francisco)

국경없는의사회가 UNMISS로 이송한 환자들의 말에 따르면, 2월 19일 무장집단이 병원에 난입해서 수중에 이들에게 건네줄 돈이나 핸드폰이 없었던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또한 무장집단이 그날 오후 병원에 다시 와서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들, 안전한 곳을 찾아 수술실로 몸을 피한 환자들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어린 소녀들을 포함해 여성들을 강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료 지원을 박탈당한 수십 만 명의 리어 주민들

1월 말에서 2월 초 리어 병원(Leer Hospital)도 약탈당하고 파괴되면서 수십 만 명의 주민들이 생명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박탈당했다.

수주에 걸친 이 지역의 치안 불안이 어느 정도 지나간 후에야 국경없는의사회는 리어 병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 장비며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고 깨진 약병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으며 멸균 수술 장비들이 산산조각 난 채 사방에 버려져 있었다. 의약품이며 환자 병상이며 기타 물품은 완전히 약탈당한 상태였다. 병원 구내에 병상이 단 하나도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약탈당하고 파괴된 수술실

 리어 주민들을 비롯해서 남부 유니티 주 사람들은 모두 진료를 받아야 할 때면 국경없는의사회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확신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수행에 필수적인 신뢰가 깨져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피해자는 결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고통받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주민들인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라파엘 조르그 (Raphael Gorgeu)

문을 연 지 이미 25년 된 국경없는의사회 리어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한 2차 진료시설로, 주변 지역까지 포함해 거의 3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생명선이었다. 2013년에만 6만8000건의 진료가 이루어졌고 약 400명이 수술을 받았으며 2100명의 아동이 영양실조 치료를 받았다. 남수단에서 교전이 발발한 지난 12월 15일 이래 2014년 1월 15일까지 4000 건 이상의 진료가 이루어졌고 약 170건의 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지난 1월 말 강제 폐쇄되었다.

 치안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다 떠나버려 리어는 현재 텅텅 비었습니다. 이들은 너무 겁이 나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수풀에서 비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더라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폐허가 된 집터와 의료 공백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리어 지역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사라 메이나드(Sarah Maynard)

아직도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지 채용 직원 240여 명은 급속하게 고갈되는 의약품만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지 직원들에 따르면 붕대마저도 재활용하고 있으며 물과 식량이 부족해 더러운 강물을 마시고 수련을 따 먹어서 건강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피난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직원들에게 물품을 보충해 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남수단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지에서 일어난 참상 개요

• 1월 중순, 말라칼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무장 강도가 들어와 직원들을 위협했다. 이로 인해 말라칼 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이 일시 중단되었다.
• 1월 중순, 유니티 주 벤티우(Bentiu)가 교전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이 약탈당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약품과 장비를 맡기고 벤티우 주립병원(Bentiu State Hospital)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벤티우 지역 주민 수천 명이 몇 주 동안 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 종글레이(Jonglei) 주 보르(Bor)에 있는 병원 환자들이 2013년 12월 교전 기간 침상에서 살해당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2월 초, 이 병원을 찾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병원 물탱크 안에 버려진 한 모자의 부패한 시신을 발견했다. 현재 이 병원은 물품도 제대로 공급되고 원활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도시 대부분이 텅 비었기 때문에 병동에는 환자들이 거의 없다.

남수단의 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남수단공화국인 지역에서 1983년부터 활동해왔다. 현재 남수단 10개 주 중 9개 주에서 17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 정규 프로젝트 : 아곡(Agok), 아웨일(Aweil), 벤티우(Bentiu), 고그리알(Gogrial), 마반(Maban), 나시르(Nasir), 얌비오(Yambio), 랑키엔(Lankien), 유아이(Yuai), 파맛(Pamat), 이다(Yida) 
  • 긴급 구호 활동 : 주바(Juba), 아웨리알(Awerial), 말라칼(Malakal), 멜럿(Melut), 니물레(Nimule)


국경없는의사회는 대량 실향 사태, 피난민 유입, 심각한 영양 상황, 홍역, 말라리아, 급성 수인성 설사, 흑열병과 같은 질병 창궐과 같은 긴급 사태에 대응하며, 기본 및 전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남수단 난민들에게도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남수단 프로젝트에서는 현재 333명의 국제활동가들이 3,330명의 남수단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